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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진고등학교는 광주 광산구에 있는 사립학교로 학교법인 도연학원에 의해 운영된다. 학교법인 도연학원은 견제 받지 않는 사학운영으로 여러가지 문제를 야기해왔다.  총3회에 걸쳐 명진고등학교에서 벌어진 스쿨미투와 교사해임 사태를 소개한다.[기자말]
지난 2020년 5월 14일 명진고등학교 정문에 게시된 현수막
▲ 명진고 학생들의 현수막 지난 2020년 5월 14일 명진고등학교 정문에 게시된 현수막
ⓒ 김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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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기사] "너희도 이때 태어났으면 위안부"라던 교사, 아직 학교에 있다 http://omn.kr/1ojba

지난 2017년 9월 광주 명진고등학교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도연학원의 최신옥 전 이사장이 명진고 교육청 공개채용 1차 합격자 A를 강남의 한 일식집으로 불러냈다. 그 자리에서 최 전 이사장은 A에게 "내가 명진고에 영향력 있는 사람인데, 5천만 원을 주면 교사로 채용시켜 주겠다"라며 금품을 요구했다. 그러나 A는 최씨의 제안을 거절했고, 금품 요구를 받은 사실을 함께 공채 1차 과정을 통과한 경쟁자 4명에게 털어놓았다.

다행히 A는 금품 요구를 거절하고도 정식 채용 절차를 통과하여 명진고 교사로 근무하기 시작했다. 며칠 후, 광주시교육청에 최 전 이사장이 채용을 대가로 금품을 요구했다는 익명의 제보가 접수됐다. 교육청 측은 관련자들을 조사한 후 사건을 수사기관에 고발했다. 검찰은 명진고 행정실 직원들의 이메일을 압수수색하여 최 전 이사장이 학교 직원들에게 수시로 업무 지시를 했음을 밝혀냈다. 최씨를 실질적인 명진고 관리책임자로 파악한 것이다. 

느닷없는 교사 '해임'... 학생들의 반발

2019년 1월 25일 광주지방법원이 배임수재 미수죄로 불구속기소 된 최신옥 전 도연학원 이사장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학교법인의 실질적인 업무를 총괄하는 피고인이 교사를 채용함에 있어서 금품을 요구한 것은 교사채용 과정의 공정성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현저히 손상시켜 그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결국 최 전 이사장은 6개월간 수형생활을 했다.

물론 최 전 이사장 구속은 도연학원의 복잡한 '혈족경영'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 2020년 현재까지 최씨의 남편은 도연학원 현직 이사장직을 수행하고 있으며, 이사장 부부의 두 딸은 명진고에서 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최신옥씨의 제랑(여동생의 남편) B는 명진고 교장직을 수행했으며, 그의 동생 C는 현재까지 명진고에서 행정실장으로 일하고 있다. 최신옥씨의 사촌 여동생의 남편 D는 도연학원에서 이사로 근무하고 있고, 그의 아들 E는 현재까지 명진고에서 행정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이들 모두에게 교사 A는 가족이자 상사인 최 전 이사장을 구속에 이르게 한, 거슬리는 존재였을 것이다. 2020년 5월 6일 학교법인 도연학원이 교사 A에 대한 느닷없는 '해임' 징계를 결정했다. 스쿨미투로 직위해제된 교사들이 대부분 복귀한 직후였다. A는 지난 2017년 채용 이래 2년여 간 명진고에서 근무해왔다. 학교 측은 징계 사유로 '지시 불이행', '자질 부족' 등을 내세웠다. 그러나 광주교사노동조합에 따르면 교원 4대 중대 범죄에 해당하지 않는 사유를 들어 '해임' 징계를 내리는 건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한다. '해임' 징계가 확정될 경우 임용시험 응시가 3년간 제한되어 생활에 어려움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에 징계 결정 직후부터 '전 이사장 형사처벌'에 따른 보복 의혹이 일었다.


당시 명진고 측은 A에 대한 징계 사유 중 하나로 "2018년 12월 기말고사 당시 A의 과실로 출제 오류가 발생하여, 일부 재시험이 있었음"을 내세웠다. 그러나 명진고에서는 비슷한 시기에 A가 담당했던 과목을 제외하고도 국어, 수학, 생명과학, 사회문화 등에 대한 재시험이 실시된 바 있었다. 심지어 2019년에는 생명과학 교사가 시중에 유통되던 문제집에 나와 있던 문제들을 고스란히 시험에 출제했다가 들통나는 일이 있었다. 당시 명진고 2학년 학생들은 생명과학 1학기 중간·기말고사, 2학기 중간고사 총 147점에 해당하는 문제에 대한 재시험을 치러야 했다. 그러나 과실 혹은 고의로 출제 오류를 저지른 다른 교사들은 그 어떤 징계도 받지 않았다.

이외에도 학교 측은 "A가 했던 2019학년도 동계방학 방과후 학교 수강료 정산에 오류가 있어 가정통신문을 발송한 후 금액을 재정산한 적이 있었는데, 이것이 학부모들에게 명진고의 위상을 추락케 하였다"라고 주장했다.

교사 A 해임 소식은 곧 명진고 재학생들에게도 전달됐다. 교육청으로부터 스쿨미투로 교사 16명이 징계를 요청받을 만큼 폭력적이었던 학교에서 A는 학생들에게 진심을 다한 몇 안 되는 교사 중 한 사람으로 평가받는 사람이었다. 2018년 스쿨미투 당시에도 A는 스쿨미투에 연루되지 않은 교사였다. 이에 학생들은 깊이 분노했고, 집단으로 반발하기 시작했다.
 
명진고 학생들이 인스타그램에서 진행한 손글씨 릴레이 캠페인
▲ #명진고사학비리 손글씨 명진고 학생들이 인스타그램에서 진행한 손글씨 릴레이 캠페인
ⓒ 김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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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5월 8일, 광주 명진고 학생들이 인스타그램에 해시태그 '#명진고사학비리', '#잘못된_것을_바로잡는_것' 등을 태그하며, 직접 작성한 손글씨를 업로드하는 '손글씨 릴레이'를 시작했다. 이는 금세 100명에 가까운 학생들의 참여로 이어졌다. 5월 11일에는 트위터를 통한 '실트총공'이 있었다. '실트총공'이란 같은 '해시태그'를 여러 트위터 계정에 업로드함으로써 관련 사안을 이슈화하는 SNS 공동행동을 뜻한다. '명진고 교사 부당해임' 소식을 접한 시민사회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학벌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모임과 정의당예비당원협의체 '허들'은 성명을 발표했고, 광주교사노동조합은 A 교사 해임 징계 취소를 요청하는 소청을 제기했다.

내가 명진고 사학비리에 연대한 이유

5월 13일 평소 알고 지내던 명진고 재학생에게서 연락이 왔다. 학교 앞에 이번 일에 대한 현수막을 게시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다음날 필자는 명진고 정문 앞에 "학교 소속 교사 A에 대한 부당한 해임 처분을 철회하라"라는 내용이 담긴 현수막을 게시했다. 이날 오후 학생들은 'SNS 공동행동', '현수막 게시' 등을 알리는 사진과 함께 광주 명진고 사학비리를 고발하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여러 사회 주체들의 저항에 봉착한 학교법인 도연학원은 해서는 안 될 행동을 취했다. 도연학원 측은 변호사를 선임하여 해임된 A교사, 시민단체 대표(학벌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윤영백), 노동조합 위원장(광주교사노동조합 박삼원), 일반 시민(김동규), 언론사 기자(뉴스1 기자), 명진고 학생(재학생 3명, 졸업생 1명), 타교 재학생(정의당예비당원협의체 허들 1명) 등 10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떳떳하지 못한 세력이 문제 제기의 목소리를 막기 위해 '명예훼손죄'가 기재된 고소장을 남발하는 건 흔한 일이다. 그러나 고등학교가 본교 재학생을 학교재단 비판을 이유로 경찰에 고소하는 건 극히 예외적인 일이다.

6월 17일 광주교사노동조합이 광주시교육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교육청에 명진고등학교에 대한 특별감사와 특별 장학을 요구했으며, 도연학원이 명진고 운영 과정에서 드러낸 여러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지적하고 비판했다. 같은 날, 명진고 측이 학생들을 고소했다는 소식을 접한 광주시교육청 사학정책팀이 학교를 전격 방문하여 학생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교육청 측은 도연학원에 학생들에 대한 고소를 취하할 것을 요구했다. 도연학원 측은 학생들을 고소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이후 여론이 악화된 점, 교육청 측이 고소 취하를 요구한 점 등을 고려하여 명진고 재학생 2명, 졸업생 1명, 타교 재학생 1명 등 4명에 대한 고소를 취하했다.

그러나 도연학원 측은 현수막 게시 직후 보도자료를 배포한 성명 불상 명진고 학생에 대한 고소는 취하하지 않았다. 학교 측은 "보도자료를 정말 학생이 배포한 게 맞다면 고소를 취하하겠다"며 우선 학생의 신상과 행위를 확인하겠다고 고집했다. 현수막을 게시했다는 이유로 고소당한 필자는 7월 14일 광주 광산경찰서에 출석하여 교사 A 해임을 '부당한 일'로 인지한 사유에 대해 지금까지 주장해온 대로 진술했다. 보도자료를 배포한 학생이 누구냐는 경찰관의 질문에서는 진술거부권을 행사했다. 8월 4일 광주지방검찰청이 필자에 대한 명예훼손 피의사건을 무혐의로 종결했다.

한편, 학교재단이 학생들을 고소했다는 소식을 접한 학생들은 학교 측에 대한 대대적인 반격을 시작했다.

(* 다음 편에서 계속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의 일부는 김동규 시민기자의 개인 브런치(https://brunch.co.kr/@1980may18#articles)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명진고등학교, #도연학원, #명진고사학비리, #사립학교비리, #광주광산구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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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에 대해 고민하며 광주의 오늘을 살아갑니다. 페이스북 페이지 '광주의 오월을 기억해주세요'를 운영하며, 이로 인해 2019년에 5·18언론상을 수상한 것을 인생에 다시 없을 영광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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