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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마포구의회 본회의장에서 제239회 서울특별시 마포구의회 1차 정례회 본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26일, 마포구의회 본회의장에서 제239회 서울특별시 마포구의회 1차 정례회 본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 마포구의회
 
주민자치회 시범운영 범위 확대를 골자로 하는 조례 개정안을 졸속 심의로 부결시켰다는 비판을 받은 마포구의회가 일부 내용을 수정한 조례 개정안을 의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수정된 내용이 원안보다 후퇴한 것으로 알려져 지역 사회 비판 여론은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마포구의회(의장 이필례)는 지난 25일 본회의를 열어 서울특별시 마포구 주민자치회 시범실시 및 설치‧운영에 관한 조례(아래 주민자치회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비롯한 32개 안건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본회의에 앞서 지난 24일 마포구의회 행정건설위원회(위원장 조영덕)는 회의를 열어 주민자치회 조례 개정안을 상정하고 안건 심사 절차를 진행했다. 지난 4월 21일 주민자치회 조례 개정안 부결에 대한 지역사회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재심의를 위한 '원 포인트' 회의를 개최한 것이다. 
 
 서울특별시 마포구의회 행정건설위원회 회의에 참석하여 발언하고 있는 미래통합당 강명숙(서교동·망원1동) 구의원.
서울특별시 마포구의회 행정건설위원회 회의에 참석하여 발언하고 있는 미래통합당 강명숙(서교동·망원1동) 구의원. ⓒ 마포구의회

주민자치 확대 위한 제도의 '주민 대표한다' 규정 삭제한 마포구의회

이 자리에서 강명숙 미래통합당 구의원(서교동‧망원1동)은 "주민자치회와 주민자치회 위원이 주민을 대표한다"는 표현을 삭제하고, 주민자치회 시범운영 범위를 현재 시행 중인 5개 동으로 조례에 명시하는 내용과 함께, 회장 임기를 2년 단임제로 정하는 한편, 2021년 12월 31일까지로 시한을 정하자면서 조례안을 수정 발의했다. 

이와 같은 수정 발의안은 당초 마포구청장이 마포구의회에 제출한 원안보다 주민자치 보장 측면에서 후퇴한 것으로 평가된다. 원안을 살펴보면 주민자치회 시범운영 범위를 현재 5개 동에서 마포구 관내 전체 동으로 확대하고, 회장 임기는 2년으로 하되 주민자치회 의결을 거쳐 1회 연임이 가능하도록 했으며, 별도의 조례 효력 만료 시기를 두지 않았다. 

마포구의회 행정건설위원회 위원장이 수정안에 대한 집행부 입장을 묻자, 마포구청 자치행정과장은 "강명숙 위원님께서 '주민을 대표하여' 문구 삭제는 저희도 놓친 부분인데 지적해주셔서 감사하다"라며 주민자치회의 대표성 명시 규정 삭제에 동의 입장을 표했다.

마포구청 "선거 안 거치기 때문에 주민대표로 볼 수 없다", 그런데

해당 과장은 주민 대표성 명시 규정 삭제 취지를 묻는 기자에게 "주민자치회 위원은 구의원 등과 달리 주민 전체가 참여하는 절차를 거쳐 선발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주민을 대표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라고 답변했다.

그러나 서울 지역 다른 자치구의 사례를 살펴보더라도 위 수정안과 같은 내용을 담은 조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주민자치회 관련 조례를 제정한 서울 지역 22개 자치구 중 주민자치회의 대표성을 명시하지 않은 조례는 단 하나도 없다. 제도 특성상 주민자치회는 다양한 계층의 주민이 참여하는 동 단위 지역사회 주민대표기구로 설계돼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서울시가 발간한 '서울형 주민자치회 시범사업 매뉴얼'에 따르면, 주민자치회는 단체부문(40%)과 개인부문(60%)을 나눠 공개 추첨을 통해 위원을 선발하고 있다. 다양한 연령의 주민 참여를 보장하고 성별 균형을 맞추기 위해, 추첨 시 40대 이하가 15% 이상 되도록 하고, 특정 성별이 60% 이상으로 구성되지 않도록 하는 가이드라인까지 두고 있다. 또한 법이나 조례에서 정하는 해촉 사유가 발생한 경우 주민자치회가 직접 해촉하도록 규정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절차는 기존 주민자치위원회 제도의 한계를 극복하고 실질적 주민 대표성을 확보하기 위해 마련됐다. 주민자치위원회의 경우, 관변단체 중심의 추천과 심의를 통해서만 위원 선출이 이뤄져 실질적으로 주민 대표성을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따라서 주민자치회의 위원 선출 방식은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풀뿌리 민주주의 보장을 위한 제도적 장치라고 할 수 있는데, 이를 가리켜 마포구의회가 주민자치회의 주민 대표성 명시 규정을 삭제한 것이다. 주민자치회 시범운영 보장과 확대를 통해 지역 주민의 자치력을 증진하겠다는 조례 원안의 취지가 무색해진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도의 특성과 취지를 고려하지 않은 채, 마포구의회 행정건설위원회는 곧바로 강명숙 구의원의 수정안을 반영한 주민자치회 조례 개정안을 의결했다. 해당 개정안은 본회의에서 별다른 이의 없이 그대로 가결되었다.  
 
 26일 정의당 마포구지역위원회가 발표한 성명서 갈무리.
26일 정의당 마포구지역위원회가 발표한 성명서 갈무리. ⓒ 정의당 마포구지역위원회

마포 정의당 "조례 '누더기' 만든 마포구의회, 누구 위해 정치하나"

지역 사회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게 분출되고 있다. 지난 10일 논평을 통해 주민자치회 조례 개정안 부결에 유감을 표명하며 문제 제기에 나선 정의당 마포구지역위원회(위원장 오현주)는 26일 비판 논평을 발표하고, 수정된 조례 개정안에 대해 규탄의 목소리를 냈다. 

정의당 마포구지역위원회는 "마포구 주민자치회 조례는 '누더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크게 후퇴됐다. 주민자치를 후퇴시킨 장본인이 바로 주민들이 선출한 마포구의회라는 점에서 '도대체 누구를 위해 정치를 하는지' 마포구의회에 묻고 싶다"라고 꼬집었다.

이어서 정의당 마포구지역위원회는 주민자치회 조례 개정안을 '개악'이라고 평가하면서 해당 개정안의 통과 배경에 거대 양당 중심의 관성적 의회 운영 구조가 있음을 지적, "주민들은 마포구의 거대 양당이 상호 견제를 통한 정책 경쟁 없이 기득권 나눠먹기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있며 우려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향후 행보와 관련해 정의당 마포구지역위원회는 "주민들과 함께 풀뿌리 민주주의 주민자치를 확대하는 길에 앞장설 것"이라며 "마포구의회의 주민자치회 조례 개악을 규탄하며, 주민이 주인되는 마포구를 위해 움직이는 지역시민사회와 마을 공동체에 간절한 연대의 손길을 내민다"라고 밝혔다. 

한편 마포구의회가 주민자치회 조례 개정안을 의결함에 따라, 당초 시범운영 중이던 5개 동 주민자치회는 내년 말까지 계획된 활동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조례 개정을 통해 주민 대표성 명시 규정이 삭제되고, 시범 운영 범위 확대가 사실상 봉쇄됨에 따라, '마포구의회가 풀뿌리 민주주의 보장에 역행하고 있다'는 지역 사회의 비판이 계속되며 갈등을 초래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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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구의회, 주민자치회 조례 개정안 졸속 심의 후 부결... 지역사회 '반발'

#마포구의회#마포구청#주민자치회#강명숙#정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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