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담장이 사라진 대구 삼덕동에는 해바다 5월이면 마을 주민들이 모여 '머머리섬 축제'를 연다.
 담장이 사라진 대구 삼덕동에는 해바다 5월이면 마을 주민들이 모여 "머머리섬 축제"를 연다.
ⓒ 조정훈

관련사진보기

 
담장허물기의 원조는 김경민 YMCA 전국연맹 사무총장이다. 그는 대구 중구 삼덕동 소재의 본인 자택담장을 처음으로 허물고 정원을 조성하였다. 대구에서 시작한 이 사업은 전국의 지자체에서 관공서와 주택, 건물의 담장 허물기로 확대되었다.

김 사무총장은 허물어진 담장대신 식물을 심어 근린공원을 조성하고 공동체 문화 조성과 화합을 위해 노력했다.

경북대는 2015년부터 담장을 허물면서 현재 캠퍼스는 주민들을 위한 공원으로도 함께 사용되고 있다.

박종화 경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캠퍼스 크기인 23~24만평 공원을 지으려면 수조원대의 예산을 투입해야 하지만, 있던 공간을 공적으로 이용하면서 비용은 줄이면서 많은 사람들이 유입됐고, 오히려 캠퍼스 내의 안전까지 확보됐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개인주택 등에서의 담장 허물기 또한 조경 비용이나 쓰레기 수거 비용 등의 적은 비용으로 공동체의식 함양, 도시미관 개선, 범죄율 저하 등의 큰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담장허물기 사업이 'MIT-UE' 모델이라며 "사람들은 가까워지고 직접 만나면(meet), 상호작용(interaction)하면서 대화(talk)가 가능한데, 이때 비로소 이해(understand)와 공감(empathy)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담장 허물기 사업은 단순히 사적공간의 공공활용을 넘어, 주민들이 이웃과 이해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제3의 공간을 만드는 과정입니다. 어렵고 거창한 사업이 아니라 환경의 조그만 변화가 사람들의 인식과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업이라는 것이죠."

담장 허물기 사업의 효과를 높이는 것은 담장을 허문 후의 공간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에 대한 고민이었다. 그 공간은 예술 나눔의 장으로도, 생활편의 시설로서도 변화가 가능했다.

대구 삼덕동은 담장을 허문 후 정원을 꾸몄다. 이로 인해, 삼덕동에서 아이들이 마음껏 정원을 노니는 모습과 주민들이 서로 가볍게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자연스러워졌다.

이 뿐만 아니라 '꾸러기 환경 그림대회'도 개최해 지역사회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또한 매년 큰 규모로 개최되고 있는 '세상의 큰 흐름에 밀려나지 않고 남아 있는 공동체'라는 의미의 인형마임축제 '머머리섬축제'도 열린다.
 
담장을 허물고 그린파킹 사업으로 공간이 생겼다.
 담장을 허물고 그린파킹 사업으로 공간이 생겼다.
ⓒ 다방

관련사진보기

  
담장 허물기 사업은 소통을 넘어 생활편의 개선부분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서울시에서는 담장 허물기 사업을 벤치마킹해 지난 2004년 '그린파킹(Green Parking)' 사업을 추진했다.

주인은 주차공간을 원하는 사용자에게 사용료를 받고 빌려줄 수 있고, 사용자들은 부족했던 주차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그린파킹사업은 저비용으로 단기간 내 주차장 확보가 가능졌다.

또한 마을 공동체 의식 회복과 차량 소유자 스스로 주차장을 확보하여야 한다는 새로운 주차문화 형성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이 사업은 서울시가 IoT 센서를 새롭게 도입하면서 주민들의 참여를 더욱 유도하고, 경제적 효율을 고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담장 허물기 사업은 공동체 문화를 활성화하는 등 선순환을 불러오는 사업이지만, 단순히 담장을 허무는 행위를 넘어 그 이후의 행보가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담장을 허문 후 주민들과 친밀도가 높아진 상태에서 정부나 지자체가 상생할 수 있는 문화시설이나 편의시설 등을 공급한다면 효율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된다.

담장을 허문 공간에 마을 도서관이 생긴다면, 아이들은 도서관에서 독서와 공부를 하고, 그리고 도서관이 제공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누릴 수 있다. 고등학생이나 대학생은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가르치면서 멘토 역할을 할 수 있고, 어른들은 대학생을 대상으로 인생의 멘토가 되어줄 수 있다.

담장허물기는 단순히 정부와 시민단체만의 노력이 아닌 시민들이 함께 참여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담장허물기를 통해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고 정을 나눌 수 있다. 작은 공간이 서로를 잇게 하는 끈이 되는 것이다.

담장은 구역을 나누는 용도이기도 하지만 사람과 사람 간 이질감을 형성하는 커다란 선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담장허물기 사업이 단순히 눈에 보이는 커다란 담을 허무는 것이 아니라 서로 모이고 소통하고 정을 나누는 장소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다방(곽예원, 김우성, 정규빈, 조용준, 최수인)

태그:#담장허물기, #대구YMCA, #경진대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구주재. 오늘도 의미있고 즐거운 하루를 희망합니다. <오마이뉴스>의 10만인클럽 회원이 되어 주세요.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