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는 법무부 이민조사과장 반재열입니다.
최근 오마이뉴스에 한 시민기자가 "2019. 12. 11. 법무부에서 발표한 「선순환 불법체류 외국인 관리 대책」이 자진출국 신고자에게 취업비자를 주지 않아 실효성이 없고 현재의 불법체류 외국인은 정부 개방정책이 실패한 결과이므로 합법화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장하였다.
주장대로 불법체류 외국인을 합법적인 취업자격으로 전환시켜 준다면 외관상으로는 불법체류 외국인 문제가 일시 해결된 것으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2019년 12월 발표한 통계청자료에 따르면 국내에는 비전문취업(E-9) 26만 명, 재외동포(F-4) 19만 명, 방문취업(H-2) 16만 명 등 총 86만 3천 명의 외국인력이 취업하고 있고, 국내 노동시장 보호를 위해 외국인력의 쿼터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 현실에서 법 위반을 한 39만 명이나 되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무조건 합법화를 주장하는 것은 국내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수용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또한, 그동안 어렵게 규정을 지키면서 합법체류를 하고 있거나 이미 자진출국 한 외국인의 입장에서는 합법화는 형평성에 반하는 것이다. 합법화조치는 결과적으로 외국인들에게 한국에서는 버티면 다 구제해 주는데 굳이 힘들게 법(약속)을 지킬 필요가 없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가능성이 크다.
2004년 8월 고용허가제 도입을 앞두고 정부는 산업현장의 일시적인 인력공백 발생을 염려하여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부칙에 근거하여 합법화를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체류기간이 만료되자 대부분 다시 불법체류로 전락하였고, 오히려 또 다른 합법화에 대한 기대로 신규 불법체류 외국인이 대거 유입되는 부작용이 초래되었다.
현재 39만 여명의 불법체류 외국인이 있고, 그 중 대부분은 취업자격이 아닌 사증면제나 관광통과 등 무사증(전체 불법체류 외국인의 52.8% 차지)으로 입국 후 법(약속)을 지키지 않고 불법체류 한 것이다.
무사증 입국허용 국가가 무려 112개국이고 그 중 상당수가 1인당 GNP가 1만 불 이하인 점을 감안할 때, 이들을 합법화를 한다면 또 다른 기대심리로 향후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의 신규 불법체류 외국인의 유입이 가속화 될 것이다. 그리고 이를 막기 위해서 입국심사를 강화할 수밖에 없는데 그 과정에서 해당국과의 외교적 마찰을 초래할 수 있다.
이번 대책과 관련하여 현장방문 설명회, 사업장방문 계도활동, 홈페이지·페이스북 등 온·오프라인의 각종 채널을 통해 대대적인 홍보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과거와 달리 일일이 해당국 언어로 번역하여 각종 홈페이지나 SNS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파되고 있기 때문에 무지를 이용하는 브로커의 개입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하지만 만약에 있을지도 모르는 브로커 활동을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적발 시에는 엄단할 예정이다.
또한 그 동안 단속과 추방의 주 대상이 동남아 출신으로 한정되었다고 하나, 그것은 동남아인들의 불법체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고 단속을 요청하는 민원제보도 이들에 집중되기 때문이지 국적과 피부색에 따라 법 집행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 태국, 중국, 베트남, 몽골, 필리핀 등 5개국이 전체 불법체류 외국인의 80% 차지
불법체류 외국인이 합법체류 외국인에 비해 범죄율이 낮다고 주장하나,그 수치만을 단순비교 하는 것은 곤란하며, 특히 합법체류 외국인보다 불법체류 외국인의 살인, 강도 등 강력범죄의 비율이 훨씬 높은 현실에서 정부로서는 국민 안전을 위해 체류질서 확립에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
캐나다의 저명한 다문화주의학자 킴리카는 "어떤 나라가 다수의 불법 이민자나 정치적 망명 신청자의 유입에 직면했을 때 사람들이 적절한 국경 통제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느끼면 다문화주의는 더욱 비판적인 논쟁이 된다"고 하였다. 국경관리와 이민정책에 있어서 인도주의적 접근만을 할 경우에는 자칫 감당하기 어려운 부작용이 초래되어, 미래 세대에 부담이 되거나 국민의 반외국인 정서가 더 커질 수도 있다.
이번 정책에 한계가 전혀 없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합법인력제도의 틀 내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이지, 무조건적인 합법화 등을 통해 기존 제도의 틀을 무너뜨리는 것은 더 큰 문제가 초래될 것으로 생각한다.
아무쪼록 이번 기회에 조속히 자진출국하여 불법체류로 인한 그동안의 불안이나 인권 침해 우려를 벗어 버리고 합법체류 외국인으로 당당하게 비자를 받고 대한민국에 입국하여 다시 만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