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시의 반려동물보호센터(이하 청주동물센터) 수탁운영자였던 A수의사의 동물보호법 위반 고발사건에 대한 청주지검의 처분결과를 놓고 동물보호단체에서 반발하고 있다.
당초 고발장에서 제기한 6가지 혐의점에 대해 모두 증거불충분 불기소 처분하고 보호견의 냉동고 유기혐의에 대해서만 약식명령을 청구했기 때문이다. 동물보호단체측에서는 동물 학대·살생 사건 피의자가 실형을 받는 경우가 드물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흥덕구 강내면 태성리에 위치한 청주동물센터는 2016년 12월 개관 당시 1개월만에 첫 수탁자가 자진 포기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후 A수의사가 수탁운영자로 계약해 센터장을 맡아 운영하게 됐다.
하지만 자원봉사자들로부터 청주동물센터의 유기동물 보호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다. 이어 동물보호단체가 동물학대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고 언론보도가 이어지자 지난해 8월 A 전 센터장은 수탁포기서를 청주시에 제출했다.
지난해 8월 한국유기동물복지협회 충북본부 측이 작성한 경찰 고발장의 동물학대 혐의내용은 5가지다. 우선 살아있는 유기견을 냉동고에 넣어 얼어죽게 했고 유기견을 폭염 아래 방치해 열사병으로 죽었다는 주장이다. 이밖에 마취제를 사용하지 않고 다른 동물들이 보는 가운데 안락사를 시켰고 입양서류 없이 지인에게 무단으로 유기견 10여 마리를 건네주었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최근 청주지검이 발급한 불기소 결정문 내용에 따르면 에어컨이 없는 차량으로 유기견을 운반한 상황에 대해 동물학대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차량에 냉방장치가 없다보니 여름철에 덮개를 열어 공기를 순환토록 한 점, 청주시에 냉방차량 지원을 요청해 둔 점에 비추어 학대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유기견을 폭염에 방치해 열사병으로 죽게 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피의자(A 전 센터장)가 '더위 및 직사광선을 피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동물학대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당시 '대형견 60마리가 넘게 들어와 견사에 넣어 보호할 수 없는 상황에서 마당에 차광막을 쳐서 그늘을 만들어주었다'는 직원들의 진술을 그대로 인정했다. 이밖에 올무에 다리가 걸려 다친 개를 한겨울에 차안 트렁크에 방치해 학대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증거불충분 혐의없음으로 판단했다.
A 전 센터장은 "개가 올무에 걸려 부상이 심해 안락사 대상으로 판단하고 대기하는 과정에서 트렁크에 보관했을 뿐 동물학대는 아니다"고 부인했다는 것. 이에 대해 검찰은 "수의사인 피고인이 수의학적 처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A 전 센터장의 진술을 인정했다. 유기견 10마리를 지인에게 무단 양도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조사결과 3명에게 입양시킨 서류를 제출해 역시 혐의없음 결론을 내렸다.
자원봉사자보다 직원 진술 채택
마취제를 주사하지 않고 다른 동물들이 보는 상황에서 안락사를 시켰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센터직원과 청주시청 축산과 공무원들의 진술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센터직원들은 "피의자가 안락사를 자주하진 않았고 마취제를 주사한 것 같다. 다른 동물이 보는 가운데 잔인하게 안락사 시키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또한 축산과 공무원은 "다른 센터에 비해 안락사 수가 적은 편"이라고 진술했고 결국 검찰은 동물학대를 주장한 자원봉사자들의 진술을 배척한 셈이다. 또한 A 전 센터장이 안락사 때 사용한 T61 주사액에 마취성분이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T61 수입판매사의 설명서에는 '대상 동물이 의식이 있는 경우 반드시 전마취 처치를 통해 진정 및 마취상태를 확인한 후 사용할 것'이라고 명시해 전마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가장 큰 논란거리였던 살아있는 유기견을 냉동고에 넣어 얼어죽게 했다는 혐의점에 대해서는 검찰이 유일하게 혐의를 인정했다. 혐의내용은 지난 2017년 7월께 안락사시킨 개가 3일 뒤 냉동고에 살아있는 채 발견됐으나 그대로 방치해 결국 숨지게 됐다는 것이었다.
작년 8월 본보 취재당시 A 전 센터장은 "안락사시킨 개가 냉동고에서 3일간 살아있었다는 얘기를 직원에게 들은 적은 있지만 보진 못했다. 당시 고용한 수의사가 안락사 시술을 맡았던 케이스다. 개체 특성에 따른 예외적인 사례라고 할 수밖에 없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당시 자원봉사 활동을 했던 모씨는 "냉동고에서 개가 살아난 사건은 보조 수의사를 고용하기 2개월 전에 벌어진 일"이라며 A 전 센터장의 해명을 반박했다. 자원봉사자 모씨는 이 문제로 A 전 센터장과 논쟁을 벌였고 당시 녹취파일을 수사기관에 제출하기도 했다. 결국 이같은 증거자료를 바탕으로 혐의를 인정했으나 처벌수위는 정식기소가 아닌 벌금형의 약식명령 청구였다.
이에 대해 광주동물보호협회 '위드' 임용관 대표는 "지난해 청주동물센터에서 벌어진 동물학대 사건과 관련해 민간보호단체들의 연대활동에 참여했기 때문에 잘 알고 있다. 청주 사건은 생명을 최우선으로 해야 할 수의사가 살아있는 동물을 냉동고에 그대로 방치해 죽게 해 충격적이다. 동물보호법을 지켜야 할 전문가가 생명존중의 기본원칙을 훼손하고 동물학대 행위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검찰이 대부분의 혐의에 면죄부를 주고 냉동고 혐의도 약식명령 처분에 그친 것은 국민의 법감정을 무시한 처사로 매우 실망스럽다. 해당 수의사를 법정에 세워 고발인이 제시한 여러가지 증거를 바탕으로 사법부의 공개적인 검증을 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 검찰 불기소처분에 대한 항고와 함께 변호사를 선임해 법원에서 진실을 가릴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이미 많은 분들이 변호사 선임을 위한 모금운동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A 전 센터장도 냉동고 방치 혐의에 대한 약식명령 처분에 항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근 취재진과 통화에서 "그들의 주장이 사실과 다른 일방적인 것이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라고 본다. 냉동고 사건도 나와는 관련이 없는 것인데 약식명령 처분을 내린 것은 유감이다. 이 부분은 항고해 진실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동물학대 범죄 징역형 받아도 대부분 집행유예
동물보호법 처벌 규정 강화 불구 '생명체' 아닌 '소유물' 인식
최근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실이 법무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2017년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선고받은 사람은 84명이었다. 이 중 15명에게 징역형이 선고됐지만 13명이 집행유예로 실형을 면했다. 2018년 이후 올해 6월까지는 69명이 1심 선고를 받았고 이 중 9명에게 징역형이 선고됐지만, 실형을 선고받은 이는 2명뿐이다. 동물학대죄로 구속영장이 발부되는 사례도 없었고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된 사건들도 대체로 벌금형으로 마무리됐다.
지난 2월 강원도 강릉에 사는 한 여성은 식분증(변을 먹는 증세)이 있는 애완견을 환불하겠다며 애견숍에서 강아지를 던져 뇌출혈로 죽게 했다. 하지만 가해자는 지난 5월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1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동물을 학대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돼 있다. 기존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었으나 지난해 3월부터 2배로 강화된 셈이다.
하지만 양형 기준이 높아졌는데도 실형 선고율이 여전히 높지 않은 게 현실이다. 동물보호법에 상해와 살해를 따로 구분하지 않은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동일하게 '동물을 학대한 자'로 묶지말고 상해와 살해를 따로 규정해 살해 혐의는 가중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는 "아직도 반려동물을 생명체가 아닌 사람의 소유물로 취급하는 사회적 인식이 있다. 그러다보니 동물학대 범죄를 심각하게 보지않는 경향이 사법기관에도 남아 있다고 본다. 법적으로 '솜방망이' 처벌을 하다보니 심지어 유튜브 생방송 중에 동물학대 장면이 중계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국민의 요구에 따라 강화된 법조항의 취지를 사법부가 적극적으로 실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북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