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더페스타의 공식 입장문을 통해 유벤투스의 계약 불이행 사실이 밝혀졌다. 핵심내용은 세 가지다. 더페스타는 26일 팀K리그와 유벤투스의 경기에 호날두 부상 등의 예외 사항이 아닌 이상 45분 출전이 의무라는 조항이 계약서에 삽입돼 있었다, 본래 유벤투스는 2박 3일 방문 일정이었으나 유벤투스 측의 요구에 따라 당일 일정으로 바꿨다, 이번 일로 강력하게 항의할 것이다 등이다. 

유벤투스가 공식 입장문을 내지는 않았지만, 경기 후 사리 감독의 발언과 더페스타의 입장문, 경기장에서 유벤투스의 행태를 종합해보면 이번 경기 논란에 대한 진실이 보인다. 

명백한 계약 불이행
 
 만원 관중이 운집하며 '최고의 이벤트'로 기억될 수 있었던 유벤투스의 방한은 '노쇼' 논란과 함께 최악의 이벤트로 변했다.

만원 관중이 운집하며 '최고의 이벤트'로 기억될 수 있었던 유벤투스의 방한은 '노쇼' 논란과 함께 최악의 이벤트로 변했다. ⓒ 이종석

 
분명한 건 호날두의 경기 미출전은 일단 계약 불이행이라는 사실. 사전 팬미팅도 빠졌고, 출전 선수 명단에 포함돼 있었음에도 워밍업조차 하지 않았다. 만약 출전이 불가한 상황이었다 해도 필드 순회, 인사말 등 약간의 팬서비스도 없었다는 건 그만큼 아쉬운 대목이다. 팬들은 그저 45분 출전 규정에 속아 오매불망 호날두의 출전을 기다리며 전광판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사실 호날두의 미출전은 모두가 예상하지 못한 부분이다. 연맹도, 주최사도, 팬도 모두 예상치 못했다. 난징에서 열린 인터밀란과의 경기에서 풀타임을 소화한 뒤 팬미팅까지 참석한 호날두였기에 어쩌면 한국에서의 출전이 사실상 불가능했을 수도 있다. 통상적으로 경기 출전 이후 선수들은 2~3일의 회복 기간을 가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호날두는 34세의 비교적 노장이다. 호날두의 피로도가 높았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호날두 결장이 전날 예상돼 있었다는 사리 감독의 말은 수기로 작성된 엔트리 종이가 나오면서 변명인 걸로 밝혀졌다. 만약 호날두의 경기 출전이 애초에 예정에 없었다면 엔트리에 포함돼 벤치에 앉아 팬들의 애간장을 태운 것 자체가 유벤투스의 사기극이 된다.

무리한 일정에 대한 전말도 밝혀졌다. 2박 3일의 일정을 하루로 줄인 것은 연맹이 바꾼 것이 아닌 유벤투스의 요구였다. 주최사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자신감을 표현했던 유벤투스의 요구조건에 따른 일정은 결국 팬미팅 행사 축소, 경기 지연, '노쇼' 촌극을 만들었다.
 
항의 요구? 팬도 무시했는데

더페스타의 입장문은 유벤투스 구단에 주최사가 돈을 주고도 끌려다녔다는 비판도 피하기 힘들다. 구단에 흔들려 요구조건을 수용했고, 계약을 맺었음에도 사실상 계약 파기 형태로 일이 진행됐다. 더페스타 대표 로빈장은 한 매체와 인터뷰를 통해 "경기 중에도 항의했음에도 유벤투스는 호날두 출전은 불가하며 위약금을 물어낸다는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이 정도면 과연 주최사가 아무리 항의하더라도 과연 유벤투스가 사과문과 함께 어떤 조처를 할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팬도 무시했고, 경기 당일 계약사항을 위반하고도 당당히 "위약금을 내겠다"고 말하는 유벤투스를 상대로 위약금 외에 다른 걸 얻어낼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이미 호날두는 27일 SNS에 운동하며 휴가를 즐기는 모습을 게시하며 26일 내용에 대해 전혀 무신경한 반응을 보였다. 유벤투스도 침묵하고 있다. 일련의 사태에 대해 이들은 계속 침묵할 가능성이 크다.

발을 맞춘 지 이틀 만에 좋은 경기력으로 유벤투스와 3-3 무승부를 이끌어 낸 팀K리그의 높은 수준을 확인했지만 이들은 주목받지 못했다. 모든 관심은 호날두에게 쏠렸다. 조현우의 연속 선방, 세장야를 비롯한 해외 용병선수들의 화려한 골, 그리고 세밀하게 이어간 볼 전개와 마무리 등. 수준 높은 경기를 보인 K리그 선수들은 뒷전이었다. 본래 호날두가 출전해 이런 결과를 만들어냈다면 모두가 주목받았을 것이다.
 
 전반전에 호날두를 연호했던 팬들은 후반전에는 야유와 함께 "메시"를 연호하기 까지 했다.

전반전에 호날두를 연호했던 팬들은 후반전에는 야유와 함께 "메시"를 연호하기 까지 했다. ⓒ 이종석

 
가장 큰 피해를 본 건 팬들이었다. 호날두라는 이름에 유벤투스 팬이 아니어도 경기장을 찾은 팬들이 많았을 것이다. 경기장에는 유벤투스는 물론, 레알 마드리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 호날두의 이름을 새긴 각종 유니폼이 등장했다. 사연도 다양했다. 호날두를 보기 위해 거액을 주고 티켓을 구매한 팬들은 물론, 지방에서 숙박을 잡아가며 올라온 가족, 해외에서 호날두를 보기 위해 유학 중에 입국한 부모와 아이도 있었다. 심지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투병 중인 남동생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한 달 월급을 쏟아 부어 VIP 티켓을 산 여성도 있었다.

이들에게 남은 건 결국 상처였다. 26일 경기로 많은 팬들이 마음을 다쳤지만 유벤투스 입지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포브스> 등 해외 언론이 팬 기만행위에 대해 보도했음에도, 팬들이 계정에 비난 댓글을 쏟아내고 있음에도 별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TV 앞에 앉은, 경기장을 찾은 팬들만 상처 입은 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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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벤투스 호날두 팀K리그 노쇼 날강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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