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4.29 17:42최종 업데이트 19.04.29 17:42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기관으로부터 안전과 인생을 빼앗긴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의 잘못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범죄자가 되었던 이들이 스스로의 노력으로 진실을 밝혀냈습니다. 그리고 사과 없는 국가를 대신해 스스로 자신을 기념하는 '이상한 집'을 지으려 합니다. 그 이상한 집의 이름은 '수상한 집'. 지금 제주에서 벌어지는 수상한 일을 채워줄 수 있도록 함께해주세요.[편집자말]
수상한 집은 참으로 이상한 점이 많습니다. 그래서 더욱 수상합니다.

먼저 이 집은 집이 집을 품고 있습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원래 강광보 선생님이 사시던 집을 기념관으로 보존하기로 하면서 그 위에 새로운 3층 건물을 덧씌운 방식입니다. 그래서 옛 건물을 새로운 건물이 품고 있는 모습입니다. 그것은 과거와 현재와의 시간이 교차하는 역사의 흐름을 보여주고 싶었던 의도였습니다.


기념관으로 사용하는 강광보 선생님의 원래 집은 강광보님이 감옥에 있을 당시 강광보님의 아버님이 지으신 건물이라고 합니다. 감옥에서 나오면 그래도 누울 공간은 있어야 한다는 아버지의 마음이 담긴 공간입니다. 그리고 이 공간에서 강광보님은 자신의 재심을 위해 싸웠습니다. 그리고 결국 자신의 누명을 벗고 무죄라는 정의를 이뤘습니다.

스스로 '빨갱이'인지 테스트해 볼 수도
 

'수상한 집'은 강광보 선생님이 살고 있던 집을 그대로 품고 있다. ⓒ 수상한집

 
이 기념관은 현재도 건강하게 살아있는 사람들을 기념하는 공간입니다. 강광보님의 예전 건물이 과거를 기억하는 기념관으로 사용된다면, 그 옆에 강광보님이 지내실 새로운 방이 만들어집니다. 기념관을 만든 주인이자 스스로 기념관을 시민들에게 알릴 안내자이기도 합니다. 그곳에서 기념관을 함께 운영하며 그곳을 방문하는 분들께 때때로 안내도 할 예정입니다. 

기념관 1층에 들어서면 맨 먼저 카페를 마주하실 겁니다. 이 카페는 수상한 집의 입구가 됩니다. 이곳에서 그 어느 곳에도 뒤지지 않는 훌륭한 커피와 음료를 드실 수 있습니다. 특히 이곳의 음료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일반 음료와 '수상한 음료'입니다.

'수상한 음료'에는 기념관을 둘러보시는 분들이 기념관에 기부하는 금액 2천 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물론 일반음료를 드신 분들이 기념관을 둘러보신다고 제지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방문하시는 분의 뜻에 맡기는 것이니까요.

이곳에서는 '수상한 집' 만의 시그니처 음료를 만날 수 있습니다. 제주에서 함께 조작간첩으로 피해를 본 김태주, 오경대님이 재배하신 한라봉이나 감귤로 만든 '수상한 음료'들입니다. 맛은 물론 어마어마하겠죠?

주문은 별도의 주문서에 작성하셔야 합니다. 난수표처럼 생긴 주문서에 각 음료의 번호를 '마킹'하신 뒤 그것을 바리스타에게 전달하면 바리스타는 그것을 확인한 뒤 확인 도장을 찍어줍니다. 그건 영수증이기도 하며 기념관의 입장권이기도 합니다. 소중히 간직해 주세요. 음료를 기다리는 동안 입구에 비치된 작은 서적이나 팸플릿을 읽어보셔도 좋습니다.

드디어 음료를 받았다면 천천히 수상한 집을 둘러보실 수 있습니다. 강광보님의 삶, 그리고 4.3과 제주 조작간첩 피해자들의 이야기, 우리 사회에 아직도 남아있는 레드컴플렉스의 흔적을 천천히 둘러보실 수 있습니다. 기념관 작은 방에서는 관람객이 스스로 '빨갱이'인지를 측정해 볼 수 있는 테스트지가 있어요. 나도 간첩이 될 수 있는지 확인해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죠? 하하.

1층을 모두 둘러보셨다면 2층으로 올라가보세요.

2층에는 조금 넓은 거실공간과 외부로 연결된 테라스 공간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곳에는 숙박시설이 있습니다.

먼저 거실 공간은 여러 명이 모여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곳입니다. 그리고 벽면에는 기념관의 전시물과 책자가 비치되어 있으니 자유롭게 읽거나 감상할 수 있습니다. 작은 모임을 가져도 좋을 만한 공간입니다. 아울러 테라스는 한라산과 하늘이 열리는 공간입니다. 햇빛과 바람, 소리가 연결되는 공간입니다. 자연의 소리와 빛이 좋다면 이곳에서 차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이곳에는 또 하나의 '수상한' 공간이 있어요. 3층으로 이어지는 공간을 잘 둘러보면 또다른 숨은 공간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또다른 풍경과 마주할 수 있을 겁니다. 천천히, 느긋하게 즐기세요. 

그리고 숙박시설이 있다고 말씀드렸지요? 2층에는 2인이 묵을 수 있는 방이 두 개, 4인 이상이 묵을 수 있는 방이 한 개 준비되어 있습니다. 모두 복층 구조로 되어 있으며 화장실이 별도로 설치되어 있습니다. TV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실망하지 마세요. 제주에서는 자연의 소리가 더 좋을 수 있어요.

2층에서 3층으로 올라가는 숨은 계단이 있습니다. 왜 눈에 잘 띄지 않게 만들어 놨느냐고요? 그야 '수상한 집'이니까요. 계단을 통해 올라가면 3층의 다락방을 만날 수 있습니다. 바다쪽으로 난 창문과 하늘을 향해 열린 창을 볼 수 있습니다. 창을 통해 하늘의 빛과 구름을 봐도 좋고, 설치되어 있는 천체 망원경으로 별을 감상해도 좋습니다. 별자리를 모르면 어때요? 망원경 렌즈를 들여다보는 것만으로 충분히 행복할 것입니다.

여유가 있다면 수상한 집에 준비된 전동 킥보드를 타고 마을을 둘러보세요. 멀지 않은 삼양해수욕장까지는 10여 분이면 가실 수 있을 거예요. 조금 더 과감하게 움직이고 싶다면 전기 자전거를 타고 선흘동백마을이나 4.3평화공원을 찾아가 보는 것도 좋겠죠?  

'수상한 집'이 외롭지 않게 해주세요  
 

강광보 선생님과 변상철 국장이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수상한집

   
수상한 집은 누구의 집도 아닙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집을 시민의 힘으로 운영하려고 합니다. 비영리법인을 설립해 이 소중한 공간을 지키겠습니다. 수익은 피해자와 그 단체를 지원하고, 더 많은 피해자를 기억하는 데 쓸 것입니다. 그러려면 많은 분의 참여가 절실합니다.

수상한 집은 제주에만 그치지 않을 겁니다. 이번에 연 제주의 '수상한 집'은 강광보의 집입니다. 그러나 전국에는 수많은 국가 폭력 피해자가 존재합니다. 그곳마다 수상한 집 한 채씩을 짓는 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터무니없다고요? 터무니없는 일은 그동안 국민들이 늘 당해오던 일 아닌가요? 그러니 터무니없는 일을 상상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지요. 납북어부를 기억하는 군산의 '수상한 집', 월북자 가족을 기억하는 강원도의 '수상한 집', 이런 것이 계속 생기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것이 실현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6월 중순경이면 여러분에게 '수상한 집'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입니다. 많이 와주셔서 '수상한 집'이 외롭지 않게 해주세요. 이곳에 있는 강광보님이 외롭지 않게 해주세요. 제주에 오면 꼭 '수상한 집'을 찾아주세요. 난수 주문표에 '수상한 음료' 한 잔과 더불어 '수상'한 이 공간을 즐겨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당부 말씀. 후원해 주신 분들께는 특별한 선물이 있어요. 반드시 주문 전에 우리들만의 암호를 말씀해 주세요. '저 717이에요'라고요. 717은 광보 선생님이 무죄를 선고받으신 2017년 7월 17을 의미합니다. 그럼 직원이 웃으며 무언가를 건네드릴 겁니다. ^^

뱀발) 이곳에 다 전하지 못한 말은 방송 인터뷰(http://omn.kr/1ixr0)에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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