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오전 11시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이하 JDC) 앞에는 상여소리가 가득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와 거친 바람 속의 상여소리는 제주의 맑은 하늘과 대비되었다. 마치, 제주의 자연과 평화를 지키고자 하는 이들과 제주의 땅을 돈벌이의 수단으로만 여기고 있는 국토교통부의 큰 온도차를 보여주는 듯 했다. JDC 앞에서 죽음의 소리를 튼 이들은 노동당 제주도당 당원들이었다. 이제는 제주를 망가뜨리기만 한 개발을 멈추라는 엄중한 경고의 음악이 장엄하게 흘렀다.
제주의 개발문제는 하루아침의 일이 아니다. 1961년 국토개발계획에 의해 제주는 관광지로 개발되기 시작했다. 1991년, 제주 청년 양용찬 열사가 제주도개발특별법 반대를 외치며 분신했다. 그럼에도, 제주의 토지를 파괴하는 개발은 계속 되었다. 2002년, 정부는 '홍가포르'(홍콩+싱가포르)를 외치며 제주를 국제자유도시로 지정했다. 이어서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이하 제주특별법)의 제정과 함께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했다. 제주특별법으로 인해 제주의 땅을 파헤치며, 제주 주민의 갈등을 부추겨온 난개발은 가속화되고 있다.
JDC의 권한이 무시무시한 '특별법'
제주특별법의 구상은 1998년 경제위기부터 시작되었다. 외환위기로 인해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외국의 자본을 들여 제주의 땅을 파헤치기로 한 것이다. 이름대로 제주특별법은 권한에 있어 '특별'했다. '규제완화'에 관해서는 다른 법률보다 우선하여 적용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름과는 달리 제주도민들의 자치권한은 축소했다. 대표적으로, '효율적인 개발'을 이유로 기초자치단체마저 폐지한 것이다. 제주도민의 삶의 큰 영향을 미칠 개발사업에 대해 제주도민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최소한의 통로마저 막아버린 것이다. 또, 국토교통부 산하에 공기업인 JDC를 설치하고, JDC의 권한에 힘을 실었다. 국가 또는 JDC가 제주에서 개발사업을 시행할 때는, 도지사의 승인 없이 도지사의 의견을 듣고서 시행해도 될 정도로 JDC의 권한이 막강한 것이다.
제147조(개발사업의 시행승인 등)
① 개발사업을 시행하려는 자는 도지사의 시행승인을 받아야 한다. 다만, 개발사업을 시행하려는 자가 국가 또는 개발센터인 경우에는 도지사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JDC, 특별법을 근거로 면세점 등을 통해 막대한 수입 올리며 개발사업 진행해
JDC는 제주에서 3곳의 면세점을 운영하며, 2018년에만 5,157억원의 수익을 냈다. 또, 개발산업도 관광관련 부동산에 집중하면서 제주의 환경파괴와 주민갈등의 원인으로 떠올랐다. 제주지역시민사회를 비롯하여 JDC로 인한 피해를 경험하고 있는 제주도민들은 JDC의 해체 혹은 제주도로 이관을 요구하면서, JDC의 문제는 지난 제주도지사 선거공약에서도 화두가 되었다.
최근, 8개월 간 공석이었던 JDC 이사장직에 문대림 전 도지사후보가 임명되었다. 그는 도지사후보이던 시절, 개발중심에서 사람중심의 국제자유도시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공약한 바 있다. 그는 3월 7일 취임식에서 예래휴양형 주거단지, 헬스케어타운, 녹지국제병원 등 주요 사업을 임기 내에 정상화하겠다며 취임사를 전했다. 제주를 앓게 한 무분별한 난개발을 제대로 된 평가와 반성 없이 이어나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제주도민들의 공동체를 파괴하는 JDC, 이제는 해체해야
문대림 신임 이사장의 취임사를 통해 JDC의 개발 행보가 변함없이 계속 될 것이라는 판단하에 노동당은 13일 JDC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한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은 제주도의 난개발을 반대하기 위해 분신한 양용찬 열사를 추모하면서 시작되었다.
노동당 제주도당 계희삼 위원장은 "평화가 깃들여졌던 마을공동체가 JDC로 인해 파괴되고 있다"라며, 그동안 국토교통부와 JDC가 주민갈등을 부추겨온 사안들을 되짚었다. 신화역사공원, 예례휴양형단지, 영리병원, 제2공항 등 제주도민의 갈등을 심화시켜온 책임이 분명 국토교통부와 JDC에 있음을 힘주어 말했다.
또한, 노동당은 "자본의 이익을 위해 제주의 땅과 자연을 파괴시키고, 그 수익금마저 제주도민에게 돌아오고 있지 않다"며, "JDC는 제주판 동양척식주식회사"라고 규정했다. 이제는 제주와 도민들의 삶을 파괴하는 JDC를 해체할 것을 요구하며, JDC가 제주를 파괴할 수 있도록 허락한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을 생태와 인권, 평화를 지향하는 특별법으로 개정할 것을 촉구했다. 노동당은 제주특별법 및 JDC의 사망선고를 하며 상여소리와 함께 상여를 들고 행진하는 '상여 퍼포먼스'로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이제는, JDC가 제주도민의 염원을 얼마나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보여줄 때다. 도지사 후보이기도 했던 문대림 신임 이사장은 제2공항을 막기 위해 쓰러질 때까지 곡기를 끊고, 한 겨울에도 영리병원을 막기 위해 촛불을 들었던 제주도민의 진심을 제대로 봐야 한다. 병들어간 제주가 자본의 '자유'가 아닌, 바람의 자유를, 생명의 자유를 갈망하고 있는 이 때, 임기 내에 개발사업을 제대로 이행하겠다는 약속대신 제주와 도민의 삶에 평화와 생명이 깃들일 수 있도록 힘을 보태야한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신지혜는 노동당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