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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은 어떨까? 2017년 여름. 소기업·자영업자들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다가 불현듯 뉴욕시가 떠올랐고, 관련 자료들을 검색하면서 이 도시를 직접 방문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시경제의 뿌리를 이루는 소기업 및 자영업자들에 대한 지원 관점에서 뉴욕시를 조망해 본 자료를 거의 본 기억이 없었고, 무엇보다 크고 작은 소기업들이 다양하게 존재하는 메가시티 뉴욕의 지원 생태계를 살펴보는 것은 의미 있는 작업이 될 것 같았다.

그렇게 뉴욕 탐방단을 꾸리게 되었고, 금년 3월 일주일간 뉴욕시를 방문해 소기업들을 지원하는 일을 수행하는 여러 기관들을 돌아볼 수 있었다. 이 지면을 통해 몇 차례에 걸쳐 소개한다...<기자말>

소기업하기 좋은 도시 1위.

신용정보회사 비즈투크레딧(biz2credit)이 발표한 미국에서 소기업하기 가장 좋은 도시 1위(2017년)는 뉴욕이다. 연매출, 대표 신용평가점수, 업력, 현금흐름, 총부채상환비율(DTI), 세금납부 등의 지표를 종합해서 얻은 결과다. 뉴욕시는 기업 평균매출 98만 불, 업력 76월(6년 3개월), 대표 신용점수 646점으로 마이애미, 오스틴, 산호세, 시애틀, 로스앤젤레스 등 쟁쟁한 도시들을 큰 점수 차로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Biz2Credit's 2017 Ranking of The Best Small Biz
 Biz2Credit's 2017 Ranking of The Best Small Biz
ⓒ www.biz2credi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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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들의 창업 열기가 뜨거운 마이애미가 2위, 산학 협력을 바탕으로 테크노시티로 떠오르고 있는 오스틴(텍사스 주)이 3위를 차지했고, 실리콘밸리 입주기업들의 경영성과가 예전 같지 않은지 전년도 1위였던 산호세(san hose)는 4위로 떨어졌다.

뉴욕의 1위 탈환은 경기 호황으로 관광, 음식 및 숙박업, 건설, 부동산 같은 전통적인 강세 업종이 잘 나가고 있는데다가 구글, 애플 등 뉴욕시에 거점을 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의 투자 확대가 시너지 효과를 창출한 덕분으로 풀이된다.

뉴욕시는 소기업들을 위해 어떤 지원 정책을 펴고 있을까?

뉴욕시청 소기업지원국(SBS, Small Business Service)의 레이첼(Rachel Van Tosh) 부국장은 '소기업 우선정책(Small Business First)'을 가장 먼저 꼽았다. 빌 더블라지오(Bill de Blasio) 현 뉴욕시장이 취임 직후부터 추진하고 있는, 문자 그대로 소기업 육성 지원정책이다.

"소기업 우선정책은 한 마디로 소기업들과 시청 간 소통을 강화하고, 기업 활동을 저해하는 각종 규제를 완화해주기 위한 정책 패키지입니다. 뉴욕시에 주소지를 두고 있는 소기업은 누구라도 온라인 계정 하나로 창업에서 폐업까지 사업 운영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와 서비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뉴욕을 소기업들이 사업하기 좋은 도시로 만든다는 목표 아래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려 노력하고 있고,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 정책을 설계하고 있습니다."

현재 뉴욕시에는 23만 3천 개의 소기업이 존재하며 고용 인원은 370만 명 수준이다. 뉴욕시는 시 전역을 순회하면서 소기업, 자영업자, 지역사회 대표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 그룹들과의 만남을 조직화했고 이 과정에서 600개가 넘는 아이디어를 도출, 정책에 반영했다고 한다. 이 중 주된 내용은 각종 규제 완화 및 정비와 관련된 이슈들이다. 창업하기 편리한 환경을 조성하고 각종 규제들을 통합해 사업주들이 관련 내용을 쉽게 인지하고 준수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시간과 비용을 절약토록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뉴욕시 비즈니스 포털에서는 창업 자가진단 서비스 프로그램(step by step), 시가 제공하는 지원서비스 안내(business services), 세제 혜택 및 자격 요건, 인허가 처리 요령, 법규 위반사항 안내 및 벌금 납부에 이르기까지 사업주가 알아야 할 다양한 내용들이 메뉴별로 잘 구성되어 있었다. 또 일상에 바쁜 소기업들을 위해 빠르고 간편하게 필요한 정보를 습득할 수 있도록 모바일(mobile) 접속도 가능토록 하는 등 사용자 편의를 위해 고민한 흔적이 많이 보였다.

뉴욕시청 비지니스 포털 메인화면
 뉴욕시청 비지니스 포털 메인화면
ⓒ www.nyc.gov/busi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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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기업지원국(SBS)의 '주 임무는 무엇인가?' 라고 묻자 소기업, 자영업자들의 사업기반을 강화하여 양질의 일자리(good jobs)를 창출하는 것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어느 나라, 어느 도시, 어느 정부를 막론하고 일자리 문제는 중대한 사안임이 틀림없는 것 같다. 사업기반 강화를 위한 구체적인 정책 내용이 궁금하다고 하자,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존재하지만 핵심은 소기업들에게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도구(tools)와 자원(resources)을 연결해주는 것이라고 한다.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한 도구와 자원을 연결한다. 간명하지만, 중요한 핵심을 담고 있는 명제임이 틀림없다. 우리는 소기업 자영업자들이 필요로 하는 도구와 자원을 잘 연결해주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필요의 크기에 비해 연결되는 자원의 양이 턱없이 부족한 것은 아닐까. 지원기관들은 현장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도구를 찾기 위해 고민하기보다 자신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주고는 만족하고 있는 건 아닐까. 어차피 이곳은 핏빛 전쟁터이고 이들의 흥망성쇠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치부하면서 말이다.

뉴욕시도 연방이나 주 정부와 마찬가지로, 소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한 전달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연방정부가 소기업지원센터(SBDC)와 주 정부가 창업지원센터(EAP Center)와 짝을 이루듯, 뉴욕시 역시 현장 지원기관들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장 지원기관은 크게 3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소기업을 지원하는 자영업지원센터(BSC. Business Solution Center) 8곳, 제조업체를 지원하는 임무를 가진 센터(IBSP) 9곳, 구직 등 경력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센터(WCC) 21곳을 합해 총 38개의 센터를 운영 중이며, 뉴욕시 전역에 고루 분포되어 있다.

현장 지원센터는 민간위탁 방식으로 운영되며, 목표 대비 사업성과를 평가해 보상규모와 재 위탁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고 한다. 연간 목표는 시와 위탁기관 간 협의를 통해 결정되고, 사업 평가 기준은 서비스를 제공받은 기업체 수, 구직 상담을 받은 사람 수 같은 산출(output) 척도가 주를 이루지만, 서비스 지원 후 매출 상승률이나 고용 증가율, 실제 구직에 성공한 비율 같은 성과(outcome) 척도도 포함되어 있었다.

뉴욕시 소기업 현장지원센터 현황
 뉴욕시 소기업 현장지원센터 현황
ⓒ 뉴욕시 소기업지원국(SBS) 소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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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현장의 움직임을 알고 싶어서 브루클린(Brooklyn)에 있는 지원센터(BSC) 한 곳을 방문해 센터 운영과 관련된 설명을 들었다. 지원센터 사업은 소기업 지원(small biz support)을 위한 영역과 경력개발(workforce career)을 위한 영역, 두 개로 구분되어 있었다. 소기업 지원 영역은 융자, 투자자금 알선 등의 금융 지원과 1:1 개인상담, 소그룹 학습, 전문가 멘토링 등 다른 현장 지원기관과 유사한 서비스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었다.

경력개발 영역은 경력단절 상태에 있는 구직자들을 대상으로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실제 구인 구직을 매칭해주는 일이 주 업무다. 우리가 방문한 센터를 포함, 시 전역에 걸쳐서 한 해 동안 약 10만 명의 사람이 지원센터 문을 두드리고 4천 명 정도가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이수한다고 한다. 잘 보이는 위치에 현황판을 걸어놓고 매일 매일의 업무 진척사항을 직원들이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는 센터 운영책임자의 말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Brooklyn Business Solution Center Office
▲ 뉴욕시 자영업지원센터(BSC) 사무실에 걸린 사업추진 현황판 Brooklyn Business Solution Center Office
ⓒ 문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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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시의 소기업 지원체계를 둘러보면서 느낀 것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채널이 유기적으로 잘 작동되고 있다는 점이다. 시가 운영하는 온라인 포털이 소기업들이 알아야 할 정보와 지식을 전달하고 접속자들의 욕구를 확인(monitor)하는 창구 역할을 한다면, 오프라인 전달체계 상에 존재하는 지원센터들은 온라인 채널을 통해 확인된 소기업들의 필요와 욕구를 반영해 보다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거점(base)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온라인 자가진단 프로그램(step by step)을 통해 예비 창업자들이 희망하는 업종과 지역, 사업 규모, 자본금 준비 정도, 창업 애로사항 등의 정보를 축적, 분석한 후 어떤 지원 서비스를 강화해야 하는지, 어느 곳에 지원센터를 신설하면 되는지 등 정책 결정에 활용하는 것이다. 포털 개설 후 현재까지 누적 방문자수는 2백만 명을 넘어섰고, 온라인 계좌(account)를 만든 사람도 8600명에 이른다고 하니 지원정책의 원료가 되는 정보 수집의 채널을 갖춘 셈이다.

이 대목은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소기업 자영업자 정책을 수립함에 있어, 큰 걸림돌 중 하나는 기초정보를 수집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소기업 자영업자 군에 대해 우리가 접하는 정보와 통계란 예를 들면 어느 지역, 어느 업종에 신규 사업자 몇 개가 생겼고, 몇 개가 문을 닫았으며, 매출액 또는 세금신고액수가 줄었는지 늘었는지 등 시장 흐름과 동향을 '사후적으로' 해석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통계수치들은 동향 보고서를 작성하는 데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무엇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고 현장의 기업들이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 등 정작 정책 담당자가 꼭 알아야 할 내용들에 대해서는 아무런 정보도 알려주지 못한다.

건강한 자영업 생태계 구축에 필요한 정보는 빅 데이터(big data)가 아니라 소기업 자영업 종사자들의 생각과 행동을 파악할 수 있는 스몰 데이터(small data)다. 이 자료들을 활용하면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창업 전에 필히 준비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알려줄 수 있고 이를 통해 무리한 창업을 막음은 물론 시장 진출자들의 생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큰 것만 의미 있는 것이 아니다. 작지만 의미 있는 정보들을 수집하는 것도 그 이상으로 중요하다.

뉴욕시에서 음식업(restaurant)을 창업할 경우, 10개 중 9개가 2년 이내에 문을 닫는다고 한다. 2년 생존율이 채 10%가 안 된다는 뜻이다. 뉴욕시와 지원기관들은 이 사실을 잘 알고 있고 따라서 음식업종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당신도 예외일 수 없다'는 경고 메시지를 분명히 보낸다. 당연한 일이지만, 음식업종에 대해서는 금융지원 조건도 까다롭고 제공되는 서비스 내용도 많지 않다. 무리한 창업을 억제해 실패 가능성을 줄이려는 것이다.

뉴욕시 소기업지원국 공무원에게 음식업종 생존율이 10%가 안 된다면 지원부서도 책임이 있지 않는가라고 물었더니, 최종 선택은 본인의 자유이고 선택 후의 책임은 본인이 지는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공적 부문(public sector)의 책임 영역을 어디까지로 바라보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인상적인 답변이었다. 자영업자 생존율이 정치적 쟁점이 되는 우리나라와는 상당히 다른 해석이며 접근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시 우리마을가게 상권분석서비스 메인화면
 서울시 우리마을가게 상권분석서비스 메인화면
ⓒ golmok.seoul.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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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벤처부와 서울시가 각각 운영하는 서비스 패키지 중 상권정보(분석) 시스템이라는 자영업 지원 프로그램이 있다. 업종별 입지분석과 밀집도, 경쟁현황과 수익성 지표 등 권역별 상권정보를 제공해줌으로써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시장 실패율을 제고하려는 정책의 일환이다. 참고로 뉴욕시에는 이런 서비스 프로그램이 존재하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이 만드는 시장 질서를 따르는 것이 옳다고 믿기 때문일까.

뉴욕시청 공무원들과의 미팅을 마치면서 어쩌면 우리나라 소기업 생태계의 미래가 미국보다 더 희망적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은 시장실패를 어쩔 수 없는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우리는 시장의 실패를 보완하고 자영업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수단을 강구하는 일에 저들보다 관심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필요가 혁신을 낳는다는 말처럼, 우리 소기업 자영업자들이 처한 열악한 상황이 더 나은 생태계를 만드는 거름이 될 수 있을 거란 믿음을, 역설적이게도 자본주의의 심장이라 불리는 뉴욕 방문을 통해 얻게 되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뉴욕시 소기업, 자영업자 지원기관을 지난 3월 18일부터 24일까지 방문했습니다.



태그:#뉴욕시, #소상공인 지원, #SMALL BUSINESS SERVICE, #BUSINESS SOLUTION CENTE, #상권분석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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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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