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피츠버그 파이어리츠)는 음주운전 3회 누적으로 인한 취업 비자 발급이 거부되어 1년 반 동안 미국 땅을 밟지 못했다. 클린트 허들 감독이나 다른 동료들과 몇 차례 연락을 취하기는 했지만, 언론이나 팬들의 입장에서 '제한 선수' 강정호는 사실상 잊혀진 존재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강정호는 아직 감독의 신임을 잃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허들 감독과 MLB.com의 인터뷰에 의하면 강정호의 복귀 절차는 대략 1달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메이저리그의 알코올 치료 프로그램 이수도 필요하고 경기에 나갈 몸을 만들 때까지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지만, 일단 행정적인 절차를 통과한 만큼 팀에서는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일단 강정호는 미국 플로리다주 브래든턴에 있는 파이어리츠의 스프링 캠프장으로 이동하여 확장 스프링 캠프에 합류했다. 이번 주에 진행될 신체검사 결과에 따라 구단에서 마련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이후 실전 투입을 고려할 수도 있다.

강정호는 이번 시즌이 끝나면 포스팅 시스템을 거쳐 파이어리츠와 맺었던 4년 계약이 만료된다. 1년짜리 팀 옵션이 있는데, 남은 시즌 동안 강정호의 필요성이 커진다면 팀에서 옵션을 실행하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FA 시장에 나올 각오도 해야 한다. 다만 이럴 경우 1년 반 동안 보여준 것이 없고, 음주운전 누적 사고 등 품행 문제로 인해 FA 시장에서 가치를 올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젊은 3루수 모란, 강정호 주전 복귀 쉽지 않은 경쟁자

 음주뺑소니 사고를 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메이저리거 강정호(피츠버그 파이리츠)가 18일 오후 항소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음주뺑소니 사고를 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메이저리거 강정호(피츠버그 파이리츠)가 지난 2017년 5월 18일 오후 항소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KBO리그에서 주로 유격수를 맡았던 강정호는 파이어리츠에서 그동안 주로 3루수로 출전했으며, 유격수 출전을 병행했다. 수비 능력이 좋은 주전 유격수 조디 머서가 출전할 경우 3루수로 함께 출전했고, 머서가 경기 후반에 교체되거나 휴식을 취하는 날이면 유격수로 경기에 임했다.

그런데 강정호가 취업 비자를 받지 못하여 스프링 캠프에 참여하지 못하게 됐고, 파이어리츠는 일단 급한 대로 베테랑 내야수 데이비드 프리즈와 계약을 체결했다. 2011년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와 월드 시리즈 MVP를 차지했던 프리즈였지만 타격 능력에 있어서는 강정호보다 임팩트가 적었기에 강정호가 있는 동안 프리즈는 머서가 쉬는 날 유틸리티로 출전하거나 대타 요원으로 많이 출전했다.

그런데 지난 시즌 파이어리츠는 강정호의 공백을 결국 극복하지 못하고 5할 승률에도 미치지 못했다. 구단 재정이 그리 크지 않은 파이어리츠는 결국 리빌딩을 선언하고 에이스 게릿 콜을 휴스턴 애스트로스로, 간판 타자 앤드류 매커친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로 보냈다.

바로 이 트레이드 때 콜의 교환 상대로 콜린 모란이 영입됐다. 1992년 10월 1일에 태어난 뉴욕주 포드 체스터 출신으로 젊은 우투좌타 자원이다. 공에 방망이를 맞추는 정확도에 비해서 장타력은 다소 부족하지만 그 파워도 점차 개선되는 중이다. 2017년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 18홈런을 기록하며 장타력에 눈을 뜨고 있으며, 마이너리그 시절에 지적을 받았던 수비도 점차 개선되고 있다.

모란은 올 시즌 아직까지는 파이어리츠 주전 3루수로 출전하고 있다. 다만 모란은 메이저리그 경력이 20016년에 9경기, 2017년에 7경기밖에 없는 사실상 신참 선수로 아직 경험 미숙으로 인한 약점이 남아있다. 사실상 첫 풀 시즌이라 할 수 있는 올해 27경기에 출전하여 타율 0.294(85타수 25안타)에 2홈런 11볼넷 18삼진으로 14타점 10득점을 올렸다.

모란의 타격 스타일을 감안하면 파워보다는 정교함을 무기로 삼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일단 강정호와 타격 스타일에서 차이가 있다. 하지만 에이스를 트레이드한 대가로 받아온 젊은 선수인 점을 감안하면 파이어리츠가 장기적인 차원에서 주전 선수로 육성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모란이 내야의 모든 포지션을 뛰어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 모란이 포지션을 바꿀 가능성은 있다.

일단 강정호가 3루수 복귀를 노린다면 모란과 경쟁해야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모란이 왼손 타자이기 때문에 오른손 타자인 강정호가 플래툰으로라도 바로 선발 출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이다. 모란이 오른손으로 수비를 하기 때문에 포지션 이동도 왼손 야수보다 용이하다.

수비형 주전 유격수 머서, 넓게 보면 경쟁자

강정호가 KBO리그 시절 유격수로 많이 알려졌기 때문에 넓게 보면 머서 역시 경쟁자가 된다. 머서는 올 시즌 28경기에 출전하여 타율 0.247(97타수 24안타)에 7볼넷 21삼진 6타점 10득점을 기록하고 있다. 타율이 그리 높지 않고 올 시즌 홈런이 하나도 없지만 2루타가 10개나 있다.

머서는 2014년 149경기에 출전했는데, 강정호가 합류한 2015년 116경기로 출전 횟수가 줄었다. 머서가 타격감이 좋지 않았을 때 벤치에 머무른 적이 몇 차례 있었고, 7월에 부상이 있었기 때문에 출전 빈도가 감소했던 것이다. 대신 강정호가 2015년 가을 다리 부상을 당했을 때 2016년 초반 복귀가 늦어지면서 머서는 2016년 다시 149경기에 출전했다.

타격 능력으로만 보면 머서는 메이저리그 정상급 내야수는 아니지만 유격수 수비 능력이 좋은 편이라서 파이어리츠에서 주전을 맡고 있다. 강정호가 합류한 이후로는 상대 선발투수나 팀 상황에 따라서 강정호가 3루수로 출전할 때 함께 선발 출전하거나, 강정호가 유격수로 출전할 때 휴식 또는 경기 후반에 대수비로 출전하기도 했다.

강정호가 3루수로만 역할이 고정될 경우 당장은 모란과의 플래툰을 감수해야 하지만, 이전처럼 유격수로도 출전하려면 머서와의 경쟁을 위해 수비력 개선도 필요하다. 물론 강정호가 모란이나 머서에 비해 장타력이 좋았기 때문에 이전까지 출전 기회를 꾸준히 얻었지만, 지난 겨울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있었던 윈터리그 때의 모습이라면 곤란하다.

백업 내야수 프리즈, 제3의 경쟁자

프리즈는 2016년 시즌부터 파이어리츠에 합류했다. FA 시장에서 하락한 가치 때문에 팀을 찾지 못하다가 강정호가 다리 부상으로 2016년 시즌 투입이 늦어지는 점을 고려하여 뒤늦게 새 팀을 찾은 것이다. 당초 백업으로 1년 계약이었는데, 강정호가 음주운전 누적으로 취업 비자를 받지 못하게 되면서 2년 연장 계약을 체결, 2018년까지 파이어리츠에서 뛰게 됐다.

일단 프리즈는 지난 시즌 강정호의 공백으로 인하여 오랜만에 풀 타임 주전 시즌을 보냈다. LA 에인절스 시절 기량이 하락하긴 했지만 일단 지난해에는 리그 평균 이상의 타격과 수비를 보여줬다. 올 시즌에도 괜찮기는 하지만 강정호에 비하면 임팩트가 부족하다. 올 시즌 프리즈는 20경기 출전에 타율 0.263(38타수 10안타)에 2홈런 6볼넷 10삼진으로 8타점 8득점을 올렸다.

프리즈가 경험에 있어서는 무시할 수 없지만, 30대 중반의 나이에 기량도 하락세를 타고 있어서 장기적으로 풀 타임 주전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단 모란의 영입으로 인하여 사실상 플래툰 신세를 지고 있는데, 강정호가 복귀하게 되면 1루수 조쉬 벨하고도 역할을 나눠 맡는 백업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다만 1루수 자리의 경우 벨이 스위치 타자이기 때문에 출전 횟수는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강정호는 팀의 적극적인 지원 하에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메이저리그는 철저한 비즈니스 사회이고, 제한 선수 명단에 오른 선수가 복귀한다고 해서 기량 점검도 하지 않고 똑같은 기회를 주지도 않는다. 알렉스 로드리게스(은퇴)의 경우도 징계로 1년을 쉬다 돌아왔을 때 뉴욕 양키스 3루수 자리에는 체이스 헤들리가 있었고, 결국 지명타자로 뛰다가 남은 계약 3년을 다 채우지도 못하고 은퇴한 사례가 있었다(남은 계약 기간은 프런트에서 일하며 연봉을 지급 받음).

강정호가 이렇게 복귀 과정에 있어서 적극적인 지원을 받는 배경 중 하나는 약화된 파이어리츠 전력 때문이다. 간판이었던 매커친도 팔았고, 젊은 선수들 위주로 리빌딩을 진행하고 있지만 팀 장타력의 부재로 강정호를 찾고 있는 것이다. 다만 강정호의 포지션에 경쟁자가 있다는 것만은 처음 메이저리그에 올 때와 같다. 강정호에게 있어서 새로운 시험대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MLB 메이저리그야구 피츠버그파이어리츠 강정호복귀 강정호경쟁자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