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토리의 영구결번 소식을 전한 BBC

아스토리의 영구결번 소식을 전한 BBC ⓒ BBC 공식 홈페이지


치열한 승부의 세계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운동선수에게 최고의 영예는 무엇일까.

야구선수라면 월드 시리즈 우승 반지를 꼽을 수도 있을 것이고, 축구선수라면 월드컵 우승을 꿈꿀 것이다. 하지만 우승 트로피만큼이나 값지고 아름다운 영예가 있다. 바로 '영구 결번'이다.

유명 선수의 등번호를 영구히 사용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시작된 이 관습은 프로 스포츠 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꿈꿨을 최고의 영예 중 하나다.

'축구 영웅' 디에고 마라도나(나폴리 10번)를 비롯해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시카고 불스 23번), '야구의 신' 베이비 루스(뉴욕 양키스 3번) 등 영구결번은 주로 한 시대를 풍미한 레전드들의 전유물이었다.

심장마비로 세상 떠난 축구선수 아스토리, 두 팀에서 영구 결번

최근 한 팀도 아닌 두 팀에서 영구결번을 받게 된 축구선수가 있다. 바로 지난 4일(아래 한국 시각)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이탈리아 축구국가대표 출신 수비수 다비데 아스토리(31)다.

구단과의 재계약을 하루 앞두고 이탈리아 한 호텔에서 심장마비로 숨진 아스토리는 지난 2008년 칼리아리 칼초에서 프로 데뷔해 지난 2016년 여름까지 칼리아리 유니폼을 입고 174경기에 출전해 3골을 기록했다. 

188cm의 신장을 앞세워 탁월한 제공권과 맨투맨 수비를 선보였던 아스토리는 그해 정들었던 칼리아리 '13번' 유니폼을 벗고, 피오렌티나 '13번'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검붉은' 칼리아리의 유니폼만큼이나 '보랏빛' 유니폼이 잘 어울렸던 아스토리는 피오렌티나에 입단해서도 좋은 활약을 선보이며 이듬해엔 주장으로 선임되는 기쁨까지 맛봤다.

노련미 넘치는 수비력과 특유의 친화력으로 팬과 동료선수 그리고 코칭스태프의 두터운 신뢰를 받았던 그는 지난 주말 많은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비보를 전했고, 이탈리아 전역은 곧바로 슬픔에 빠졌다. 

갑작스럽게 떠나버린 아스토리를 추억하기 위해 이탈리아 축구계가 할 수 있는 것은 '영구결번'이었다. 이탈리아 세리에A(1부리그) 칼리아리와 피오렌티나 구단은 아스토리의 등번호 13번을 영구 결번하기로 결정했다고 BBC 등 주요외신이 7일 보도했다. 

세계 축구 역사상 한 선수가 두 팀에서 영구결번을 받는 사례는 매우 드문 일이다. '축구의 신' 펠레(산토스FC, 뉴욕코스모스 10번)를 제외하면 두 팀에서 영구 결번한 사례를 찾기 힘들 정도다.

한편, 아스토리의 영구결번 소식을 보도한 BBC는 "오는 8일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토트넘 핫스퍼(잉글랜드)와 유벤투스FC(이탈리아)의 유럽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 앞서 1분간 아스토리의 죽음을 애도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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