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며칠간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만든 것은 여자 스피드 스케이팅 팀추월 경기였다. 21일 7, 8위 결정전이 치러지면서 대회는 끝이 났지만 예선 경기에서 벌어진 논란은 끝나지 않고 있다.

예선에서 벌어진 경기는 많은 국민들에게 의문을 남겼다. 경기 막판에 이르러 두 선수가 한 명의 선수를 남기고 속도를 올리며 치고 나갔다. 해설위원들은 경기를 중계하며 우리 대표팀이 치른 경기 내용에 대해 '실망스럽다'는 말을 반복했다. 그리고 경기 이후 치러진 인터뷰는 논란의 시발점이 되었다.

앞서 나간 두 선수인 김보름과 박지우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불성실한 태도를 보였다. 김보름은 결과가 좋지 않았던 것에 대해 뒤처져 들어온 노선영의 책임이라고 해석될 여지가 있는 발언을 했고, 박지우는 과정이 좋지 않았던 것에 대해 관중들의 응원소리 때문에 뒤를 확인하지 못했다는 식으로 발언을 했다. 결국 이 인터뷰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국민이 분노한 이유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


아쉬움에 고개 숙인 노선영 19일 오후 강원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8강전에서 한국의 김보름, 박지우와 팀을 이룬 노선영이 레이스를 마친 뒤 결과에 아쉬워하자 보프 더용 코치가 위로하고 있다.

▲ 아쉬움에 고개 숙인 노선영 19일 오후 강원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8강전에서 한국의 김보름, 박지우와 팀을 이룬 노선영이 레이스를 마친 뒤 결과에 아쉬워하자 보프 더용 코치가 위로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문제의 인터뷰 이후 인터넷은 두 선수의 이름으로 뒤덮였다. 인터뷰 영상은 포털 사이트의 다른 하이라이트 영상들보다 월등히 높은 조회수를 보이며 국민들의 관심을 증명했다. 또한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두 선수의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해달라는 글이 올라왔고, 최단시간에 서명인원이 20만 명을 넘었다.

이런 국민들의 분노의 원인은 결과가 아닌 과정이었다. 전날 치러진 남자 팀추월 경기에서는 세 선수가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면서 경기를 펼쳤다. 하지만 여자 팀추월 경기는 달랐다. 결과를 떠나 세 선수가 하나가 되지 못했다. 또한 경기 후 인터뷰에서 결과에 대한 책임회피성 발언과 관중들의 응원을 핑계로 삼은 발언은 논란을 더 크게 키웠다.

결국 이런 논란에 20일 오후 백철기 감독과 김보름이 기자회견 자리에 섰다. 기자회견 전에는 노선영, 박지우와 함께 팀추월 팀 전원이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노선영과 박지우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동안 김보름은 자신의 행동을 사죄하며 눈물을 흘렸고, 백철기 감독은 실망스러운 경기가 벌어진 원인을 설명했다.

하지만 기자회견이 끝난 후에도 논란은 줄어들지 않았다. 그 원인은 해명에 국민들이 이해할만한 내용이 없었기 때문이다. 김보름이 눈물을 흘렸고, 백철기 감독이 어린 선수들에 대한 격려를 요구했지만 국민이 분노한 원인도 모르는 상황에서의 기자회견은 어떤 변화도 만들지 못했다.

백철기 감독과 노선영, 어긋난 주장과 새로운 논란

기자회견이 끝난 후 경기 과정에 대한 논란은 이어짐은 물론이고 새로운 논란도 생겼다. 백철기 감독과 김보름이 오후에 기자회견을 치른 뒤 기자회견장에 등장하지 않았던 노선영이 SBS와 인터뷰를 가졌기 때문이다. 노선영은 인터뷰를 통해 백철기 감독의 기자회견 내용에 반박하며 경기 전략과 분위기에 대한 다른 의견을 전했다.

기자회견 당시 백철기 감독은 예선 경기 전략을 노선영이 제안했고, 노선영의 제안을 거절할 수 없어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또한 팀추월을 준비하는 대표팀이 처음에는 분위기가 서먹했지만 점차 나아졌다고 전했다.

하지만 노선영은 백철기 감독과 정반대의 주장을 펼쳤다. 경기 당일이 되어서야 전략에 대해 들었고 훈련 분위기 역시 좋지 않았다고 밝힌 것이다. 양 측의 주장이 대립하면서 논란의 양상도 바뀌었다. 경기과정에서의 논란이 남은 채 서로의 주장에 대한 진위여부가 또 다른 논란이 된 것이다.

백철기 감독과 노선영의 주장 중 어떤 것이 사실인지는 명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사실을 가리기 전에 비판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백철기 감독의 태도다.

팀추월 경기의 핵심은 개인의 능력이 아니다. 그렇기에 개인의 능력이 뛰어난 선수들이 포진한 팀이 팀워크를 잘 갖춘 팀에 패배하는 경기가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논란이 된 여자 대표팀의 팀추월에서는 제대로 된 팀워크가 없었다. 즉, 핵심을 놓친 것이다.

그런데 이런 핵심을 놓친 원인을 백철기 감독은 노선영이 제시한 전술이라는 것 하나로 무마하려 했다. 백철기 감독의 주장이 사실인지 거짓인지를 논하기 전에 이런 태도는 나와서는 안된다. 감독의 역할은 팀의 전력을 정확히 분석하고 이를 통해 팀에 맞는 전술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선수들이 최선의 경기력을 보일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자 팀추월 경기에서는 백철기 감독이 역할을 다한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 경기 과정에 전략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팀과 맞지 않는 전략이었던 셈이고, 이마저도 제대로 수행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런 결정을 내린 감독이 최종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 그의 말처럼 노선영이라는 선수 한 명이 책임질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설사 선수가 전술을 제안했더라도 이를 받아들였다면 책임은 감독에게 있다. 그렇다면 결과와 과정에 대한 책임은 감독이 지는 것이 맞다. 하지만 백철기 감독은 노선영이 제시한 전술이라는 말 뒤에 숨으려 했다. 이런 태도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용납되어서는 안된다.

명확한 해명만이 논란을 해결할 수 있다

서로서로 밀어주는 여자 팀추월 선수들 노선영, 김보름, 박지우 선수가 21일 오후 강원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팀추월 순위결정전에서 역주하고 있다.

▲ 서로서로 밀어주는 여자 팀추월 선수들 노선영, 김보름, 박지우 선수가 21일 오후 강원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팀추월 순위결정전에서 역주하고 있다. ⓒ 이희훈


팀추월 한 경기에서 시작된 논란은 청와대에서 청원에 대한 답변을 내놓아야 할 정도로 커졌다. 실제 팀추월 7, 8위 결정전이 치러지는 현장에서는 관중들이 보내는 선수들에 대한 환호가 달라진 것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이 사건 하나로 잘 치러져 오던 평창올림픽에 오점이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이를 떠나 문제가 발생했다면 다시 발생하지 않게 대처를 해야한다.

가장 먼저 살펴야 할 것은 국민들이 분노를 느낀 경기과정에 대한 부분이다. 어떤 원인으로 팀워크가 무너졌고, 의도적인 움직임으로 선수간 차이가 벌어진 것인지 혹은 잘못된 전술에 의한 실수였는지를 밝혀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이 인정할 수 있는 답변이 될 것이다.

빙상연맹은 이번 사태를 쉽게 넘어가서는 안 된다. 어떤 원인으로 사태가 벌어졌고,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지, 어떻게 같은 사고를 예방할 것인지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 또한 사태의 단편적인 면만 볼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빙상계의 문제를 되짚어봐야 한다. 구조적인 문제나 협회 차원의 부적절한 문화에서 시작된 문제는 아닌지도 살펴야 한다.

이런 문제점들을 제대로 살피지 않는다면 사건에 대한 분노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당장의 국민들의 분노가 사라지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사건에 관여된 선수들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나 응원도, 더 넓게는 빙상계에 대한 불신도 사라지지 않을 수도 있다. 선택은 연맹의 손에 달렸다. 국민은 그 결과를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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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글은 네이버 easteminence의 잔디에서 관중석까지에도 연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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