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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BMW 그룹 코리아가 우수직원 및 지점 시상식을 열었다. 세일즈, 서비스 등 각 분야에서 우수직원으로 선정된 딜러사의 직원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 베엠베(BMW) 그룹 코리아 어워드 2017 지난해 3월 BMW 그룹 코리아가 우수직원 및 지점 시상식을 열었다. 세일즈, 서비스 등 각 분야에서 우수직원으로 선정된 딜러사의 직원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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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마음을 먹었다면 다른 금융 사건의 가해자들처럼 해외 도피를 했을 겁니다."

지난해 12월까지 베엠베(BMW)의 공식 딜러 H사에 근무했던 A씨의 말이다. 회사의 간판 딜러였던 A씨는 현재 실직 상태다. 업무상배임 혐의로 회사로부터 해고를 당했다. 자신을 판매왕으로 만들어준 영업 방식이 문제였다.

고객들에게 할인을 너무 많이 해줬고, 이 때문에 회사에 금전적인 손해를 끼쳤다. 고객들은 피해자가 됐다. 차를 받지 못하거나, 불필요한 추가 금액을 지불하는 일이 발생했다. 지난 3일 서울 모처에서 A씨를 직접 만나봤다. 그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회사에 책임을 물었다.

수입차 딜러 배임 혐의로 퇴사 이후 피해자 속출

우선, A씨의 영업으로 피해를 입은 유형은 2가지다. 첫 번째는, 차 값을 전부 지불했는데도 차를 받지 못한 경우다. 차량 가격을 모두 지불한 뒤 두 달이 넘도록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전시장에 연락을 하니 A씨는 금융사고로 퇴사한 상태. H딜러사는 할인 금액이 너무 커 차를 내줄 수 없다고 했다. 피해자는 총 13명. 다행히 이들은 업체와 환불 또는 차량 인도로 최종 합의를 봤다.

다른 경우는 파이낸셜 서비스가 엮여있다. 확인된 피해자는 총 10명. 차 값을 모두 지불한 뒤 A씨의 제안으로 파이낸셜 서비스를 추가로 이용했다. 할부 이용 조건으로 일명 딜러 3종세트로 불리는 틴팅, 블랙박스, 하이패스 옵션 또는 보증기간 연장 등의 프로모션을 받았다. 짧으면 3개월, 길면 1년 동안 할부를 유지해야 했다. 이자를 비롯해 할부로 발생하는 비용은 전부 A씨가 부담했다. 피해자의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가면 A씨가 도로 입금을 해주는 식이었다.

그런데 일이 터졌다. 지난달 A씨가 입금해야 할 돈이 들어오지 않았다. H딜러사에서는 금전적인 문제로 해당 딜러를 해고했다고 전했다. A씨는 "제가 처리를 해드리려고 했는데, 회사에 더 이상 다닐 수가 없게 됐다"며 "회사 법인 계좌로 들어간 돈이니 입금 내역서를 보내드리고, 파이낸셜 이용하지 않아도 될 것을 이용했으니 돌려달라고 하면 돌려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차량 대금으로 회사에 추가로 돈이 들어갔으니 돈이 남아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H딜러사의 대답은 A씨 설명과 달랐다. 돈을 돌려줄 수 없다고 했다. 회사는 피해자 중 한 명인 김정환씨에게 "이것은 (고객)개인의 귀책사유가 크고, 직원 개인의 일탈이기 때문에 (우리는) 책임이 없다"고 환불을 거절했다. 또, 딜러와 고객 사이에서 모종의 거래가 오갔을 수도 있기 때문에 추가 금액에 대해 환불해줄 수 없다고 전했다. 돈을 돌려받고 싶으면 소송을 진행하라고 했다. 다른 피해자 최민재씨는 "저희뿐 아니라 지금까지 A 딜러에게 차를 산 상당수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이용하고 처리가 됐는데 (A씨가) 회사에서 잘리면서 이 사달이 났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H사는 고객 개인의 귀책 사유도 크다고 했다. 고객들이 통화로 파이낸셜 할부 서비스 이용에 동의한 것은 자필 서명한 것과 효력이 같다는 것. 그럼에도 피해자들은 회사의 답변을 이해할 수가 없다. 딜러 개인도 아니고 회사의 법인 계좌로 돈을 보냈으므로 추가로 지불한 격이 된 금액을 돌려줘야 마땅하다는 것. 피해자들은 추가 지불 금액을 딜러사의 부당이익금으로 보고 있다. 피해자 이상재씨는 "딜러사 대표 직인도 찍혀 있는 계약서가 이렇게 법적 효력이 없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H딜러사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차량을 못 받은 고객들은 환불 조치를 하기로 했으며, 파이낸셜과 관련해서는 파악 중이다"고 말했다. 이어 A 딜러에 대해서는 "배임 혐의로 고소, 관할 경찰서에서 수사 중에 있으며 현재 진행 중인 사건이기에 자세히 얘기하기는 어렵다"라고 밝혔다.

"가상계좌 입금자명과 계약자명 달라도 회사가 묵인"

BMW 코리아 공식 딜러사의 전시장에 차량들이 전시돼 있다.
▲ 베엠베(BMW) 코리아의 대표 모델들. BMW 코리아 공식 딜러사의 전시장에 차량들이 전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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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들 사이에서는 가상계좌에 대한 의심도 피어났다. 신한은행 측에 확인해 본 결과, 딜러가 전달한 계좌번호는 딜러사의 가상계좌가 맞았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가상계좌는 은행에서 업체 측에 규모에 따라 계좌번호를 주는 것이며 계좌번호는 달라도 입금은 하나의 계좌에 된다"라며 "입금통장 예금주명에 고객 성함을 넣을지 말지는 업체에서 선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은행으로부터 발급받은 계좌번호 관리는 해당 업체의 몫이다.

A씨가 주장하는 회사의 잘못은 이 부분에 기인한다. 고객이 차량 대금을 입금하면 가장 먼저 지점장으로부터 입금 확인 결재를 받아야 한다. 그리고는 본부장 등 위로 결재가 올라간다. 그는 "회사에서 진행하는 모든 것은 제가 단독으로 진행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가상계좌 발급을 위해) 고객명과 생년월일을 입력하는 것은 딜러지만, 입금 후 어떤 고객명으로 얼마가 들어왔는지 결재가 올라가는데, 차 대금을 받아 매출을 끊기 위해 회사가 입금자명과 계약자명이 달라도 이를 묵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A씨는 계약자명과 입금자명이 함께 적혀있는 제품 품위서가 회사의 묵인을 증명할 수 있는 증거라고 했다.

또, A씨는 "차명 입금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열어놓았으며 차명 입금 시에도 증빙자료 제출을 요구하지 않는다. (회사는) 차 대금만 맞으면 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실적에 대한 회사의 압박이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차량을 매출로 등록하기 위해 대금 완납을 종용한다는 것. 고객이 지불한 금액이 모자라면 딜러 수당 혹은 카드 결제로 채우라고 압박이 들어온다고 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회사는 차 대금을 채우지 않거나, 실적이 좋지 않은 딜러에게 물량을 배정해주지 않았다. 또, 전시장의 방문객을 차례대로 응대하는 영업 순번에서도 제외됐다.

그리고는 돌려막기와 파이낸셜 이용을 유도하는 영업 방식이 판매 지원금과 실적을 위한 관례라고 피력했다. A씨는 "나만 하는 게 아니라 3종(틴팅, 블랙박스, 하이패스 옵션)을 주기 위해 모두가 하는 관례"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서 공공연하게 행해지는 영업 방식이라는 것. A씨는 본인 외에도 돌려막기 또는 파이낸셜 이용을 유도한 딜러를 쉽게 찾아볼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A씨는 약 5년 전부터 이러한 방식으로 차를 팔았다.

피해자 김정환씨는 "다른 지점에서도 결제 중 일부를 파이낸셜로 해달라는 제안을 받아서 A씨의 제안에 거부감이 적었다"고 말했다. 이와 별개로 딜러는 개인이지만 BMW 공식 딜러사를 믿었다. 직원 관리에 대한 책임을 묻자 이 또한 회사는 잘못이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H사는 이에 대한 법적 검토도 마친 상태였다.

하지만 경력 10년의 다른 딜러는 A씨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10년 넘게 차를 팔았지만 해당 방식으로 차를 팔아본 적도 없다"며 "그런 사례 때문에 정상적으로 영업하는 딜러들이 오해를 받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가 속한 딜러사는 계약자명과 입금자명이 다를 경우 가족관계증명서 등의 증빙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그는 A씨의 영업 방식에 대해 개인의 욕심이라고 딱 잘라 말했다.

A씨는 "제가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비는 금액을 모두 채우고 나왔다"라며 "하지만 11억 원이라는 배임 금액에 대해서는 납득할 수가 없다"고 억울함을 표했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A씨는 경찰에 본인은 물론, 부인의 계좌 등 재산 내역에 대한 자료를 제출했다. 확인된 피해자 9명 중 2명은 파이낸셜 이용 금액에 대한 A씨의 변제를 기다려주기로 했다.

H 딜러사 측은 고객들이 해당 딜러와 이면계약을 통한 이익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추가 금액은 돌려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A씨의 변호사는 배임 혐의에 대해 무죄 선고는 힘들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A씨가 고의로 손해를 미친 것이 아니며 그 배경에는 회사의 실적 압박이 존재했다는 것을 꼬집어 변론를 펼칠 계획이다.


태그:#BMW, #딜러사, #공식딜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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