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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교통, 그리고 대중교통에 대한 최신 소식을 전합니다. 가려운 부분은 시원하게 긁어주고, 속터지는 부분은 가차없이 분노하는 칼럼도 써내려갑니다. 교통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전하는 곳, 여기는 '박장식의 환승센터'입니다.[기자말]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3월 13일 영국 런던 템스강에서 런던의 동-서를 연결하는 주요 교통수단 중 하나인 '리버버스(River bus)'를 체험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3월 13일 영국 런던 템스강에서 런던의 동-서를 연결하는 주요 교통수단 중 하나인 '리버버스(River bus)'를 체험하고 있다.
ⓒ 서울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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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에 다시 '수상 대중교통'의 이야기가 맴돈다. 지난 3월 13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영국 런던 템스강의 수상버스인 '리버 버스'를 탑승한 뒤 "한강에도 이러한 수상버스를 운행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서울에 돌아가면 기술성, 실용성을 검토하겠다"라고 밝힌 뒤였다.

실제로 '수상 교통수단'은 많은 대도시에서 사랑받고 있다. 홍콩이나 호주, 미국만 해도 페리나 수상버스를 스스럼없이 대중교통 수단으로 선택하는 시민이 많다. 특히 미국 뉴욕 지역을 오가는 페리의 경우, 버스나 도로에 비해 월등한 정시성이 보장되고 카드 등 편리한 결제수단을 사용할 수 있어 사랑받는다.

그런데 한국의 '수상 교통수단'은 유독 표류하는 감이 없지 않았다. 수상택시며, 셔틀페리며 하는 교통수단도 많이 만들어졌지만 '세금 낭비'라는 비판 속에 사라지거나 운영이 축소되는 일도 적지 않았다. 그 상황에서 새로운 교통수단이 또 만들어진다는 것은 충분히 우려될 법도 하다.

그렇다면 새로운 한강의 수상 대중교통은 어떤 길을 따라가야 할까. 그 해답은 세계에서 가장 수상 교통수단이 도심과 가까운 도시, 그리고 시민들이 생활의 일부분으로 페리를 받아들이는 호주의 최대 도시 시드니에 있다. 

도심과 가까운 페리, '지하철' 닮았네

시드니의 경제 중심지이자 관광의 중심지인 '시티' 북쪽에 위치한 '서큘러 키'. 서큘러 키는 시드니 시 곳곳을 누비는 수많은 버스들이 회차 지점으로 삼는 곳이기도 하고, 도심 곳곳을 누비는 트램과 시드니 광역권을 연결하는 광역전철 '시티레일'의 역이 있는 명실상부한 교통 중심지다.

서큘러 키의 '키'는 'Quay', 즉 부두를 뜻한다. 그런 단어에 걸맞게 서큘러 키는 시드니가 유럽인에 의해 처음 개발될 때부터 부두로 사용됐다. 수백 년 역사를 갖는 이 곳은 인도양을 오가는 국제 크루즈가 정박하고, 바로 옆 달링 하버에서는 명물 디너 크루즈가 매일 해질녘이면 일제히 출발하는 장관을 만들기도 한다.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앞을 페리가 통과하고 있다. 시드니의 페리는 관광수단을 넘어 지역 주민들의 소중한 교통수단이 된 지 오래다.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앞을 페리가 통과하고 있다. 시드니의 페리는 관광수단을 넘어 지역 주민들의 소중한 교통수단이 된 지 오래다.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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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큘러 키의 풍경. 지하철역 개찰구를 닮은 개찰구 뒤로 역에 열차가 서 있듯 페리가 정박해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페리가 출발하거나 도착할 시간대면 이 곳은 만수상을 이룬다.
 서큘러 키의 풍경. 지하철역 개찰구를 닮은 개찰구 뒤로 역에 열차가 서 있듯 페리가 정박해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페리가 출발하거나 도착할 시간대면 이 곳은 만수상을 이룬다.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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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런 서큘러 키에서 가장 바쁜 곳은 페리 터미널이다. 광역전철의 도심 순환선 역인 '서큘러 키 역'과 연결통로마저 없이 바로 연결될 정도로 가까운 페리 터미널엔 출퇴근 시간이면 페리를 타려는 직장인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낮에는 '타롱가 동물원'이나 북부 시드니의 해변으로 향하는 관광객들이 페리를 기다린다.

물론 페리에도 약점은 있다. 시내버스나 트램과 같은 교통수단과는 환승이 되지 않는다. 2.2호주달러(한화 약 2000원) 정도면 탈 수 있는 버스보다 3배가 넘게 비싼 요금을 내야 하지만 많은 이들이 페리를 이용해 일상생활을 영위한다. 이곳의 페리는 '완벽한' 대중교통이다.

단적인 예가 서큘러 키의 풍경이다. 서큘러 키로 페리 터미널은 기차의 승강장처럼 '1번 부두' '3번 부두' 등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이렇게 나뉘어진 부두 입구에는 지하철을 닮은 개찰구도, 급히 출퇴근하는 사람들을 위해 즉석에서 샌드위치를 만들어 파는 가게도 있다. 자세히 보지 않는다면 지하철역이라 해도 믿을 모양새다.

페리의 강점은 높은 정시성과 편리함에 있다. 시드니 역시 업무단지가 한 곳에 집약돼 있고, 섬 남북을 잇는 교량과 터널이 부족해 출퇴근시간이면 고속도로와 일반도로 할 것 없이 심한 정체를 빚는다. 반면 페리는 정확한 시간에 부두를 출발해 정확한 시간에 도착한다. 

편리함 측면에서도 페리의 편의성이 높다. 시드니 지역을 오가는 페리는 2층 구조로 돼 있어, 도시철도나 시내버스에 비해 앉아갈 수 있는 자리가 많다. 출퇴근 시간에도 서서 가는 일을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다. 실내 객실은 물론 야외 객실도 있는 만큼 자신의 상황에 따라 원하는 좌석을 자유롭게 선택하는 것도 장점이다.

한강과 두드러지는 차이... 편리성 그리고 접근성
 
2015년 단 한 해 운항하고 폐선한 한강의 '관공선 셔틀 페리'
 2015년 단 한 해 운항하고 폐선한 한강의 '관공선 셔틀 페리'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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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시드니 페리가 이전에 한강에서 시도했던 '수상택시', 내지는 '셔틀 페리'와 두드러지는 차이는 무엇일까.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승선 절차가 복잡하지 않다는 것이다. 시드니 페리는 시 교통카드인 '오팔'을 태그해 간편하게 이용하거나, 입구에서 승선권을 자동발매기로 구매해 탑승할 수 있다. 

하지만 과거 국내에서 운행했던 '관공선 셔틀 페리'의 경우 교통카드로 요금을 낼 수 있음에도 신분증을 제시하고 승선권을 작성하는 등 불편한 절차를 거쳐야 했다. 현재도 운행하는 수상택시 역시 택시 내에서 승선 서류를 작성하는가 하면, 배의 크기가 워낙 작아 멀미, 다른 승객과의 간섭 등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접근성도 큰 차이다. 시드니 페리는 주거 지역과 가까운 곳 그리고 업무지구와 가까운 곳에 페리 승선장이 배치돼 있다. 특히 여러 해변, 박물관, 동물원, 스포츠 경기장 등 관광명소에도 페리 승선장이 있어 관광객들이 자연스럽게 다른 교통수단 대신 페리를 이용해 시내 관광을 즐기기도 한다.

다른 대중교통과의 접근성 역시 좋다. 시드니 북부 지역의 맨리 부두 바로 앞에는 예닐곱 개의 버스 노선이 시드니 북부의 곳곳을 잇는다. 그런 접근성 덕에 페리가 매 10분마다 서큘러 키와 맨리를 오간다. 맨리에서 서큘러 키까지는 페리로 20분 남짓이 걸리는데, 자동차로는 30분 가까이 걸리기 때문에 시간 단축 효과도 크다. 

서큘러 키의 교통 접근성은 더욱 말이 필요 없을 정도다. 시드니 시내 중심 곳곳을 잇는 트램과 버스를 걸어서 5분도 안 되는 거리에서 이용할 수 있고, 시드니 곳곳은 물론 주변 도시까지 연결하는 광역전철 역까지는 걸어서 2~3분이면 충분하다. 
 
시드니 페리의 선착장 모습. 주거지역과 가까운 곳에 페리 선착장이 배치되었음이 눈에 띈다.
 시드니 페리의 선착장 모습. 주거지역과 가까운 곳에 페리 선착장이 배치되었음이 눈에 띈다.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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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한강 수상 교통수단까지는 너무나도 먼 거리를 가야 한다. 잠실 수상택시 선착장에서 지하철 잠실새내역까지는 1km를 걸어가야 하고, 과거 관공선 셔틀페리가 오가던 잠실 유람선 선착장도 걸어서 15분이 걸리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당산역과의 접근성이 좋은 당산 선착장에는 출퇴근 수상택시가 정차하지도 않았다.

그나마 접근성이 좋은 곳도 있다. 여의나루 선착장은 여의나루역에서 걸어서 5분 정도면 닿는다. 뚝섬 선착장 역시 뚝섬유원지역에서 눈으로도 보일 정도로 가깝다. 하지만 이런 곳 역시 수상택시 이용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더욱 많은 횟수가 운항해야 했다. 하지만 만들어진 것은 '지정된 시간에만 탈 수 있는 출퇴근 수단'이라는 기형적인 것이었다.

이런 수상택시의 운영 방식은 직장인들의 퇴근 시간이 야근·회식 등의 이유로 일정치 않다는 것을 망각한 것이었다. 결국 이러한 수상택시는 '타는 사람만 타는' 기형적인 구조 속에 현재는 사실상 운행이 어려운 상태까지 몰렸다.

교통 수단의 기본이 무엇인가

최근 한강을 교통로로 만들기 위해 시도했다가 실패한 대표적인 사례라면 '한강 수상택시'와 '관공선 셔틀페리'를 들 수 있다. 한강 수상택시는 관광과 출퇴근 사이 어정쩡한 포지션에 있었고, 관공선 셔틀페리는 서울시 소유의 배를 이용하는 등 이동에만 포커스를 맞추어 놨지만 정작 출퇴근 시간에는 운행조차도 하지 않았다.

교통수단의 기본은 수요처와의 접근성이 높아야 한다는 점에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한강 수상교통은 그러한 점을 무시하고 접근했다. 기껏 내놓는다는 대책도 단거리 맞춤버스 신설이 전부였다. 앉아갈 수 있든 없든, 환승을 두 번 세 번 더 하는 행위 자체가 출퇴근시간에는 유쾌하지 않다는 것을 무시한 처사였다.

결국 관공선 셔틀 페리는 2015년 해를 넘기지도 못하고 폐선했고, 한강 수상택시는 처참한 이용객 속에 '적자 운행'을 이어가고 있다.
 
시드니 페리의 2층 갑판 내부 모습. 외부 갑판은 물론 1층 갑판에도 좌석이 많아, 출퇴근시간대 '착석'이 보장된다.
 시드니 페리의 2층 갑판 내부 모습. 외부 갑판은 물론 1층 갑판에도 좌석이 많아, 출퇴근시간대 '착석'이 보장된다.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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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시드니 페리가 지금까지 시민들을 위한 교통수단으로 운행하는 원인을 알아야 한강에서 구상되는 '수상버스'도 원활히 운행될 수 있다. 시드니 페리가 현재까지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다른 교통수단과 가까우며, 수요처와도 가깝고, 다른 대중교통과 같은 시간인 오전 5시부터 자정 무렵까지 운행한다는 데 있다.

이미 한국은 수상 교통수단을 운행하기 좋은 인프라를 두고 있다. 반포대교 아래 잠수교 남단에는 매일 서울 도심과 강남을 잇는 시내버스가 정차하며, 당산 선착장에는 걸어서 5분이면 당산역까지 갈 수 있는 구름다리가 있다. 여의나루역과 뚝섬유원지역에서는 잰걸음이면 3~4분에 한강 선착장까지 갈 수도 있다.

하지만 접근성 높은 곳끼리를 연결하는 수단으로 수상 교통수단이 자리잡긴커녕, 해가 진 퇴근시간에는 오가기조차 무서운 곳에 수상 교통수단이 정박하곤 했다. 승선 과정은 복잡했고, 그 시간이면 버스나 지하철이 두 배는 빠를 때도 많았다. 차라리 유람선에 교통카드 단말기를 달아놓고 페리라고 우기는 것이 나을 정도였다.

조선시대의 나루도 물류가 모이고 사람이 많은 곳에 설치되었다. 조선시대의 사람들도 알았던 것을 지금의 서울특별시가 모를 리 없지는 않다고 생각된다. 오세훈 시장의 말은 이미 나왔지만, 기술성과 실용성에 앞서 '접근성'을 우선으로 생각해야만 한강 페리든, 수상버스든 시민들이 교통수단으로서 이용하지 않을까.

태그:#한강, #수상 교통수단, #시드니, #페리, #수상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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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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