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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리 공론조사에 참여한 시민참여단이 세션을 듣고있다.
▲ 신고리 공론조사에 참여한 시민참여단 신고리 공론조사에 참여한 시민참여단이 세션을 듣고있다.
ⓒ 이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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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는 자난 3개월 간 471명이 참여한 가운데 건설재개와 중단을 두고 숙의 과정을 가져왔다. 그 결과 지난 13일 시민참여단이 내린 결정은 '신고리 5·6호기는 공사를 재개하되, 정책방향은 탈핵으로 간다'였다. 결과는 건설중단 40.5%, 건설재개 59.5% 이었다.

왜 시민들은 이런 결정을 내렸을까? 숙의민주주의 사실상 첫 사례로서 신고리 5·6호기 공론조사는 어떤 의의를 남겼을까? 그리고 한계는 무엇일까?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이 지난 27일 개최한 '신고리 5·6호기 공론조사 무엇을 남겼나?' 토론회에서는 이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다.

전문가가 아닌 일반시민의 정책참여?

신고리 공론조사에 참여한 시민참여단이 질문 주차장에 질문을 남기고 있다
▲ 신고리 5,6호기 질문주차장 신고리 공론조사에 참여한 시민참여단이 질문 주차장에 질문을 남기고 있다
ⓒ 이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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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공론조사를 두고 일각에서는 전문가가 아닌 일반시민들이 원전과 같은 기술적인 문제에 참여할 자격과 능력 없다고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영희 시민환경정책연구소 소장은 "원전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 차이가 쉽게 좁혀지지 않는 이슈이며, 성격상 기술적 차원, 사회정치경제적 차원, 윤리적 차원이 함께 섞여 있는 복합 이슈이다. 정책 향방에 따라 크게 영향 받는 이해관계자이자 재원을 대는 납세자로서 시민 참여는 당연하다"며 반박했다.

은재호 한국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역시 "과학기술은 기술 자체에 대한 지식만이 아니라 그 기술의 사회적 수용성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일제의 777부대와 나치 독일의 생체실험, 구소련의 유제니즘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며 시민 참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우리 사회가 서구 선진국과 같은 높은 수준의 토론문화가 정착되지 않아 공론화가 어렵다는 회의적 반응을 두고 은재호 선임연구위원은 "토론은 우리 역사에서 국가 중대사를 결정하는 문제해결방식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근대 이후 우리 사회를 지배해 온 의사 결정의 수직성과 효율성에 경도된 정치·행정 패러다임이 토론을 낯설게 만들었을 뿐이다"라며 반박했다.

왜 시민들은 신고리 5·6호기 공사 재개를 선택했을까?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이 개최한 '신고리 5,6호기 공론조사 무엇을 남겼나?' 토론회
▲ '신고리 5,6호기 공론조사 무엇을 남겼나?' 토론회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이 개최한 '신고리 5,6호기 공론조사 무엇을 남겼나?' 토론회
ⓒ 홍명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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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리5·6공론조사의 백미는 2박3일 토론회였다. 그 현장에서 신고리 5·6공론조사 모더레이터(중재자)로 참여한 김희경 변호사는 "시민참여단은 훌륭했고 전문가 패널은 미숙했다" 고 평가했다.

시민참여단은 총 4번의 세션마다 따로 모여 토의를 진행하였는데, 시작하면서 반드시 공유했던 제1원칙이 "모든 의견은 타당하다"라는 것이었다고 한다. 즉 숙의 과정을 위해 다른 견해를 인정하고 상호 존중을 기본 원칙으로 세운 셈이다. 그러나 전문가 패널은 인신공격을 하거나 감정적으로 대응하거나 쟁점이 아닌 사람을 비난하는 모습을 여러 번 보여 오히려 참여한 시민들의 지적을 받았다고 한다.

김희경 변호사는 건설 재개 측이 가져온 총 4개의 섹션마다 준비한 콘텐츠에도 주목했다. 김 변호사는 "건설 재개 측은 다양한 콘텐츠를 적절히 배치하고, 마지막에는 원전 주변에 사는 회사원의 삶을 보여주면서 스토리텔링을 하였다. 이 모습이 시민참여단에게 더 설득력을 가져왔다"는 지적이다.

반면 원전 반대 측이 강조한 재생에너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은 사실 양측의 공통점이었는데, 중단측은 이 부분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정작 참여단이 의구심을 가졌던 LNG 쟁점에는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고 한다. 또한 질의응답시 답을 할 패널을 바로 정하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모습도 보였다고 한다.

특히 2030세대는 원전 건설 중단이 아닌 재개를 선택하며 결과가 뒤집어졌다. 숙의 과정에서 이러한 변화를 이끈 것은 건설반대 측이 종합공정율 28.8%에 집행된 공사비와 1.7조원에 이르는 신고리 5·6호기 공사를 과감히 철회하게 만드는 설득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즉 현실적인 결정을 하는 2030세대들이 매몰비용을 주저하게 된 원인이 아닌가라고 평가했다.

신고리 5·6공론조사의 한계는 없었는가?

'신고리 5,6호기 공론조사 무엇을 남겼나?' 토론회
▲ '신고리 5,6호기 공론조사 무엇을 남겼나?' 토론회 '신고리 5,6호기 공론조사 무엇을 남겼나?' 토론회
ⓒ 홍명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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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는 대표성 문제였다 '원전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서생면 주민들을 더 뽑아야 하는 것 아닌가?' '미래세대는 빠지는데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영희 시민환경연구소 소장은 "실제 원전이 건설되면 원전 수명 상 그 피해와 책임은 고스란히 미래세대가 짊어지는데 오히려 그들이 공론화 과정에서 빠졌다. 사회적 소수자들은 대변이 잘 안 된 점도 한계"라고 지적했다.

연속상의 문제도 지적되었다. 윤종일 한국원자력학회 원자력이슈위원회 겸 카이스트 교수는 "국가 에너지정책의 수립은 백년지대계이고 정책의 연속성과 지속가능성이 담보되어야 하는데 태생적으로 5년간 한시적 권한을 부여받은 정부에서 결정"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윤종일 교수는 과정상의 문제도 지적했다. 윤 교수는 "원자력 발전은 휘발성이 강한 정치사회적 사안임에도 사회적 합의 과정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 없이 정부의 독자적인 판단에 의해 일방적으로 공론화 추진했다. 또한, 원전의 안전성은 전문 기술적 사안임에도 시간적으로도 짧은 숙의과정을 거쳤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고리 5·6공론조사의 의의는 크다 

신고리 5,6호기 공론조사에서 시민 참여단이 질문을 하고 있다.
▲ 신고리 5,6호기 공론조사 신고리 5,6호기 공론조사에서 시민 참여단이 질문을 하고 있다.
ⓒ 이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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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민참여단을 경험하면서 적어도 앞으로 우리나라에 4대강 같은 일은 안 생기지 않겠나 하는 기대가 든다."

한 참여단의 소감이다. 

이번 공론조사에는 무작위로 선발된 500명 중 무려 471명이 참여했다. 350명(70%)정도로 예상했던 참여를 훨씬 뛰어넘는 참여율이다. 이영희 시민환경연구소 소장은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긴 힘든 시민 참여였다. 시민들의 숙의 과정에서의 시민 참여 역시 놀라웠다. 일각에서는 지난 40년 원전 뉴스보다 더 많은 뉴스가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도 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시민에게 권력을 준 결과이다. 이는 지난겨울 광장에서 촛불 정신을 숙의 민주주의로 구현해낸 것이다"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김희경 변호사 역시 "이번 일을 계기로, 앞으로는 정부의 소수 정책집단이 일방적으로 내리는 거대한 국책사업결정으로 곪고 상처 나는 일들이 반복되지 않길 바라고, 나아가 대화를 통한 분쟁해결 방식이 사회 곳곳으로 확산되고 뿌리내리기를 기대한다"라며 향후 공론조사 과정의 확대와 숙의 과정의 시민참여를 기대했다.

덧붙이는 글 | 바꿈 홈페이지에 중복 게재됩니다.



태그:#신고리, #민주주의, #공론장, #탈핵, #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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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실련, 바꿈세상을바꾸는꿈,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그리고 지금은 한반도평화경제포럼 사무처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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