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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6월 19일 오전 부산 기장군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에서 열린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6월 19일 오전 부산 기장군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에서 열린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하고 있다. ⓒ 청와대

신고리 5·6호기를 짓는다면, 그 뒷감당을 하는 데 최소 10만 년의 시간이 걸린다. 바로 핵폐기물 때문이다. 또한 60년 뒤 신고리 5·6호기의 수명이 다하면, 폐로에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추가되는 것이다.

지난 6월 고리 1호기 폐로가 결정됐다. 고리 1호기는 한국 최초로 가동된 원전이자, 최초로 폐로 결정이 된 원전이다. 막대한 비용과 핵폐기물 처리 문제 때문에 골칫덩이로 전락한 고리 1호기의 운명은 신고리 5·6호기의 암울한 미래를 보여준다.

고리1호기, 20년 폐로과정이 시작된다

2014년 기준 전 세계 438개 원전 가운데 영구정지 된 원전은 150기로, 이중 해체가 완료된 원전은 19기 뿐이다. 한국도 고리 1호기를 시작으로 폐로 기술개발과 핵폐기물 처리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었다.

폐로는 원전정지 이후 해체계획을 수립하는 것에서 시작하여, 제염(除染), 절단·해체, 방사성폐기물 처리·처분, 환경 복원의 네 단계로 진행되며, 15~20년 정도 소요된다.

해체하기로 결정됐지만, 계획서를 작성하고 주민공청회를 거쳐 원자력안전위원회 허가를 받는 계획수립 과정에만 2022년 6월까지 5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해체계획수립 과정과 동시에, 고리 1호기의 사용후 핵연료는 물이 있는 수조에 담겨 2024년까지 냉각 보관된다. 수조에 담긴 습식저장시설의 경우 물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위험이 커져, 물 대신 기체나 공기를 냉각제로 사용하여 콘크리트나 금속통에 보관하는 건식저장시설도 준비하고 있다.

올해 10월까지 건식저장시설 구축기본계획을 수립하고, 2024년까지 건식저장시설을 건설한 후 사용후 핵연료를 2025년 말까지 보관하겠다는 계획이다. 사용후 핵연료를 꺼낸 뒤 2030년까지 본격적인 건물 해체 작업이 진행되고, 이후 2032년까지 원전건물이 없는 부지가 될 때 해체가 완료된다. 

폐로 기술과 폐로 비용도 부족

그린피스 "잘가라 고리 1호기" 국내 첫 핵발전소인 고리 1호기가 19일 0시부터 영구폐쇄에 들어간 가운데, 그린피스 회원들이 국내 핵발전소 첫 영구 폐쇄를 축하하고, 신고리 5,6호기를 비롯한 신규 원전 건설 백지화를 요구하는 문구를 빔 프로젝션으로 고리 1호기 벽면에 투사하고 있다.
그린피스 "잘가라 고리 1호기"국내 첫 핵발전소인 고리 1호기가 19일 0시부터 영구폐쇄에 들어간 가운데, 그린피스 회원들이 국내 핵발전소 첫 영구 폐쇄를 축하하고, 신고리 5,6호기를 비롯한 신규 원전 건설 백지화를 요구하는 문구를 빔 프로젝션으로 고리 1호기 벽면에 투사하고 있다. ⓒ 그린피스 제공

그동안 한국원자력연구원은 2MW 용량의 연구용 원자로 해체에 12년의 시간을 거쳐 해체기술을 일부 습득했다. 하지만 원전 해체를 위한 핵심기술 96개 중 68개만 확보됐다. 정부는 2021년까지 1500억여 원을 투자해 핵심기술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587MW 용량의 고리 1호기 폐로 비용으로 정부는 2012년 '방사성폐기물관리비용 산정 최종보고서'를 통해 원전해체비용을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해체비용은 크게 ▲밀폐관리(2470억 원), ▲철거(573억 원) ▲폐기물처분(465억 원)으로 구성된다.

이후 물가상승분, 처리비용 증가 등을 반영해 지난 2014년 6437억 원으로 재산정했다. 하지만 큰 항목 단위로 정보를 공개한 것 외엔 구체적인 비용 산출 기준 등은 명시되지 않았다. 고리 1호기보다 발전 용량이 큰 원전의 특성을 반영하는 세부규정도 없다.

한국수력원자력은 방사성폐기물관리법 제17조, 방사성폐기물관리법 시행령 제12조에 따라 원전 해체에 소요되는 비용을 적립해야 한다. 한수원은 현금으로 적립하지 않고, 회계장부상 충당부채로 적립하다가, 2015년 뒤늦게 현금으로 적립했다. 이마저도 고리 1호기 해체분만 적용하였을 뿐, 나머지 다른 원전에 대한 해체비용 적립은 전무한 상황이다.

고리 1호기 폐로와 함께 고려해야 할 지점은 사용후 핵연료, 즉 고준위핵폐기물을 보관할 수 있는 장소가 없다는 것이다. 그동안 고리 1호기를 포함해 한국에서 원전 25기가 동시가 가동됐지만, 사용후 핵연료를 보관할 수 있는 시설이 없었다.

현재는 원전 옆에 마련한 임시저장소에 보관하고 있다. 고리 1호기 폐로비용과 절차에서도 고준위 핵폐기물을 꺼내어 건식임시저장소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이 있지만, 핵연료에서 발생하는 고준위 방사능으로부터 10만 년 동안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장소와 기술은 없다. 한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향후 20년 동안 지속될 고리 1호기 폐로과정과 별개로 생각할 수 없는 고준위핵폐기물의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 해결 방안이 없는 이 상황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전제는 현재 가동되는 24기의 원전 이외에 단 1기의 원전도 새로 지어서는 안되다는 것이다.




#핵노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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