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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대선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15명이나 되는 후보자가 나왔고, 유력 대선 후보들의 발언이 연일 회자되고 있다. 그러나 한 편에서는 아쉬움도 남는다. 대선 후보들의 정책과 공약도 중요하지만, 보편적인 사람들의 일상적인 목소리가 다소 수그러들었기 때문이다.

19대 대선 국면이 어떻게 열렸던가? 현 정국은 "이게 나라냐"고 외치며, 변화를 열망했던 촛불에서부터 출발했다. 촛불을 들었던 수많은 사람들은 한국사회에 쌓인 적폐를 청산하자며, "대한민국 새로고침"을 외쳤다. 그리고 이들은 일터부터 구체적인 삶의 변화까지, 저마다 느끼는 구체적인 문제점과 개선 방향을 이야기했다.

우리들의 촛불은 끝나지 않았다. 아직 청산되지 않은 적폐가 그득하고, 변화의 열망은 사그라들지 않았으며 구체적인 삶의 변화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촛불을 들었던 노동자들이 직접 나섰다.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19대 대선을 맞아 노동자들의 요구를 직접 이야기하는 이색 캠페인을 벌였다. 바로 <내가 대통령이라면> 공약 발표 릴레이다.

내가 대통령이라면? 후보자만 173명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실시한 <내가 대통령이라면> 캠페인 웹자보. 삼성전자서비스지회 공식 페이스북 계정과 네이버 밴드, 삼성전자서비스 전국 각 센터 게시판에 부착해 홍보를 진행했다.
▲ <내가 대통령이라면> 캠페인 웹자보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실시한 <내가 대통령이라면> 캠페인 웹자보. 삼성전자서비스지회 공식 페이스북 계정과 네이버 밴드, 삼성전자서비스 전국 각 센터 게시판에 부착해 홍보를 진행했다.
ⓒ 삼성전자서비스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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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실시한 <내가 대통령이라면> 공약 발표 릴레이는 노동자들이 정치의 주체로 나서 '노동자에게 필요한 정책'을 구상하고 이를 직접 사회화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해당 캠페인은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를 대상으로 실시해 4월 14일부터 4월 21일까지 진행됐으며, 일주일 동안 무려 173명이 후보로 나서 공약을 접수했다. 이에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우수 공약'을 선정하고 이를 4가지 UCC로 제작해 4월 24일부터 5월 2일까지 순차적으로 발표했다. 관련 UCC는 유튜브에 '내가 대통령이라면'을 검색하면 시청할 수 있다.

가상의 노동자 후보들이 제기한 공약에는 재벌개혁,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최저임금 1만원, 노동조합할 권리 보장,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사드배치 철회,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성소수자 차별금지법 제정 등 노동자 민중의 사회적 요구를 반영한 공약부터 정규교과과정에 노동운동사 및 노동3권 교육 편성, 하청업체 발생 안전사고에 대한 원청 무한 책임제 등 저마다의 의견을 담은 각양각색의 공약이 있었다.

<내가 대통령이라면> 공약 발표 릴레이에서 '우수 공약' 제출 후보로 선정돼 UCC 촬영을 진행한 노동자 후보들의 모습.
▲ <내가 대통령이라면> 캠페인에 참가한 노동자 후보 <내가 대통령이라면> 공약 발표 릴레이에서 '우수 공약' 제출 후보로 선정돼 UCC 촬영을 진행한 노동자 후보들의 모습.
ⓒ 삼성전자서비스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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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대통령이 된다면, 저는 부당노동행위를 돈으로 살 수 없게 하겠습니다. 실제 노동현장에는 부당노동행위가 판치고 있습니다. 조합원이라고 '퍽치기'를 당하고, 몸벽보를 입었다고 사무실 셔터를 내리고 감금당하기도 했어요. 사장은 소고기를 사주겠다며 불러내 노동조합 탈퇴하라고 말합니다. 몇 개월 동안 싸우고 노동부 진정 넣어도 벌금 100만 원이면 끝입니다.

1차로 부당노동행위를 하거나 임금체불을 하면 단순 벌금형으로 그쳐선 안 됩니다. 의무적으로 사용자가 위반한 노조법과 근로기준법에 관한 교육을 받도록 해야 합니다. 여러 차례 어기면 실형 등 엄벌에 처해 더 이상 푼돈으로 노동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발상이 통용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임금체불한 사용자들에게 체불임금 혹은 자신이 받은 벌금만큼 공공노동을 시키도록 하겠습니다. 체불임금은 나라에서 지급하고, 국가는 사장에게 공공 노동으로 그 금액을 구상하는 것이죠."

"제가 대통령이라면 공공주택 보급 확대, 경력단절자 재교육, 노동자 유급휴무 확대를 실시하겠습니다."

"저라면, 적폐청산의 일환으로 검찰부터 개혁하겠습니다. 국민 참여를 통해 검찰을 개혁할 공정검사를 선출할 수 있도록 프로시큐터101 프로젝트를 실시하는 거죠."

"만일 제가 대통령이 된다면, 저는 하청노동자가 원청과 직접 교섭할 수 있게 하겠습니다. 대통령도 공공부문 150만 명 노동자의 사용자로서 직접 교섭 책임을 지고, 재벌 대기업도 더 이상 책임회피 하지 않고 사용자 책임을 다하게 하는 거죠. 이재용 부회장은 200만, 정몽구 회장은 100만 노동자의 사용자로서 직접 교섭에 나와야 합니다. 노동조합을 인정한다는 의미로 회사 깃발 옆에 노동조합 깃발도 함께 게양하고요. 하청노동자는 쓰고 버리는 부품이 아니라 인간답게 일할 권리를 가진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대선이 끝나도 사회 대개혁은 끝나지 않는다

철학자 장자크 루소는 "국민은 투표하는 날에만 주인이고 투표가 끝나면 노예로 전락한다"고 말한 바 있다. 민주사회에서 선거는 물론 중요한 제도지만, 대선에 나온 후보가 모든 것을 대변할 순 없다. 자크 랑시에르 등 여러 철학자의 논의 흐름을 따른 "민주주의란, 좋은 양치기를 고르는 기술이 아니라 양 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한 싸움"이라는 말도 맥락을 같이 한다.

한국사회에 쌓인 폐단이 폭발했을 때, 세상을 바꾸겠다고 나섰던 것이 누구였던가? 바로 노동자, 시민이었다. 19대 대선은 촛불이 연 '촛불대선'이다. 대선 후보자들이 저마다 한국사회 개혁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촛불의 요구가 있었기 때문에 민의가 반영된 측면도 크다. 하지만, 촛불의 열망이 대선으로 모두 해결될 순 없다. 촛불을 들며 외쳤던 구호는 "누가 더 좋은가"가 아닌, "이러한 세상을 만들자!"에 관한 자기 선언이었기 때문이다.

19대 대선 투표일인 5월 9일이 코앞에 다가왔다. 사전 투표는 5월 4일~5일 이틀 간 진행된다. 대선국면에서 후보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한국사회 대개혁'을 말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대선이 끝나더라도, 적폐청산과 사회대개혁을 위한 과제는 여전히 남아있으며, 이를 위한 실천을 이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대통령이라면> 캠페인에 참가한 삼성전자서비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공통적으로 '노동존중, 평등사회'를 꿈꾼다고 말했다. 촛불에 일렁였던 가슴 속 뜨거운 열망은 실현됐는가? 바라던 새로운 세상은 왔는가? 아니라면, 우리는 아직 그 과정 속에 있다. 19대 대선국면에서, 그리고 대선이 끝난 이후에도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고민과 실천들이 많이 이어졌으면 한다.


태그:#삼성전자서비스, #내가대통령이라면, #19대대선, #촛불, #삼성전자서비스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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