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한국사회 어디로 가나?'란 주제로 2일 방송된 JTBC <뉴스룸> '신년대토론'.

'2017년 한국사회 어디로 가나?'란 주제로 2일 방송된 JTBC <뉴스룸> '신년대토론'. JTBC <뉴스룸> 신년특집 토론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건 전원책이 아니다. ⓒ JTBC


1월 2일 JTBC <뉴스룸>은 신년 특집으로 '특집 토론'을 준비했다. 손석희의 토론이라니! MBC 시절 손석희의 <100분 토론>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추억 이상의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심지어 논객이 <썰전>의 유시민·전원책에, 냉철한 입담으로 명성을 쌓은 개혁보수신당 유승민·이재명 성남시장이라니 기대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날 '신년 특집 토론'은 11.89%라는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13년 전 손석희의 풍성한 <100분 토론>을 기대했던 사람들에게는 1월 2일의 100분이 너무도 짧게 느껴졌을 것 같다. 토론 직후부터 내내 검색어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는 '전원책'이라는 이름 때문이다. 그 길지 않은 100분의 시간을 자신의 고집스러운 입장으로 농단해버린 전원책 변호사의 장황한 설명 때문에 손석희의 벼려진 날을 기대했던 사람들이 제일 많이 들은 말은 안타깝게도 '전원책 변호사님~'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런 예능 같은 화제성에 흥분할 일만은 아니다. 비록 많은 시간을 전원책 변호사가 잡아먹었지만, 그런데도 그는 예의 <썰전>에서처럼 사이다 성 발언도 몇 마디 했다. 또 무엇보다 전원책의 안간힘에도 불구하고, 2017년의 정국에서 '개혁'은 대세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증명한 시간이었으니까.

탄핵, 법보다 중요한 것은 

 '2017년 한국사회 어디로 가나?'란 주제로 2일 방송된 JTBC <뉴스룸> '신년대토론'

ⓒ JTBC


'신년특집 토론'은 탄핵 정국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했다. 유시민, 유승민, 이재명 세 사람이 순탄한 탄핵 과정을 예견한 것과 달리, 전원책 변호사는 변호사라는 전문가적 견지에서 '탄핵'이라는 과정의 법리적 적용이 쉽지 않음을 진단했다. 누적 참가자 1천만 명을 넘긴 촛불로 민심이 탄핵을 끌어냈지만 그것이 헌법이라는 법률적 과정으로 들어서면 처지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유승민 개혁보수신당(가칭) 의원 역시 뇌물죄 입증의 난감함에 동조했다. 또한, 세월호 7시간 역시 마찬가지의 논리로 풀어낸다.

역시나 전직 변호사인 이재명 시장이 명쾌한 논리로 대응했지만, 토론의 상황은 '법리적 해석' vs. '법리적 해석'이라는 자중지란으로 빠지는 듯했다. 이때, 유시민 작가가 일갈한다. 상식적으로 그날 시골의 밭 가는 할머니도 무엇을 했는지 다 기억하는데, 하물며 한 나라의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하는 발언 자체 문제라는 거다. 그는 (대통령이) 보고도 받지 않은 듯한 상태로 뒤늦게 나타난 것만으로도 그 7시간 동안 무엇을 했느냐의 규명과 상관없이 상식적 차원에서 탄핵감이라고 단언한다.

'토론'은 말과 말의 전쟁이며, 입장과 입장이 부딪침이요, 논리와 논리의 싸움이다. 그렇기에 토론 과정에서 설사 그가 옳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입장을 제대로 풀어내지 못하면 '질 '수도 있다. 또한,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에 앞서 그 논리와 논리가 용호상박으로 부딪히면, 그것을 보는 사람은 자중지란에 빠져버리기도 한다.

탄핵 정국과 관련해 전원책 변호사나 유승민 의원은 '법리'를 이용하여 결국은 탄핵이 용이하지 않거나 빨리 이루어지기 힘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는 결국 '보수'적 바람을 피력한 것이기도 하다. 그에 대해 이재명 변호사는 법리적 해석을 들어 방패가 되었고, 유시민 작가는 현재의 탄핵 과정의 본질을 새롭게 환기했다.

1월 2일 토론의 묘미와 본질은 바로 이것이다. 전원책 변호사는 예의 <썰전>에서 하듯, 아니 보수 논객으로서의 사명을 가지고 탄핵 등에 발을 걸기 위해 애썼지만, 결국 현재의 탄핵 과정을 이끌어 가는 건 '법리 이상의 민심'이라는 결론을 드러내게 했을 뿐이다.

전원책의 전방위적 불만토로에도 불구하고

 '2017년 한국사회 어디로 가나?'란 주제로 2일 방송된 JTBC <뉴스룸> '신년대토론'

ⓒ JTBC


탄핵으로 시작한 토론은 이날 참석자 중 다음 대선에 출마할 유승민, 이재명 두 사람에게 집중된다.

역시나 전원책 변호사의 전방위적인 불만 토로에도 불구하고, 유승민 의원의 입을 빌려 드러난 것은 현재 이 나라의 '보수'가 우리 사회의 '개혁'을 내세우지 않고서는 존립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촛불 민심을 통해 대통령 한 사람의 제거가 아니라 그 물질적 배후가 되었던 재벌의 개혁과 그 재벌의 편중된 부로 인해 고통받는 대다수 국민이 보호받아야 한다는 점이 대세가 되었다. 유승민 의원이 영국 노동당의 예를 들어, 보수의 생존이 곧 일부 특권층에 대한 의존이 아니라, 광범위한 복지에 대한 대중적 공감에 있음을 단언하는 장면은 그래서 인상적이다.

하지만 이날 토론에서, 더욱더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이런 유승민 의원이 내세운 보수의 자기 탈피가 아니다. 이제 보수는 시대의 밀어붙임 속에 개혁을 당 앞에 걸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재명 시장은 그런 유승민 의원의 의견이 자신과 전혀 다르지 않음을 공감한다. 또한,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당시 후보가 모든 좋은 정책을 다 끌어모아 하겠노라고 대중의 눈을 현혹했던 과거를 불러온다. 이 시장은 "무엇을 하겠다는 입에 발린 정책은 얼마든지 할 수 있고, 보수라 칭하는 사람들은 그래왔다"며, 입으로는 국민을 위한다는 사람들이 '노동 개혁'이라는 것을 내세워 노동 악법을 만들어 내는 것이 현실이라 진단한다.

이재명 시장이 내세운 수치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며, 심지어 목소리를 높여 윽박지르는 전원책 변호사에 대해 이 시장이 남긴 한 마디는 인상적이다. 그간 대한민국에서 온갖 머리 좋다는 사람들이 나서서 경제에 좋다는 정책은 다 해봤지만 결국 나라가 이 모양 아니냐고, 문제는 어떤 정책이 문제가 아니라, 편중된 부를 사회 전체에 나누고자 하는 기본적 '윤리'가 우선해야 한다고.

돌아다니는 웃긴 영상 중에 지금 청와대에서 있는 사람이 상대였던 문재인 대선 후보에게 '제가 다 할 겁니다'하며 씩 웃는 영상이 있다. 그 당시 대선 토론에서 박근혜 후보는 온갖 개혁적 정책은 자신이 다 할 것처럼 의기양양했다. 야당 후보가 어이가 없어 말문이 막힐 정도로. 그로부터 불과 몇 년이 흐르지 않아, 이제 그 사람은 자신의 임기조차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의 처지에 놓여있다.

1월 2일 토론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세 치 혀를 통해 나온 논리와 말들이 아니다. 오히려 그 말의 행간 속에 숨어있는 그들의 실체다.

그간 <썰전>의 기가 막힌 편집을 통해 사이다성 발언을 해왔던 전원책 변호사였지만, 결국 생방송 토론 과정에서 그가 보인 모습은 고집불통 보수 논객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믿기 어렵지만, 개혁하겠다고 나선 보수 정당의 의원은 그 시절 최순실의 농단을 몰랐다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말 잘하는 사람들의 말싸움이 아니다. 추운 날 시민들을 거리로 불러 모은 민심이요, 그 민심이 바라는 바다. 민심은 빠른 탄핵과 그들의 두둔 세력이었던 재벌 개혁을 원한다. 논리의 맞고 그름을 넘어선 진실, 바로 그것이 JTBC 신년특집토론의 관전 포인트다.

<JTBC 신년 특집 100분 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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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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