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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실이 깜빵이 단종된다는 플래카드
▲ 순실이 깜빵이 단종된다는 플래카드 순실이 깜빵이 단종된다는 플래카드
ⓒ 석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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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실이 깜빵 사러 왔는데요. 어디 안 보이네요?"
"모르셨어요? 단종 되었어요. 진열장에 써 붙여 놓았는데... SNS에도 단종되었다고 올려놓은 것 같던데... 자꾸 찾아오셔서 미안하네요."
"몰랐어요. 전화해보니 한 사람당 2개씩만 판다고 해서 직접 왔는데... 아니 인기 있는데 왜 그만 파셔요?"
"골치가 아파서요. 불만 전화도 자꾸 오고... 이런저런 일에 휘말리기 싫어서 사장님이 그렇게 결정 내리셨어요."
"특별 주문 안 될까요? 전국적으로 소문이 나서요. 타 지역에서 오시는 분들에게 선물로 드리려고요. 따로 한 번 만들어주시면 되잖아요."
"단종 결정 내린 것을 다시 만들긴 그렇네요. 곤란해요."
"네에. 여기까지 일부러 사러 왔는데 섭섭하네요."

보수적인 내 고향 대구에서 '순실이 깜빵'을 만든 빵집이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일부러 시간 내서 빵집을 찾아갔더니 이제는 빵 생산을 중단했다고 한다.

자세한 사정을 물어볼 수가 없었다. 어떤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불만을 표현하는지 캐묻기도 조심스러웠다. '순실이 깜빵'이 한 개인에 대한 인격 모독일 수도 있다. 표현의 자유와 상대에 대한 배려 사이의 균형점이 애매할 때가 많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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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전 국민적 분노가 폭발하는 인물에 대해서 그 정도 해학적 표현은 용납해줄 만 하지 않을까? 누구에게 해를 끼치는 것도 아니고, 빵을 억지로 사라고 강매하는 것도 아니다. 빵 모양을 어떻게 만들던, 빵을 만드는 사람의 예술적 자유에 속한다.

조선시대 마당극을 보면 말뚝이라는 상놈이 양반을 희롱하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신분제 사회에서도 그런 마당극 공연이 가능했다. 해학과 풍자는 우리 조상들이 힘든 신분제 사회를 견디는 에너지였다.

빵을 통한 풍자조차 봉쇄하는 사회는 너무 숨 막힌다. '순실이 깜빵'의 단종은 현재 우리 사회 수용성의 폭을 보여주는 씁쓸한 지표다.



태그:#순실이 깜빵, #파파빵, #최순실, #순실이, #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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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팔공산 자락에서 자스민심리상담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교육과 여행에 관한 기사나 칼럼을 쓰고 싶은 포부를 가지고 있습니다. 제보는 ssuk020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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