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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시내의 한 바에서 문화예술계에서 일을 하고 있는 작가들이 '하야 is 굿(good)'이라는 이름으로 저녁 파티를 열었다. 이 날 파티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하고 이 사회를 비판하는 공연들과 작품들을 전시했다.
▲ 파리에서 박근혜의 탄핵을 위해 모인 시민들과 문화예술인들 파리 시내의 한 바에서 문화예술계에서 일을 하고 있는 작가들이 '하야 is 굿(good)'이라는 이름으로 저녁 파티를 열었다. 이 날 파티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하고 이 사회를 비판하는 공연들과 작품들을 전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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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2일) 저녁 8시 반, 주말을 앞두고 사람들이 북적거릴 파리 시내 한 편에서 조금 특이한 주제의 파티가 열렸다. 이른바 '하야 is 굿(good)'.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즐겁게 저항하기 위한 파티다. 장소는 파리 6구에 있는 'La Vénus Noire'라는 바. 한인과 프랑스 현지인 등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SNS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곳을 찾았다.

정치에 관심없었던 최한결씨(장기 여행 중)도, 그동안 생업 때문에 바빠 집회에 참석할 수 없었던 박미소씨(박사 과정, 피아노 전공)도 이번 행사에 참여했다. 금요일 저녁, 마음 편히 일을 끝내고 벌인 이번 행사의 목표는 '지치지 말고 싸우자' 즉, '즐거운 저항'이다. 프랑스 스타일의 저녁 파티(soirée) 형태로 행사를 열었다.

이번 파티의 주최자인 서민준(문화기획 전공)씨는 "거창한 이유는 없었지만, 조금 더 즐거우면서도 가볍고 편하게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하며 "처음 만난 사람들이 어색한 기류를 없애고, 즐겁게 모이기 위해 공연과 DJ 파티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지치지 않고 싸우는 방법, 그리고 소통

파리에서 커뮤니케이션 전공을 하고 있는 대학원생 이용빈씨.
▲ 광화문에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나온 모습에서 감명을 받았어요 파리에서 커뮤니케이션 전공을 하고 있는 대학원생 이용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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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준씨와 함께 주최한 이번 파티를 주최한 이용빈씨(커뮤니케이션학 전공, 대학원생)는 "사람들과 힘을 합쳐서 의견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며, 단순히 한 번에서 그치지 않는 일이어야 한다"고 입을 열었다. "다양한 패러디가 시민들에 의해 생산되고 시민들이 자유롭게 감정을 교류하는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고 감동했다"는 이용빈씨는 "그런 의미에서 좀 더 지치지 않고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이번 파티를 열었다고 이야기했다.

또 "개인적인 신분이나 제약과 관계없이 부당한 것이 있다면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으며 나라가 억울한 이들을 죄인으로 만드는 것에 대해서도 저항할 수 있는 게 우리가 이뤄낸 민주 사회"라며 "과거의 저항을 통해 목숨에 대한 직접적 위협을 넘어 주권을 행사하는 것이 가능해졌지만 이제는 또 다른 불이익을 걱정하는 시대가 되어버렸다"고 비판했다.

이씨는 "이번 저항을 통해 그런 불이익마저 장벽이 되지 않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게 역사적 사명이라면 사명인 것 같다"며 이번 최순실-박근혜 게이트 논란에 저항하는 자신의 의지를 표현했다. 그는 "'냄비근성'이라는 조롱과 일부 정치권의 기만을 넘어 연대의 힘으로 저항해야 한다. 단순히 박근혜 개인을 타도하는 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박근혜의 상징성을 이용한 여당과 최순실, 일부 기득권에만 열려있는 국가 시스템을 바꾸는 데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생각을 밝혔다.

이번 파티에선 '지치지 않고 싸울 수 있는 방법'과 '또 다른 방식의 소통'에 대한 고민이 가득했다. 실제로 이번 파티에서 작품을 전시하거나 공연한 예술가들도, 페이스북이나 지인의 소개로 참여한 교민들도, 한국의 상황에 대해 아는 한국인이 아닌 사람도, 모르는 사람도 자유롭게 와서 이야기를 나누고 각자의 생각을 전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참여자들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한국 사회와 프랑스 사회가 지닌 고민들의 교집합을 발견했다는 점이다.

이번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를 접하면서 일상생활을 하는 일반 시민들에게 열리지 못한 두 나라의 정치 시스템과 정의롭지 못한 경제 시스템에 대해 비판하고 두 나라 모두 시민들의 힘으로 모든 것을 개선 해야한다고 프랑스 시민인 에피코코 밥티스트씨.
▲ 프랑스도 한국도, 개혁이 필요하다 이번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를 접하면서 일상생활을 하는 일반 시민들에게 열리지 못한 두 나라의 정치 시스템과 정의롭지 못한 경제 시스템에 대해 비판하고 두 나라 모두 시민들의 힘으로 모든 것을 개선 해야한다고 프랑스 시민인 에피코코 밥티스트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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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제안으로 파티에 왔다는 에피코코 밥티스타씨는 이미 프랑스 일간지 '르 몽드'를 통해 한국 소식을 전해들었다. 밥티스타씨는 "토요일마다 100만, 200만이 넘는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농단과 삼성을 비롯한 재벌과 기득권 세력과의 결탁(미르재단, K-스포츠 재단 사건 등)에 저항하는 모습을 보고 한국 시민들이 이렇게 모인 것에 감탄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많은 숫자가 나서서 광장에 나와 개혁을 말하고 변화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정말 이례적인 일"이라며 "여기서부터 이미 사회의 진전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도 그렇지만, 프랑스 역시 보다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며 "이번 사건을 통해 국가는 소수의 기득권에게만 열려있었고 다른 일반 시민들은 그 상황에 대해 공유받을 수 없었다는 것이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프랑스의 기성 좌파, 우파 모두 사회 공동체 구성원이나 사회의 안전망을 지키는 역할을 해내지 못하고 엘리트로만 머물었다. 더 바깥의 시민들의 민의를 받아들이고 소통하려는 노력을 하지 못했다. 그런 이유로 한국의 변화를 응원하고 프랑스에서도 이런 변화의 움직임이 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한 에피코코 밥티스타씨 외에도, 수많은 현지인들이 이번 파티에 참여했다. 비록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대해 모르는 사람도 있었으나, 파티를 즐기는 과정에서 변화의 공감대가 여러 장벽 너머에 존재하고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커뮤니티 매니저 레티시아씨도 "한국인 애인과 함께 집회에 나가면서 한국의 상황을 접하게 되었고, 민주공화국에 대한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되새겼다"고 말했다.

한국인들 사이에서도 이전 집회 문화와 다른 다른 새로운 흐름이 형성됐다는 평이 나왔다. 기존 집회 문화에 부담을 느껴 쉽사리 나서지 못하다가 이번 촛불 집회와 수많은 이들의 참여에 감명받아 용기를 내어 참석했다는 이도 있었다.

과거 전경으로 군복무를 했던 고석재(건축 전공)씨도, 원래 정치성향은 보수라고 밝힌 여러 참여자들도 "이번 촛불집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광장에 나선 것을 보며 그 이전의 삶에 대해서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며 "그 전과는 또 다른 모습의 저항의 방식들이 등장하는 것이 인상깊었다. 더 참여하고 싶고, 더 소통하고 싶어졌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서로가 이야기를 공유하는 과정에서 생각보다 함께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강조했다.

이번 행사를 통해 정치 성향이나 생각, 태어난 배경 등이 서로 다른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은 것을 공유했다. 그동안 진영 논리로 인해 서로 소통할 수 없던 사람들이 함께 모아낸 '문제의식'은 끊임없이 재생산됐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새로운 이야기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곳에서 우리가 사는 방식 그대로 함께

"파리에 사는 문화예술인들이 이렇게 나선 것에 대해선, 이렇게 이해해주었으면 좋겠어요. 우리나라에 대한 사랑이 그 이유일 수 있겠지만, 박근혜 정권과 이명박 정권으로 인해 한국과 프랑스 사이에 있던 문화 예술인이 받았던 검열과 정부 사업을 이용한 굴욕, 그리고 우리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들에 대한 개조와 개악들. 이런 것들에 대해서도 한번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그 삶의 터전이 어떻게 무너져왔는지."

한 문화예술 종사자는 이번 파티에 관해 이런 코멘트를 남겼다.

실제로 이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지면서 문화예술 사업에 대한 부정부패가 드러났다. 심지어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까지 발견됐다. 문화 예술이 처한 위기와 암묵적인 금지, 억압에 참고만 있었던 예술인들의 분노가 터져나왔다. 이 자리에서도 그러한 분노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지난 12월 2일 파리에서 열린 박근혜 하야 파티 '하야 is 굿'에서 퍼포밍 아티스트 김건형씨가 상여소리와 함께 굿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파리에서 울리는 상여소리 지난 12월 2일 파리에서 열린 박근혜 하야 파티 '하야 is 굿'에서 퍼포밍 아티스트 김건형씨가 상여소리와 함께 굿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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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분노를 상여곡과 함께 터뜨렸던 퍼포밍 아티스트 김건형씨는 "대중들이 이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두고 장난처럼 언급했던 '굿판' 앞에서, 어렸을 때부터 사물놀이를 전공하고 전통예술로서의 굿을 배웠던 기억들이 생각나 이를 다시 재구성해 공연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어서 하야하라는 염원을 담았고, 사람들의 분노와 한, 억눌려왔던 것들을 담아 풀어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제라도 대통령이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잘못을 인정한 다음 모두가 힘을 합쳐 대안을 만들어내야 한다"며 "시민들이 나서서 자기 이야기를 하고 소통할 공간이 없던 상황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매주 나와 그것을 풀어낼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앞으로도 더 많은 소통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굿판이 이뤄지는 무대 한편에선 작품 전시가 이어졌다. 그 중에서도 박근혜 정권 4년 간 있었던 사회 문제와 대통령의 죄목, 측근 비리를 얼굴 위에 새긴 '대선 포스터 패러디'가 가장 인기였다.

일러스트 작가 정재환씨는 이 작품을 만들면서 '여러가지 선전전과 이미지 정치로 당선되었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우리가 조금이라도 더 많은 진실과 문제의 본질을 알았다면 어땠을까?'하는 문제의식을 담으려 했다고 밝혔다.
▲ 아무리 가리려해도 숨길 수 없는 박근혜의 진실 일러스트 작가 정재환씨는 이 작품을 만들면서 '여러가지 선전전과 이미지 정치로 당선되었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우리가 조금이라도 더 많은 진실과 문제의 본질을 알았다면 어땠을까?'하는 문제의식을 담으려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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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선 포스터 패러디'를 전시한 일러스트 작가 정재환씨는 "'이미지 정치'와 '일부 언론의 띄워주기'가 만든 박근혜 대통령 당선과 이미지 정치가 덮어버린 진실, 문제의 본질을 다시 그 이미지 위에 드러냈다"고 설명했다. "원래 정치에 관심이 많았지만 이와 관련한 활동은 한 적이 없다"는 정재환씨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이 터지고 최순실과 박근혜의 국정농단을 지켜보면서 '나라도 나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더욱이 "일러스트 경우에는 일이 적어 대부분이 공공 사업과 관련된 일에 생계를 의지할 수밖에 없는데 국가 차원에서 불이익을 주면 정말 아무것도 못하게 된다"며 분노할 수 밖에 없던 상황을 설명했다.

파리에 있는 문화예술인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문제 의식을 과감하게 표현했다. 그러면서 이것을 전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파티에 온 사람들과 교감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 자리에 있던 사람들 모두 본인이 지닌 배경과 문제 의식을 가장 깊게 느끼는 지점, 생각과 관점이 모두 다 달랐다. 그런데도 서로가 서로의 손을 끌고 먼 땅에서 금요일 저녁에 모일 수 있었던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답변자들의 의견은 모두 달랐다. '내 삶의 문제'라는 답도, '억눌려왔던 분노의 해방'이라는 답도, '보다 신선한 방식'이라는 답도 있었다. '촛불에게 받은 용기'라는 답도, '즐겁게 저항'하고 싶다는 개인의 소망도 있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똑같이 '쓰러지지 말고 계속 저항하자'고 말했다.

현재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었다. 이번 파티의 주최자들은 "탄핵 기념파티도 열어야할 것 같다"고 가볍게 이야기했지만, 싸움은 지금부터다.

정재환씨의 그림처럼,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국정농단의 주범들, 세월호 7시간의 비밀, 부조리들까지 국민이 직접 드러내야 한다. 보다 다양한 방식과 다양한 목소리로 끊임없이 지치지 않고 저항한다면 더 큰 변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지치지 않고 끈질기게 버텨내는 자가 이긴다'는 문장을 인용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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