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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여론조사의 예상을 뒤집고 공화당 트럼프 후보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했다. 그동안 미 대선을 지켜보며 '트럼프 승리'를 줄기차게 예견해온 오승용(정치학) 전남대 교수가 자신의 페이스 북에 관련 글을 썼다. <오마이뉴스>는 오 교수의 동의를 얻어 이 글을 싣는다. [편집자말]
9일(미국 현지시각) 뉴욕 힐튼호텔에서 대통령 수락연설을 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9일(미국 현지시각) 뉴욕 힐튼호텔에서 대통령 수락연설을 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 연합뉴스·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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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승리했다. '트럼프 승리'는 내겐 예견된 결과였다. 중요한 것은 이유와 근거다. 내가 주목했던 것은 대략 이런 것들이다.

힐러리는 '오바마 선거연합'을 계승할 수 있는가? 힐러리는 지역, 계층, 인종, 세대 등 오바마 승리를 가능케 했던 오바마 승리연합을 계승 혹은 재구성하지 못했다. 힐러리는 샌더스 돌풍을 흡수할 수 있는가? 월스트리트 강연료, 클린턴 재단, '오바마케어'는 미친짓이라는 빌 클린턴의 발언 등으로 샌더스 지지자들의 지지를 기대할 수 없었다.

'루스벨트 뉴딜노선'과 '오바마케어'로 상징되는 진보정책라인을 계승·발전시킬 수 있는가? '오바마케어'는 단순히 의료서비스 보장이라는 측면이 아니라 미국 GDP의 18%에 이르는 의료산업의 재편을 통해 월스트리트의 지배력을 약화시키려는 정책이었지만 월스트리트의 하수인 힐러리는 이를 계승할 수가 없었다. 남부 공략에도 실패함으로써 루스벨트연합 복원도 성공하지 못하고 오바마노선도 계승하지 않았다.

힐러리는 선거당락을 결정할 위 세 가지 중 어느 것도 완수하지 못했다. 단순명료하게 말하자면 못해서 진 거다. 반면 트럼프는 승리를 위한 키스톤 전략을 갖고 있었다.

트럼프의 한 수... '사악함' vs. '얼간이'

힐러리 클린턴
 힐러리 클린턴
ⓒ Flick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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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선거구도를 잘 짰다. 부패기득권 세력 심판이라는 명징한 구도를 설정했다. '사악한 힐러리 대 얼간이 트럼프' 구도를 짰는데 매우 효과적이었다. 악마보다는 바보가 낫다.

선거전략도 효율적이었다. 효율성은 트럼프 선거전략의 키워드였다. 다 얻으려다 아무것도 얻지 못하기보다는 이길 만큼만 확실하게 얻자는 것이었다.

프로스트벨트(혹은 러스트벨트)로 상징되는 북부 오대호 연안 제조업지대 유권자의 지지를 확보했다(이들 지역은 과거 민주당 지지성향이 강했던 지역이다). 반면 선벨트로 상징되는 남부에서는 보수적이고 인종주의적 담론, FTA 협상 개정 주장, 월스트리트에 대한 공격으로 힐러리를 방어해냈다.

CNN이 보도한 미국 각 주별 선거 결과.
 CNN이 보도한 미국 각 주별 선거 결과.
ⓒ 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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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과 히스패닉에게 공공의 적이 되는 대신 백인 블루칼라(노동자 계층)와 흑인의 지지를 확보했고, 결과적으로 오마바 선거승리연합의 한 축을 무너뜨렸다. 힐러리를 월스트리트 기득권의 하수인으로 공격함으로써 다수의 샌더스 지지자들을 힐러리 지지가 아니라 트럼프 지지자로 만드는 데도 성공했다.

트럼프는 빌 클린턴을 힐러리 캠프의 X맨으로 잘 활용했다. 위키리크스와 FBI는 결과적으로 트럼프 편이었다.

선거메시지는 간결하고 분명했다. FBI 수사 당시 힐러리를 구속하라는 메시지와 영상을 지속적으로 노출했다. 4200만 명의 유권자가 힐러리가 FBI에 기소될 것이라고 믿는 상황에서 사전투표를 했다.

빗나간 여론조사... '소음'이었다

그럼 여론조사는 왜 틀렸나? 침묵의 나선이론을 상기했어야 한다. 모든 언론이 트럼프의 막말에만 주목했지 '헬아메리카'에 대한 미국인의 분노에는 주목하지 않았다. 기저에 흐르는 심판 민심이 트럼프의 막말에 묻혔지만 투표로 연결됐다.

공화당 지지자들도 음담패설을 시도 때도 없이 지껄이는 트럼프를 공개적으로 지지한다고 응답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브래들리 효과(백인 유권자들이 여론조사 때 흑인 후보를 지지한다고 답한 뒤 실제 투표장에서는 백인 후보를 지지하는 현상)가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 통계의 달인이고 지금껏 선거예측에서 한 번도 틀린 적이 없다는 네이트 실버도 틀렸다. 실버는 말했었다. "소음(여론조사)을 차단하고 신호를 포착하라"고.

여론조사보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무엇인가. 바로 실물경제의 흐름이다. 모든 선거에서 가장 주목해서 봐야 할 부분이다. 다우지수, S&P500 등 주가지수의 변화, 멕시코 페소화 가치 변동, 가상화폐로 거래되는 프리딕션 마켓 지수 등이 민감하게 반응했다. 선거 막판으로 갈수록 이들 지수가 하락했다. 이것은 여론조사의 '소음'과는 다르게 트럼프가 이긴다는 확실한 신호였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이 오바마 승리의 요인이었던 히스패닉 유권자의 투표율에 주목하는 동안 나는 백인들의 투표율에 주목했다. 백인들의 투표참가율 증가는 트럼프 승리의 관건이었는데 결과적으로 히스패닉의 투표율은 지난 선거보다 높지 않은 대신 백인들의 투표율은 상승했다.

힐러리는 못해서 졌다. 트럼프가 이길 수 있는 몇 가지 중요한 이유과 근거가 있었을 뿐이다.


태그:#트럼프, #힐러리, #미국 대선, #미 대선,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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