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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 한눈에

  •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이것입니다. 국민이 원하면 '하야'해야 합니다. 그것이 대통령이든 누구이든 당연한 일입니다. 이것이 민주공화국입니다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태로 퇴진 요구를 받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이 8일 오전 정세균 국회의장과 면담한 뒤 국회의사당을 떠나고 있다.
▲ 국회 떠나는 박근혜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태로 퇴진 요구를 받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이 8일 오전 정세균 국회의장과 면담한 뒤 국회의사당을 떠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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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로 대한민국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최태민과 그의 딸 최순실로 이어지는 박근혜 대통령의 '아름답지 못한 40년 인연이' 결국 아버지 박정희에 이어 지금은 자신의 운명마저 위기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이러한 위기는 누구의 잘못도 아닌 바로 박 대통령 자신의 잘못입니다. 그런데 그 잘못으로 인한 고통을 박 대통령 혼자만 지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이 대신 당하고 있으니 더욱 분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에 용기 있고 지각 있는 국민이 박근혜 대통령 심판을 외치고 있습니다. 지난 5일 광화문 광장에서는 무려 20만 명이 하나의 목소리로 그의 퇴진을 외쳤습니다. 이는 2009년 광우병 사태 이후 가장 뜨거운 열기였습니다.

하야와 신중, 야권 대선 주자들의 현 정국 대응 온도차

이런 가운데 야권의 대선주자 행보가 또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이분들의 행보를 보면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먼저 탄핵과 하야를 요구하는 민심을 받아들여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주장하는 분들은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성남시장, 그리고 안철수 전 대표입니다.

반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박 대통령의 2선 퇴진을 중심으로 하는 거국중립내각을 요구해 왔습니다. 그러나 박근혜가 예상처럼 전혀 다른 행보로 화답했습니다. 야당과 협의 없이 국무총리를 내정하고 몇 개 장관도 임명했습니다. 이를 통해 정국 돌파를 시도한 것입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기대와 달랐습니다. 국민적 공분이 더 커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그동안 신중한 입장을 피력해온 분들의 입장도 난감한 상황이 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야권 주자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입니다.

그동안 하야나 탄핵 등의 요구에 다소 미온적인 입장을 보여온 문재인 전 대표가 중대 결심을 언급하는 등 이전과는 다른 입장을 표명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이전과 다른 차원의 압박을 가하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국가 위기상황 극복과 시국 해법 모색을 주제로 열린 사회원로들과의 대화에서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으로부터 메모를 전달받고 있다.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왼쪽부터),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문재인 전 대표, 안경환 전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2016.11.7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국가 위기상황 극복과 시국 해법 모색을 주제로 열린 사회원로들과의 대화에서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으로부터 메모를 전달받고 있다.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왼쪽부터),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문재인 전 대표, 안경환 전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2016.11.7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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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7일 문 전 대표가 사회 원로급 인사를 초청하여 현 정국 대응 방안에 대한 해법을 들었다고 합니다.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안경환 전 국가인권위원장 등이 참석한 이 자리에서 이들은 '하야와 같은 주장을 하지 않는' 문 전 대표의 입장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전했다고 합니다.

먼저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는 차기 집권 가능성에 대비하여 국정 공백이 발생하지 않지 않도록 관심을 촉구하는 한편 북한의 동향 등 안보와 국방 역시 챙겨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고 합니다. 사실상 박근혜 정부가 유지될 수 있도록 협력하라는 취지로밖에 해석이 되지않습니다.

남재희 전 노동부장관의 조언 역시 다르지 않았습니다. 남 전 장관은 아시는 것처럼 박정희 유신독재 하에서 국회의원을 시작하여 이후 전두환 독재 하에서 내내 국회의원을 지낸 사람입니다. 그리고 3당 야합으로 만들어진 김영삼 정부 하에서 노동부 장관을 지냈는데 그의 발언은 참 여러모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먼저 그는 박원순 시장이나 이재명 시장처럼 하야를 요구하지 않는 현재의 문 전 대표 입장을 지지하는 발언으로 이야기를 시작한 것으로 언론에 보도되었습니다. 여러 언론사의 보도에 의하면 구체적인 그의 발언은 이렇습니다.

"하야를 직접 요구하지 않는 문 전 대표가 가장 신중하고 바른 태도를 지니지 않았나 싶다. 하야 주장은 국민 감정으로는 맞지만, 정치의 진행 과정을 고려하면 좀 성급한 이야기"라면서 "특검이나 국정조사를 통해 진실을 밝히는 것을 선행해야 한다."

그러면서 "지금 상황은 도올 김용옥씨가 표현한 대로 혁명적 사태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혁명적 사태를 혁명적으로 해결하려고 하면 부작용이 매우 많다. 가급적 합법적인 룰에 따라서 반혁명적으로 푸는 것이 순리"라는 조언이었다고 합니다.

"하야" vs. "신중" 누구의 말을 들을 것인가

도올 김용옥 선생이 지난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2차 범국민대회'에 참석해 "박근혜가 여러분들한테 무릎 꿇을 수 있도록 행진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며 "단군 이래 없었던 새로운 역사를 써가야 한다"고 발언하고 있다.
▲ 도올 "박근혜 무릎 꿇을 수 있도록 행진 멈추지 말자" 도올 김용옥 선생이 지난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2차 범국민대회'에 참석해 "박근혜가 여러분들한테 무릎 꿇을 수 있도록 행진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며 "단군 이래 없었던 새로운 역사를 써가야 한다"고 발언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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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요약하면 이들 인사의 조언은 '하야 주장은 성급하며 신중치 못한 태도'라고 정리하고 있습니다. 특히 잘못된 국내 정치로 인해 정치적 위기가 초래되면 그때마다 국민적 불만을 잠재우는 데 활용되는 '휴전선 대치 국면' 운운 발언을 이 자리에 참석한 한 분이 또 되풀이하는 것을 보니 딱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반면 우리 시대의 석학으로 존경받고 있는 도올 김용옥 선생의 경우 매우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앞서 남재희 전 장관의 발언처럼 도올 선생은 현 정국에 대해 '혁명적 상황'이라고 단언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도올 선생은 <한겨레> 기고 등을 통해 '박근혜의 하야만이 현 정국 해법의 유일한 길'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 시대 존경받는 위치에 있는 분들이 다양한 해법을 주문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누구의 말을 따라야 할지 야권의 대통령 후보군의 입장은 어렵기 그지없을 듯싶습니다. 하지만 답은 늘 쉬운 곳에 있습니다.

우리나라 정치사에서 하야는 앞서 두 번 있었습니다. 그중에 한 번은 이승만의 부정선거에 항의하는 4.19 민주혁명입니다. 이로 인해 12년 장기집권의 이승만 대통령이 하야합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1980년 전두환의 위협으로 당시 통일주체국민회의 투표를 통해 체육관 대통령이었던 최규하가 자진 하야하여 전두환에게 대통령 자리를 넘겨준 행위가 또 한 번이었습니다.

최규하의 하야는 국민의 뜻이 아니라 전두환의 뜻이었으니 굳이 언급할 일 없고, 이승만의 하야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부정부패로 인해 국민이 '이대로는 안 된다'며 일어설 때마다 늘 현재 상태를 유지하고 싶어 하는 자들이 꺼내는 논리가 '안보 위기론'입니다. 하지만 이승만 독재를 무너뜨린 4.19 민주혁명이 일어난 해는 1960년이었습니다. 1953년 7월 27일 한국 전쟁이 휴전한 후 불과 7년밖에 지나지 않은 때입니다.

하지만 그때도 이승만의 부정선거만은 안 된다며 국민은 이승만 독재에 불같이 일어났습니다. 그렇게 해도, 전쟁이 휴전된 지 7년밖에 안 된 그때도 아무 일이 없었습니다.

이처럼 필요할 때마다 안보 위기론을 설파하는 자들이, 정작 5.16 군사 쿠데타를 할 때, 1979년 12. 12 군사 반란을 일으킬 때, 그리고 1980년 5월 광주에서 국민을 학살할 때는 휴전선의 군인을 빼내어 권력 찬탈에 이용했습니다. 이렇게 해도 안보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반증입니다.

그런데 왜 잘못된 권력을 국민이 비판하고 교체해야 한다는 할 때는 안보 위기를 운운할까요? 더 이상 이런 거짓에 속아서는 안 됩니다.

또한 대통령이 하야하면 경제가 더욱 어려워지고, 그렇게 되면 국민이 고통스럽게 된다며 '악어의 눈물 같은' 소리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마찬가지입니다. 4.19 민주혁명이 일어난 그때가 지금보다 더 살기 좋았나요? 하지만 그 당시 국민은 권력의 부정은 안 된다며 이승만 정부의 즉각적인 하야를 요구했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만든 민주주의입니까

4.19 혁명 당시 유서를 쓰고 하야 시위에 참석한 진영숙 학생.
 4.19 혁명 당시 유서를 쓰고 하야 시위에 참석한 진영숙 학생.
ⓒ KBS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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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 어떻게 만든 대한민국 민주주의인가요? 특히 4.19 민주 혁명 당시 불의한 권력에 맞서다 목숨을 잃은 당시 여중 2학년생 진영숙님이 자신의 어머니에게 남긴 유서를 잊을 수 없습니다.

진영숙 학생은 1960년 4월 19일 오후 4시경 학교를 마치고 귀가하다가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시위대와 마주치게 됩니다. 그리고 이들 시위대의 정당한 요구를 참혹하게 짓밟는 진압 경찰의 모습에 격분하게 됩니다.

그래서 자신 역시 민주주의를 위한 하야 시위에 참여하기로 결심하고 어머니를 만나러 집으로 향합니다. 어머니에게 자신의 결심을 알린 후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하지만 남편 없이 혼자 딸을 키우고 있던 어머니는 시장에 장사하러 나갔고 이후 기다려도 어머니가 돌아오지 않자 진영숙은 편지 한 장을 남기고 거리로 나갔다고 합니다. 그때 진영숙님이 쓴 유서의 전문은 이렇습니다.

'시간이 없는 관계로 어머님 뵙지 못하고 떠납니다. 끝까지 부정 선거 데모로 싸우겠습니다. 지금 저와 저의 모든 친구, 그리고 대한민국 모든 학생은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위하여 피를 흘립니다.

어머니. 데모에 나간 저를 책하지 마시옵소서. 우리들이 아니면 누가 데모를 하겠습니까. 저는 아직 철없는 줄 압니다. 그러나 국가와 민족을 위하는 길이 어떻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저의 모든 학우는 죽음을 각오하고 나선 것입니다.

저는 생명을 바쳐 싸우려고 합니다. 데모하다 죽어도 원이 없습니다. 어머니. 저를 사랑하시는 마음으로 무척 비통하게 생각하시겠지만 온 겨레의 앞날과 민족의 해방을 위하여 기뻐해 주세요.

이미 저의 마음은 거리로 나가 있습니다. 너무도 조급하여 손이 잘 놀려지지 않는군요. 부디 몸 건강히 계세요. 거듭 말씀드리지만 저의 목숨은 이미 바치려고 결심했습니다. 시간이 없는 관계상 이만 그치겠습니다.'

그리고 이 편지를 남기고 거리로 나간 진영숙은 끝내 그날 돌아오지 못합니다. 부정선거를 규탄하며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던 당시 중학교 2학년 여학생에게 경찰이 총을 쐈고 이 발포로 서울 미아리 고개에서 숨을 거둔 것입니다.

이런 분들의 희생으로 만들어진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였습니다. 그런데 그 시간을 지금 다시 원점으로 돌려놓고 있는 권력이 박근혜 정부입니다.

국정원과 군 사이버사령부 공무원들이 불법으로 대통령 선거에 개입하고도 별다른 처벌도 받지 않은 채 그대로 공무원을 하는 나라.

농민을 물대포로 살해하고도 사과 한마디 하지 않는 정부, 역사 교과서를 국정화하여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겠다는 권력, 세월호 참사로 아이도 못 구하고 그 진실마저 밝힐 수 없도록 하는 야만.

그뿐입니까. 북한과는 전쟁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도록 강경 일변도로 나가면서 일본 아베 극우 권력과는 짝짜꿍이 되어 군 위안부 할머니의 고통까지 돈 10억 엔에 합의해 버린 표리부동, 그러면서 이러한 모든 잘못에 대해 비판해 온 문화 예술인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는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하나둘로 다 풀어쓸 수 없는 이 권력, 도대체 이대로 놔둘 수 있을까요?

11월 12일, 우리 모두 광화문 광장에서...

지난 5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내려와라_박근혜 2차 범국민대회'에 참여한 수만명의 시민, 학생, 노동자, 농민들이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 "박근혜 퇴진하라" 수만명 분노의 촛불행진 지난 5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내려와라_박근혜 2차 범국민대회'에 참여한 수만명의 시민, 학생, 노동자, 농민들이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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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이제 우리는 선택해야 합니다. 도올 선생의 말을 들을 것인지, 아니면 박정희와 전두환, 그리고 3당 야합으로 잉태된 김영삼 권력 하에서 기득권 세력으로 살아온 이들의 말을 들을 것인지 말입니다.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누리고 있는 민주주의는 결코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닙니다. 4.19 민주혁명 과정에서, 그리고 1980년 5월 광주에서, 1987년 6월 민주 혁명에서 희생한 무수히 많은 이들 덕분에 우리가 누리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그 과정, 과정에서 이루 헤아릴 수 없는 국민이 아무 조건 없이 싸워서 만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입니다.

이런 분들의 희생과 투표를 통해 야당의 정치인들이 권력을 잡기도 하고 또 국회의원으로서 힘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결정적인 때에는 국민의 요구를 무시합니다.

국민이 원하는 오늘날의 하야 주장이 성급하고 무지하다는 것인가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지금 '신중'이라는 단어로 포장된 일부의 주장은 '불의한 권력에 물을 대주는 역할'에 다름 아닌 것입니다. 이 상황이 올 때까지 과연 그들이 한 역할이 무엇입니까?

그래서,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이것입니다. 국민이 원하면 '하야'해야 합니다. 그것이 대통령이든 누구이든 당연한 일입니다. 이것이 민주공화국입니다.

그렇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박근혜의 즉각적인 퇴진을 요구합니다. 이것이 무엇보다 우선하는 오늘날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지상과제입니다. 이번 주 토요일인 11월 12일, 광화문 광장에서 이 뜻에 동의하는 모든 대한민국 민주주의자 분들과 함께 뵙겠습니다.


태그:#박근혜 하야, #청와대, #최순실, #퇴진,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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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운동가, 재야인사 장준하 선생 의문사 및 친일 반민족행위자의 재산을 조사하는 조사관 역임, 98년 판문점 김훈 중위 의문사 등 군 사망자의 명예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저서- 중정이 기록한 장준하(오마이북), 장준하, 묻지 못한 진실(돌베개), 다시 사람이다(책담) 외 다수. 오마이뉴스 '올해의 뉴스게릴라' 등 다수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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