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9일, 최순실 국정 개입 파문 이후 첫 서울 도심 대규모 촛불 집회가 열렸다. 광화문 광장은 '박근혜 하야'를 외치는 수많은 시민들로 가득 찼고 하루가 지난 30일 지금까지 시민들은 집회를 계속해서 하고 있다. 그러나 그 현장에는 수많은 경찰이 같이 있었다.
오후 6시 30분 청계 광장에서 시작한 촛불 집회는 한 시간이 지난 7시 30분부터 행진으로 이어졌다. 8시가 다 되어 도착한 나는 광화문 5번 출구로 나오자마자 수많은 시민들의 외침을 들을 수 있었다. 이어폰을 끼고 있음에도 너무나도 선명하게 들린 뜨거운 외침, "박근혜는 퇴진하라". 그 외침은 절대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처음으로 집회에 참여해보는 나는 그렇게 행진 대열에 합류했다.
광화문 광장으로 이어진 행진 속에서 많은 시민과 경찰이 앞을 향해 뛰어나갔다. 그리고 '박근혜 하야'를 외치며 앞으로 나아간 이 행진은 세종문화회관이 끝나는 곳 즈음에서 경찰들이 막아서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민과 경찰의 대치가 시작되었고 나는 그 최전방에 있었다.
처음에는 내가 있는 그곳이 제일 앞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 그저 주변에 있던 시민들과 함께 앞에 몇 안 되는 경찰을 뚫어냈는데 그때부터 경찰 수가 갑자기 늘어나더니 사방이 경찰로 가득 찼다. 순간 두려웠다. 우리를 계속해서 조여 오는 경찰방패와 우리를 향해 찍고 있는 카메라는 나에게 큰 위협감을 줬다. 15분 정도의 시간이 지난 후에야 다행히 그곳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고 그때부터 본격적인 대치가 이어졌다.
시민은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가려했고 경찰은 어떻게든 막으려 했다. 시민들은 앞에 있는 경찰을 한 명 한 명 빼내 뒤로 보내려 했고 그 과정에서 약간의 과격한 상황도 나왔지만 시민들은 평화시위를 외치며 경찰의 안전 역시 생각했다. 경찰 역시 시민의 안전을 생각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생각했다.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 시민들은 '박근혜 하야'를 외치면서도 경찰을 다치게 해서는 안 된다고 계속해서 얘기했다. 동시에 한 청년은 이렇게 외쳤다. "경찰도 같이 돌아서서 싸우자. 그럼 해낼 수 있다".
시민들을 막던 한 경찰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도 이렇게 하고 싶어서 하겠습니까." 나는 이 두 말이 너무나도 슬펐다.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 시민, 그것을 막고 있던 경찰. 서로 대치하고 있던 이 모두의 표정은 다 좋지 못했다. '분명 같은 생각일건데 왜 행동은 다르면서 우리끼리 이렇게 대치를 해야 하는 걸까'. 나는 그냥 멍하니 그 현장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나는 모두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온 힘을 다해 외치고 싸웠던 그 현장에 있으면서, 우리의 이러한 노력과 마음이 과연 대한민국의 변화를 줄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잠시나마 했다. '정작 우리나라를 이렇게 만든 소수의 사람들은 집에서 콧방귀나 뀌고 있는 것이 아닐까. 변화를 원하는 시민들과, 뜻은 그렇지 않더라도 위의 명령을 지키기 위해 억지로라도 막아야 하는 경찰의 마음을 과연 조금이라도 알까.'
그 사람들은 항상 그래왔듯이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런데 이번은 아니다. 아니, 절대 아니다. 이번에 우리는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우리는 더욱 뭉칠 것이고 계속해서 나아갈 것이다. 우리가 다 같이 생각하는 그 마음이 결국 행동으로도 하나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2016년 10월 29일 광화문 광장에서 울려퍼진 우리들의 외침. 그 외침은 절대로 잊어서도, 잊혀 져서도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