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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찾은 병원에는 갑상선·두경부종양센터가 신설되어 있었다.
▲ 갑상선·두경부종양센터 오랜만에 찾은 병원에는 갑상선·두경부종양센터가 신설되어 있었다.
ⓒ 강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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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 "선생님 안녕하세요!"
Q : "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지난 번 '암의 원인' 에 관한 기사는 반응이 좀 괜찮았나요?"

K : "네, 나쁘진 않았어요. 대부분 한 번쯤 들어봤을 듯한 이야기들이지만,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는 이야기들을 하더라구요."
Q : "잘 되었군요. 암 예방에 관한 내용은 아는 것보다, 몸에 배도록 하는 것이 훨씬 어렵지요. 어디선가 들어봤을 듯한 내용이라도, 의사에게 다시 한 번 이야기를 들으면 실천에 옮기는데 도움이 될 겁니다."

K : "네. 일단 저부터 잘 지키면서 지내보려고 해요!"
Q : "듣던 중 반가운 말씀입니다. 자, 그럼 오늘의 대화는 어떤 주제로 시작해 볼까요?"

K : "단순한 질문부터 해볼게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은 뭔가요, 선생님?"
Q : "글쎄요. 뭘까요? 기자님이 한 번 맞춰보시겠어요?"

K : "음... 위암? 아니면 간암? 아니면 유방암일까요?"
Q : "모두 많이 발생하는 암이긴 하지만, 틀렸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은, 바로 '갑상선암'입니다."

발생률 1위, 그리고 생존률 1위인 갑상선암

K :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이 갑상선암이라고요?"
Q : "네. 2013년 우리나라에 발견된 22만 5천여 건의 암 사례 중, 갑상선암이 42,541건으로 18.9%를 차지해서 1위를 차지했습니다."

K : "하지만, 갑상선암 때문에 누가 죽었다거나 하는 이야기는 잘 못 들어봤는데요!"
Q : "갑상선암의 통계는 두 가지 면에서 독특한데요. 첫 번째는, 갑상선암은 여성에게서 압도적으로 많이 발생한다는 점입니다. 비율이 5:1 가까이 되지요. 그래서 여성에게 발생하는 암 중에서는 차지하는 비율이 30%에 가깝고 1위지만, 남성에게 발생하는 암 중에서는 5, 6위 정도에 해당됩니다. 두 번째는, 생존율이 아주 높다는 점이죠. 통계적으로 갑상선암 환자들의 5년 생존율은 거의 100%에 가깝습니다."

K : "100% 라고요? 우리가 알고 있는 '암' 하고 느낌이 많이 다르네요."
Q : "네, 그렇지요. 그래서 일부 통계에서는 암 생존율 등을 산정할 때, '갑상선암을 제외한 암' 으로 통계를 내기도 합니다. 너무 수치 차이가 많이 나서 통계를 낮아 보이게 하니까요.

K : "어떻게 그렇게 높은 생존율이 나올 수 있는 건가요?"
Q : "갑상선암은 일부 악성도가 높은 종류를 제외하면, 다른 암종에 비해서 다른 장기로의 원격 전이를 잘 하지 않습니다. 또한, 임파절 전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다른 암종에 비해 재발이나 원격 전이를 잘 하지 않지요."

K : "음. 선생님. 용어가 조금 생소한데요. 임파절 전이와 원격 전이에 대해서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Q : "먼저 임파절 전이는, 암세포가 임파절에 침범하여 발견되었다는 이야기인데요. 임파절은 전신에 분포하는 면역기관인데 림프관에 의해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대개의 암은 발생한 장기 주변의 임파절로 먼저 전이가 되고, 이후에 원격 전이 – 혹은 혈액을 타고 전이된다고 해서 혈행성 전이라고도 합니다- 를 합니다. 또한 임파절에서는 암세포가 더 퍼지지 못하도록 잡아주기도 하지요.

실제 일선 진료에서 중요한 것은, 암이 임파절 전이 이상 진행되지 않았으면 완치의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원발장기보다 먼, 폐나 뇌, 뼈 등의 장기에서 전이가 발견되면 이것을 원격 전이라고 하고, 암세포가 혈액을 통해 전신적으로 퍼져있다고 생각하여 완치의 가능성은 낮다고 이야기하지요."

K : "그것이 높은 생존율과 어떻게 관계가 있는 건가요?"
Q : "좀 더 쉽게 얘기하면 갑상선암은 다른 암에 비해 순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원격 전이 상태는 흔히 우리가 말기라고 이야기 하는데, 그런 상태까지 잘 안 간다는 이야기고, 갑상선암에서는 임파절 전이가 있어도 더 퍼지지 않고 잘 낫는다는 것이지요. 다른 암에서는 임파절 전이가 있는 경우 전이나 재발의 가능성이 높은 경우가 많습니다.

암 자체가 순한 것뿐 아니라, 갑상선은 우리가 쉽게 만지고 볼 수 있는 위치에 있지요. 목 앞 아랫부분에서 갑상선을 쉽게 만질 수 있습니다. 유방이나 갑상선처럼 쉽게 만지고 볼 수 있는 장기는, 초기에 자가검진으로 알기도 쉽고 초음파나 맘모그래피(유방암 검사 기술) 등 비교적 쉬운 기술로 검사가 가능하지요. 그래서 이들은 조기에 발견되는 경우가 많고, 따라서 생존율이 높게 나타납니다."

치료와 부작용

K :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갑상선암이 발견된 경우 치료는 어떻게 하게 되나요?"
Q : "갑상선암의 주된 치료는 수술입니다. 암의 크기나 성상에 따라서, 전부 절제하기도 하고 일부만 절제하기도 합니다. 전부 절제한 경우는 갑상선 호르몬제를 이후 복용해야 하고요."

K : "갑상선암 치료에는 특이한 치료법이 있던데, '방사성 요오드 치료' 가 무엇인가요?"
Q: "갑상선 세포는 갑상선 호르몬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요오드를 흡수하는 성향이 있습니다. 방사성 요오드는 요오드에다가 방사성 물질을 첨가한 것인데, 수술 후에도 갑상선이나 그 주변에 남아있을 수 있는 미세한 갑상선 암세포들에 이 물질을 흡수시켜서 방사능을 이용해 죽이는 치료법입니다.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하는 경우 체내에 흡수된 방사성 요오드 물질이 방사선을 방사할 수 있으므로, 2박3일 정도의 격리 입원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K : "항암제 치료나, 일반적인 방사선 치료는 시행하지 않나요?"
Q: "흔하게 사용하지는 않습니다. 항암제 치료는 수술이나 방사성 요오드 치료 같은 주된 치료가 잘 반응하지 않을 때 고려합니다. 방사선 치료는 수술 후에 국소재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여겨지는 경우, 혹은 재발 가능성이 높은 아형인 경우 시행하기도 합니다."

K : "갑상선 치료의 부작용은 어떤 것이 있나요?"
Q: "갑상선 주위로 성대를 움직이는 신경이 지나가므로 수술 후 목소리에 변화가 생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 갑상선 주변에 있는 부갑상선이라는 기관이 있는데 수술 시 손상되는 경우 저칼슘혈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손발끝이 저리거나 경련, 근육마비, 무기력 등의 증상이 오는 경우 담당의에게 알리셔야 합니다.

방사성 요오드 치료의 부작용으로는 방사성 물질이 침샘에 흡수가 되어 생기는 침샘염이 있습니다. 침샘도 방사성 요오드 물질을 흡수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치료시 사탕이나 껌, 레몬 등을 이용해 침을 빨리 배출하게 해서 염증을 덜하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방사성 요오드 치료의 용량이 증가하거나 치료가 반복될수록 다음과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무월경이나 생리불순 등의 생식 장애, 페가 딱딱해지고 기능이 떨어지는 폐섬유화, 골수가 억제되어 백혈구 등 혈액 세포가 잘 생성되지 않는 증상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또한 치료 직후에는 주변 사람들을 방사능에 노출할 위험이 있으므로, 치료 후 5일 정도는 어린이와의 접촉을 피하고, 가능하면 혼자 자고, 배변 후에는 물을 2-3회 내려서 분비물을 깔끔히 씻겨내리고  사용한 식기와 옷은 분리해서 따로 세척하는 것이 좋습니다. 침과 땀으로 배출된 방사성 물질을 치우기 위해 욕실을 사용한 뒤에는 세척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렇게 부작용을 나열하다 보니 치료에 대한 공포감을 키운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런 부작용이 한 번 치료만으로 발생하거나, 모든 사람에게 다 나타나는 것이 아니므로 너무 두려워하지 말고 주의사항을 잘 지키면서 치료에 임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예방과 생활원칙

K : "긴 시간 감사합니다, 선생님. 그러면 마지막으로요. 갑상선암을 예방하기 위해서 지켜야할 수칙 같은 것이 있을까요?"
Q : "갑상선암은 원인이 명확히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흡연 같은 일반적인 발암 인자도 갑상선암과는 관계가 적습니다. 심지어 흡연이 갑상선암 발병을 낮춘다는 연구도 있지요. 갑상선암의 원인 인자로 확실히 알려진 것으로는 방사선 노출 정도인데, 특히 어렸을 때 노출된 경우 발병률이 높았다고 합니다.

근래에는 일부 소아암 같은 경우를 제외하면 어릴 때 방사선에 노출될 일이 잘 없지요. 과거에는 체르노빌이나 히로시마 같은 방사능 재난이나 방사선의 부작용을 잘 모르고 여러가지 치료를 시도했던 사례가 있어서 그런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그 외의 원인으로는, 가족력이 있는 경우 발병률이 증가한다는 것 정도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K : "요오드가 풍부한 음식을 먹으면 갑상선암을 예방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던데요?"
Q: "요오드가 장기간 결핍되면 갑상선암 발생이 증가할 수 있다는 연구들이 있습니다만, 요오드 결핍이 아주 심한 지역이 아니라면 크게 상관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식단에는 미역, 다시마, 김 등 요오드가 많은 식재료가 많으므로 요오드 결핍으로 인해 갑상선암이 증가할 우려는 거의 없습니다."

K : "결론이 명확하게 정리가 잘 안되는 것 같아요 선생님. 마지막으로 갑상선암의 예방 등과 관련해서, 어떻게 생활하고 생각해야 하는지 정리해주실 수 있을까요?"
Q : "갑상선암에 대해 특별한 공포를 가지고 살 필요는 없습니다. 어렸을 때 목 주변에 방사선 치료를 받았거나, 가족 중에 유전자 변이가 있는 갑상선암 환자가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유전자 변이가 있는 갑상선암은 다른 가족 구성원에게서도 발병할 가능성이 더욱 높다) 암 검진 권고안에서도 정기적인 검진을 권고하고 있지 않습니다. 일반적인 암예방 생활수칙을 지키면서 지내시되, 혹여 목에 무엇이 만져진다거나 목소리가 변하는 등의 증상이 발병하면 병원을 내원하여 진료를 받으시면 될 것 같습니다."

K : "네 선생님, 오늘도 긴 시간 감사합니다."


태그:#갑상선암, #암, #예방, #치료, #부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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