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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33살 늦깎이 중국 유학생입니다. 지난 2011년 계획에 없던 중국어 공부를 처음 시작한 후, 올해 7월 중국 랴오닝성 진저우시 현지대학교를 졸업했습니다. 이후 중국을 더 가까이 느끼고자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제가 경험한 중국의 일상생활과 유학에 얽힌 에피소드를 담담하게 풀어나갈 예정입니다. - 기자 말

명사산. 넓은 대륙 서쪽에 위치한 사막 산이다.
 명사산. 넓은 대륙 서쪽에 위치한 사막 산이다.
ⓒ 김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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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사 친구들 모두 <태양의 후예>에 미쳐있어! 너무 재미있어."

중국에 있는 리우징이라는 친구가 보내온 메시지다. 무슨 이야기를 시작해도 <태양의 후예>로 말문을 연다. 한국에 있지만, 현지의 분위기를 생생히 느낄 수 있다. 당연히 송중기가 있는 한국에 와보고 싶다는 이야기도 곁들인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로 보다 관심이 뜨거워 졌지만, 이미 많은 수의 중국인이 매해 한국을 찾는다. 요새는 한국 어디를 가도 어렵지 않게 중국인 관광객을 마주친다. 반대로 중국여행을 가는 한국인도 늘고 있다. 비자를 발급받아야 하는 불편함은 있지만, 광활한 대륙의 유혹을 뿌리치기란 쉽지 않다.

중국은 지리적으로 가까워 접근성이 좋고, 취향에 따라 골라 즐길 수 있는 재미가 있다. 북경·상해 등 현대 도시가 주는 편리함에, 자연이 만들어낸 절경까지 즐길 수 있는 곳이 바로 중국이다. 넓은 땅이 있기에 극지의 추위부터 사막까지 지구상 모든 기후를 만날 수도 있다.

'양꼬치엔 칭따오'의 배신

중국 동북지역은 우리가 치킨과 맥주를 먹듯이 꼬치와 맥주를 즐긴다.
 중국 동북지역은 우리가 치킨과 맥주를 먹듯이 꼬치와 맥주를 즐긴다.
ⓒ 김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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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도 이런 이유로 중국 청도행을 선택했다. 중국어 발음은 '칭따오'다. 자동으로 연상되는 단어는 바로 '칭따오 맥주'다. 편의점에만 가도 쉽게 찾을 수 있고, 한 개그프로그램에서 미는 유행어이기도 하다. 어느덧 웃음부터 지어지는 친숙한 이미지가 됐다.

청도는 한국과 거리가 가까워 짧은 기간에 저렴한 가격으로 여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휴가를 얻고 기대감에 잔뜩 부풀어 칭따오 맥주와 양꼬치로 뽕을 뽑겠다던 친구, 하지만 돌아올 때 분위기는 사뭇 무거워져 있었다. 현지 가이드 때문이었다.

패키지여행에서 가이드는 매우 중요하다. 온 일정을 맡겨 따라야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저렴한 패키지상품일수록 사비를 들여 선택해야 하는 관광 상품 옵션과 쇼핑센터 일정이 포함돼 있다. 사실상 가이드 주머니를 채워주는 수단이다.

중국 쇼핑센터 내부. 주로 은이나 옥을 판다.
 중국 쇼핑센터 내부. 주로 은이나 옥을 판다.
ⓒ 김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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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실망이었어. 두 번 다시 중국여행은 가지 않을 거야."

그녀는 현지 가이드 덕에 여행을 몽땅 망쳤다고 했다.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을 강요하고 물건을 강매했다고 한다. 상품을 사지 않은 사람들에겐 공개적으로 무안을 주거나 묻는 말에도 대꾸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관광 옵션을 선택한 사람이 관광지를 둘러볼 동안, 선택하지 않은 사람은 자유 일정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가이드가 악의적으로 아무것도 없는 찻길 위에 덜렁 내려주거나, 다른 사람이 관광을 마칠 때까지 버스에서 기다리게 했다고 한다. 중국 경험이 많은 나조차도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함께 여행을 한 어느 노부부는 쇼핑센터에서 진주를 200만 원가량 구입했다고 한다. 숙소에서 물건을 확인해보니 군데군데 깨져있을 뿐 아니라 자신들이 고른 것이 아니었다. 바로 가이드를 호출했다. 하지만 가이드는 택시를 타고 알아서 가라며 방관했다.

결국 노부부는 여행일정을 포기하고 택시비 약 10만 원을 들여 그곳을 찾아갔다. 하지만 돈을 돌려받는 데 실패했다. 말이 통하지 않았고 쇼핑센터에서 환불을 완강히 거부했기 때문이었다. 울며 겨자 먹기로 물건을 바꾸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고 한다.

간 큰 가이드에게 통쾌한 복수를

우루무치에서 봤던 소수민족 공연. 그들의 역사를 춤으로 표현했다.
 우루무치에서 봤던 소수민족 공연. 그들의 역사를 춤으로 표현했다.
ⓒ 김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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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56개 민족으로 이뤄진 나라다. 인구의 약 90%를 차지하는 한족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소수민족이다. 이들의 문화는 대부분 하나의 관광 상품으로써 한족에게 소비된다. 내가 이용했던 중국여행사에는 소수민족 공연과 문화체험이 항상 선택사항으로 들어가 있었다. 즉, 추가로 돈을 더 내고 봐야한다는 뜻이다.

우루무치를 여행할 때 거리가 멀어 여행사를 찾았다. 처음으로 중국 여행사를 이용했기에 신기한 마음에 가이드가 권유한 옵션 상품을 모두 구매했다. '단일 민족'이라는 한국인으로서 소수민족이 가진 문화에 궁금증이 일었다. 나는 물론 중국인인 한족마저 그들에게 환상이 있어 보였다.

하지만 공연장으로 들어가자마자 후회가 밀려왔다. 공연은 지루한 데다가 엉성하기까지 했다. 문화체험은 몇 가지 마른 주전부리나 전통음료를 내놔 구색을 맞추는 수준이었다. 오로지 돈벌이다. 현란한 가이드의 말에 깜박 속아 넘어가고 만 것이다.

우루무치에서 여행사를 두 번 이용했지만 소수민족 공연은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 수준은 비슷했다. 눈은 공연을 보고 있어도, 머리로는 들였던 돈과 시간을 계산하기 바빴다.

소수민족 문화체험. 주전부리나 간단한 음식을 먹으면서 그들이 부르는 노래나 춤을 감상할 수 있다.
 소수민족 문화체험. 주전부리나 간단한 음식을 먹으면서 그들이 부르는 노래나 춤을 감상할 수 있다.
ⓒ 김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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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자유여행을 선호하는 편이지만, 중국은 워낙 땅이 넓은 탓에 이동이 불편할 때가 있다. 예전 쓰촨(사천)성 여행 동선을 짜던 중 대중교통으로는 도저히 움직일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게다가 내가 있는 랴오닝성에서 쓰촨성까지 가는 비행기값도 만만치 않았다.

결국 항공·숙식이 포함된 패키지 상품을 구매했다. 지금까지 이용했던 여행사 중 가장 만족했지만, 역시나 가이드와 마찰은 피할 수 없었다. 그는 여느 여행사와 마찬가지로 옵션 상품을 권했다. 하지만 또 속긴 싫었다. 그래서 추가금액을 내지 않고 자유시간을 갖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돌아온 그의 말은 나를 경악케 했다.

"외국인은 선택할 수 없어. 무조건 가야해. 싸게 패키지 상품을 구매했잖아? 물론 쇼핑은 네 마음이지만 나머지 관광일정은 모두 선택하고 돈을 내야 해."

어이가 없었다. 홈페이지에도 옵션은 자유라고 떡하니 적혀 있지만, 가이드의 태도가 너무도 강경했다. 결국 돈을 지불하고 모두 구매할 수밖에 없었다. 좋은 마음으로 즐기고 싶었지만, 일정이 지날수록 허접한 공연에 화가 나 본사에 전화했다.

"가이드가 외국인이면 무조건 옵션을 사야 한다던데요? 홈페이지에 이런 내용 없었잖아요."
"그럴 리가 없는데요? 안 사도 돼요."
"이미 산 우리는 어떡해요?"
"저희가 가이드와 통화해서 환불조치하게 해드릴게요."

생각지 못한 수확이었다. 불만을 토로할 마음으로 전화했는데 환불이라니! 가이드는 잠시 후 표정이 굳은 채 돈을 돌려줬다. 통쾌한 순간이었다.

쇼핑센터에서 물건을 사지 마세요

패키지여행 일정에서 나온 식사. 8명이 같이 먹는다.
 패키지여행 일정에서 나온 식사. 8명이 같이 먹는다.
ⓒ 김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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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여행사를 이용하는 한국인은 생각보다 많다. 나처럼 직접 찾아가는 사람도 있지만 자신도 모르게 이용하게 될 수도 있다. 한국에서 패키지 상품으로 왔을 경우가 그렇다. 중국 여행사와 연계돼 있는 경우가 많아서다. 한국여행사에서 구매했지만 정작 현지여행사가 조선족 가이드를 내세워 한국인들을 통솔하기도 한다.

가장 주의할 것은 쇼핑센터다. 바가지요금 뿐 아니라, 정품이 아닐 수도 있고 환불이나 교환이 어렵기 때문이다. 내 경험상 일정 중 쇼핑센터에서 물건을 구입하기보단 호텔 주변 백화점이나 잡화점에서 물건을 사는 것이 믿을만했고 가격도 저렴했다.

예전 윈난(운남)성에 갔을 때의 일이다. 패키지여행 중 보이차를 500위안(약 9만 원)에 판매했다. 하지만 시장에서 똑같은 상품을 30위엔(약 5500원)에 팔고 있었다. 정품 보이차일 경우 가격이 비싼 게 정상이다. 하지만 여행사를 통한 관광일 경우 가품일 수도 있다. 물론 시장에서 파는 물건이 진짜일 가능성도 거의 없다. 어떤 것이 진짜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중국여행에서 불쾌한 경험을 한 친구는 자신이 외국인이기 때문에 호되게 당했다고 생각한다. 내 생각은 다르다. 중국에서 관광 중 제일 많이 뒤통수를 맞는 사람은 중국인이다. 중국 상인들은 누구에게나 태도가 같다. 설령 그게 같은 민족이라고 해도 다르지 않다. 첫째도 둘째도 조심이다. 그것이 합리적인 가격에 중국 대륙을 여행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태그:#중국, #중국유학, #중국여행, #여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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