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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포에는 보통의 벚꽃부터 수양벚꽃, 겹벚꽃 등 다양한 벚꽃이 핀다.
▲ 벚꽃도 여러가지 경포에는 보통의 벚꽃부터 수양벚꽃, 겹벚꽃 등 다양한 벚꽃이 핀다.
ⓒ 박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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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개지륜(가마)이 경포에 내려가니
십 리 빙환(고운 비단)을 다리고 다시 다려
장송 빽빽한 속에 한없이 펼쳤으니
물결도 잔잔하고 잔잔해 모래알을 셀 수 있겠도다"
- 송강 정철의 관동별곡 중에서...

송강 정철은 경포의 모래사장과 송림의 경치에 빠졌다. 그가 쓴 관동별곡 속 강릉은 선비가 사는 고장이며 예절을 높이 사는 아름다운 고을이다. 그가 호수를 내려다 본 경포대는 고려시대에 세워져 그 역사가 685년이나 된다. 경포호가 한눈에 들어오는 풍경은 과거에는 더 장관이었을 것이다.

 호수를 바라보면 수많은 이야기가 들려오는 듯하다
▲ 경포호수 전경 호수를 바라보면 수많은 이야기가 들려오는 듯하다
ⓒ 박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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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포 호수에서 즐길 만한 이야기

- 강원도 관찰사였던 송강 정철의 "관동별곡"
- 강릉 김씨의 시조인 김시습의 "금오신화"
- 강릉에서 태어나 강릉에 봉안된 김동명 시인의 "호수"
- 대관령 고개가 배경이 된 이순원의 "아들과 함께 걷는 길"
- 강릉 출신 여류시인 신사임당의 시 "그리운 어머니"

이렇게 호수를 바라보면 수많은 이야기가 들려온다. 스님의 시주요청에 쌀 대신 인분을 담아 주고 그에 대한 엄벌로 집이 물에 잠긴 욕심 많은 부자의 이야기부터 대관령의 경치에 반해 이를 화폭에 담아낸 단원 김홍도의 이야기, 하늘과 바다, 호수, 술잔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의 눈에 뜨는 다섯 개의 달 이야기는 경포 호수에 전해지는 대표적인 이야기들이다.

한때는 둘레가 12킬로미터에 달했던 거대했던 호수는 이제 4킬로미터 남짓으로 작아져 버렸지만 호수에 담긴 이야기는 세월이 지날수록 더욱 생생해지고 또 다른 줄기들이 더해진다.

너른 호수를 품은 경포호수공원 잔디밭 소풍은 그렇게 숱한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다, 홀로 자리를 깔고 누워 책 한 권 꺼내 읽으며 책 속의 또 다른 이야기에 빠지는 것은 내가 가장 자주 갖는 소풍이다.

산책로 데크 아래 나무그늘은 명당 중의 명당.
▲ 호수 피크닉 산책로 데크 아래 나무그늘은 명당 중의 명당.
ⓒ 박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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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포호숫가는 강릉에서 가족 단위의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장소이기도 하다. 좋은 경치가 펼쳐지는 4킬로미터 구간의 호숫길을 걷거나 뛰면 하루 운동으로 딱 적당하고, 아이들은 막힘없이 펼쳐진 너른 잔디밭과 습지에서 자유롭게 뛰놀 수 있다. 유모차를 밀고 가는 젊은 부부, 노부부가 손 붙들고 담소 나누는 모습은 이곳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호숫가 정경이다. 호숫가 남쪽으로는 산책로를 따라 벚나무, 소나무, 버드나무 등이 가득 심어져 있어 그 아래 자리를 깔면 한나절 소풍으로 최적의 장소를 마련할 수 있다.  

햇살이 좋은 어느 날, 책 한 권 끼고 경포호숫가 잔디광장을 찾았다. 주말, 이른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잔디광장 쪽에 인파가 가득해서 가까이 가보니 어린이집 야유회가 있는 모양이었다. 여기저기 자리를 맡기 위해 펼쳐놓은 돗자리들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오전 한나절 신나는 놀이 후에 이곳에서 맛있는 점심 밥상이 차려질 것이다. 나도 내 자리를 찾아 나섰다.

잔디 광장의 중심부는 푸른 잔디가 펼쳐져있는 탓에 그늘을 찾기 힘든데, 뒤로 조금 물러나 습지탐방로 쪽으로 가면 데크를 따라 늘어선 나무 그늘을 찾을 수 있다. 나는 그곳에 자리를 잡고 본격적인 소풍을 시작했다.

호수 주변 곳곳에 테이블이 배치되어 피크닉을 간편하게 즐기기 좋다
▲ 몸만 오세요 호수 주변 곳곳에 테이블이 배치되어 피크닉을 간편하게 즐기기 좋다
ⓒ 권정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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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호수 피크닉 추천 장소
- 경포 호숫가 뒤편 잔디광장
- 산책로 데크 따라 늘어선 나무 그늘 아래
- 경포가시연습지 입구 3.1공원 주차장 근처 테이블
가만히 앉았다가 누웠다가 책을 읽었다가 눈을 감았다가 하는 동안 내내 눈에 들어오는 것은 역시 경포호수다.

주변으로 꽃봉오리가 터지기 시작한 나뭇가지를 보니 새삼 이곳의 사계절은 늘 새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덕분에 호수 피크닉은 다양한 매력으로 즐길 수 있다.

호수의 길목마다 벚꽃 흐드러지는 봄이야말로 소풍이 절정을 이루는 계절. 흔히 보는 벚꽃을 비롯해서 꽃가지가 아래로 축 늘어지는 수양벚꽃도 호수 주변에 만발하고 꽃잎 지는 아쉬움이 더해갈 때 좀 더 화려한 겹벚꽃이 피어난다.

경포호수 주변은 봄이면 벚꽃의 향연 펼쳐진다.
▲ 경포호수의 봄 경포호수 주변은 봄이면 벚꽃의 향연 펼쳐진다.
ⓒ 권정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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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여행의 백미, 벚꽃
▲ 경포호수의 봄 봄여행의 백미, 벚꽃
ⓒ 권정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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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는 벚꽃을 아쉬워 할 즈음 봄이 마지막 선물을 한다. 꽃잎이 겹겹이 포개진 겹벚꽃을 피워내는 것으로 말이다.
▲ 봄의 마지막 선물 지는 벚꽃을 아쉬워 할 즈음 봄이 마지막 선물을 한다. 꽃잎이 겹겹이 포개진 겹벚꽃을 피워내는 것으로 말이다.
ⓒ 권정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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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포호수에서 몇 걸음만 옮기만 허균·허난설헌 공원이 있는데 겹벚꽃이 절정을 이루는 5, 6월에 흩날리는 벚꽃 잎 속에서 소풍을 즐길 수 있다. 그리고 여름 이후 호수변 습지에는 가시연꽃을 비롯한 여러 종류의 연꽃이 피어난다. 아찔한 연꽃향을 맡으며 습지의 몸통으로 들어갈 수 있는 소풍, 강릉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가을엔 갈대숲 우거진 호숫가의 청명한 기운을 만끽할 수 있고, 겨울엔 한나절 소풍은 어렵지만 철새들의 몸짓을 가까이서 감상할 수 있다.

 여름이면 경포습지에 핀 연꽃을 즐길 수 있다.
▲ 연꽃 여름이면 경포습지에 핀 연꽃을 즐길 수 있다.
ⓒ 박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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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니, 원앙, 청둥오리 등 겨울철 호수는 철새들의 놀이터가 된다
▲ 철새들의 놀이터 고니, 원앙, 청둥오리 등 겨울철 호수는 철새들의 놀이터가 된다
ⓒ 박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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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피크닉의 사계
- 봄(4월~5월) : 벚꽃, 수양벚꽃, 겹벚꽃 등 다양한 벚꽃을 시간차로 즐긴다
- 여름(7월~9월) : 경포습지에 피는 연꽃, 가시연꽃의 우아함을 감상한다
- 가을(10~11월) : 갈대와 단풍에 물드는 호수
- 겨울(1월~2월) : 고니, 원앙 , 청둥오리, 재두루미, 물오리 등 철새들을 만난다
한참을 책에 빠져 있다 보니 허기가 느껴져 샌드위치를 꺼냈다. 가족, 친구 등 소중한 이들과 함께 한다면 간식거리를 좀 더 풍성하게 꾸리고 소소한 수다를 곁들일 수 있어서 또 다른 재미가 있겠다. 사람들의 추억은 또 다른 이야기가 되고 그 이야기는 경포호수 아래 차곡차곡 쌓일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본 기사는 강릉지속가능발전협의회가 기획하고 파랑달협동조합이 제작한 여행 책자 <다섯가지 테마로 즐기는 강릉여행, 2015>에 중복 게재되었습니다.



태그:#강릉여행, #파랑달협동조합, #에코투어, #강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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