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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실력의 프로 바둑 기사가 인공지능 프로그램에게 3연패를 당한 후 드디어 첫 승을 올렸다. 각종 뉴스 프로그램에는 이에 대한 분석 기사가 연일 보도되고 있다. 1승을 올렸다고는 하나 3패에 대한 충격이 커서인지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는 사회가 오고 있다고 호들갑이다.

하지만 이미 우리는 기계의 지배를 받고 있다. 현대인들이 아침에 눈을 뜨고 밤에 잠들 때까지 컴퓨터와 기계 없이 살아갈 수 있는가? 스마트폰, 컴퓨터, 자동차... 우리는 기계를 작동한다고 하지만 결국 작동되는 것은 다수의 평범한 사람이다. 하지만 그러한 기계들을 발명하고 개발하고 기술을 발전시켜 온 것은 사람이다. 문제는 여기서도 나오는 1%의 소수와 99%를 차지하는 대다수의 일반 대중들이다.

알파고는 구글의 자회사인 구글 딥마인드의 프로그램이다. 2014년 구글은 4억 달러에 데미스 허사비스가 창업한 딥마인드 테크놀로지라는 회사를 인수하였다. 이 회사에서 만든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이 알파고이다. 4억 달러라면 우리 돈으로 4800억 원에 가까운 천문학적 금액이다. 구글이 바보가 아닌 이상 4억 달러를 들여 작은 회사를 인수하는 것은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한편 구글은 2006년에 16억 5천만 달러에 동영상 커뮤니티 사이트인 유튜브를 인수했다. 이 금액은 당시 기준으로 구글이 인수합병에 쓴 가장 큰 액수였다. 인수 당시에는 특별한 수익모델이 없어 실패한 인수합병이라고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구글은 지속적인 투자와 광고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는데 성공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유튜브의 지난해 매출은 42억 8천만 달러로 전년 대비 40.6%나 성장했다. 또한 구글은 모바일 운영 체계의 양대 축 가운데 하나인 안드로이드를 2005년 5천만 달러에 인수하여 현재 전 세계 18억 대의 스마트폰에 구글의 각종 프로그램과 수익모델을 심어 놓았다.

알파고는 구글의 수많은 자회사 중 하나의 수익모델이다. 알파고가 대단한 프로그램인 건 분명하나 그보다 대단한 것은 이러한 프로그램 개발을 예상하고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한 구글이란 회사이며 그 회사의 회장인 에릭 슈미트, 창업자 래리 페이지, 세르게이 브린을 포함한 경영자들이다.

그 경영자들은 기계가 아니라 사람이다. 알파고라는 프로그램이 최고의 프로 바둑 기사 이세돌 구단에게 승리를 거둔 것을 기계문명의 승리라고 보는 것은 표면적인 수준의 인식이다. 알파고의 승리는 또 하나의 거대 다국적 기업의 승리이며, 99%의 일반 대중이 1%의 거대 자본에 종속되는 여러 현상 중 하나에 불과하다.

구글의 목표는 회사 홈페이지에 나와 있다.

"전 세계의 정보를 체계화하여 모두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정보를 편리하게 이용하려면 일반 대중들은 비용을 지불하여야 한다. 검색 프로그램 엔진으로 출발했던 구글은 현재 모바일 운영 체계, 동영상 서비스, 인공지능 개발, 무인자동차, 사물인터넷, 로봇, SNS, 드론, 인공위성, 빅데이터 등 신기술 분야로 인수합병을 통해 나아가고 있다. 지금 당장은 이러한 기술이 일반 대중들에게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정보화 기술의 무한한 발전과 거기에 종속 당하는 사람들은 구글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알람으로 아침에 눈을 떠 구글 콘택트렌즈를 착용하고 혈당 수치를 파악하고 건강관리를 한다. 구글 TV로 뉴스를 보고 구글 글래스를 착용하고 각종 정보를 얻으면서 인공위성이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구글 지도 서비스가 탑재된 구글 무인 자동차로 출근을 하는 것이 일상생활이 되는 날이 어느새 우리 앞에 와 있다.

산업화 시대를 지나 정보화 시대에 들어서면서 글로벌 거대 기업들의 기술과 우리의 일상생활은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일례로 어릴 때 우리 집에는 냉장고가 없었다. 1984년 초등학교 4학년 때 읍내 가전제품 대리점에서 5만 원에 중고로 냉장고를 구입하고 냉동실에서 처음으로 얼려먹었던 그 얼음조각의 신선한 차가움을 아직까지 기억한다.

냉장고를 사기 전 우리 어머니는 어떻게 음식을 준비하셨을지 지금은 미스터리에 가까운 일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냉장고 없는 우리 일상은 상상하기조차 싫을 정도로 끔찍하다. 지금 우리가 예전부터 존재해 왔다고 착각하고 있는 각종 가전제품들, 컴퓨터, 스마트폰, 자동차, 인터넷 등의 기술 등이 우리에게 본격적으로 보급된 것은 그다지 오래 전이 아니다.

사람은 기술을 만들어 내고 그 기술은 사람을 지배한다. 하지만 기계나 기술이 인간을 지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그 기계와 기술을 지배하는 사람은 거대 기업의 자본과 소수의 사람인 것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알파고가 세계 최고 바둑 기사를 이긴 것은 기계가 사람을 이긴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비용을 지불해야 할 거대 자본의 새로운 기술이 하나 더 늘었다는 것의 예시일 뿐이다.

덧붙이는 글 | 제 블로그(http://blog.naver.com/myoung21)에도 싣습니다.



태그:#알파고, #구글, #정보화, #거대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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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에 행복과 미소가 담긴 글을 쓰고 싶습니다. 대구에 사는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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