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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맨의 실제 모델인 미국의 엘론 머스크가 최근 또 한 번 세상의 주목을 받았다. 그가 설립한 민간 우주선 개발업체 스페이스X에서 쏘아 올린 로켓의 1단 추진 로켓이 다시 지상에 수직 착륙했기 때문이다. 일회용으로만 사용했던 추진 로켓을 재사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준 쾌거였으며, 700억 원에 이르는 우주선 발사 비용도 70억 원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대다수의 누리꾼들은 축하 메시지를 전하며 그의 도전 정신과 과학 기술에 투자하는 선구자 정신을 높이 샀다. 하지만 한 누리꾼은 "엘론 머스크가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어느 대기업 공돌이로 야근하고 있겠지"라고 지적했다. 이 누리꾼의 말은 다른 이들의 공감을 받으며 베스트 댓글이 됐다. 나는 그가 대학생이거나 적어도 커리어에 대해 고민 많은 20대라고 생각한다.

성인이지만 성인-청소년기를 겪는 20대는 주변에 흔하다. 무엇보다 커리어에 대한 방향을 잡는 것을 상당히 어려워한다. 내가 무엇을 잘하고, 하고 싶어하는지 잘 모르는 20대가 많기도 하지만, 설령 하고 싶은 것이 분명하다 해도 대학을 졸업하고 나온 사회에는 이전에 미처 몰랐던 기회와 위기라는 변수가 늘 있다.

남다른 언어 감각이 강점이라 자신한 나는 외신 보고서를 작성하는 회사에 입사했고, 1년 동안에만 세 번의 대형사고를 쳤다. 원문을 정확히 이해하고 핵심을 요약하는 것이 보고서의 생명인데 오역을 내거나 수치를 잘못 기입하고, 출처를 잘못 적기도 했다. 1년 사이 저지른 대형 실수에 자책감이 들면서 이 일이 나에게 맞지 않은 가라는 깊은 고민에 빠졌었다.

하지만 기본이 가장 중요하고, 잘 다져진 기본은 어디서나 통한다는 대표의 말을 새기며 버텼다. 지금은 그때와 같은 실수는 안 한다. 어느새 작은 디테일도 잘 놓치지 않는 실력이 쌓였다.

1년 차에 보이지 않았던 것도 보인다. 공통분모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독립적인 성과들 사이에 크고 작은 연결 고리가 있다는 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즉, 내가 지금 하는 일이 커리어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결코 쓸모없지 않다는 것이다. 당장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몰라도 괜찮다는 안도감이 왔다. 질서가 없는 것 같은 개별 경험들이 결국 하나하나 연결점을 이어가게 될 것이다.

커리어에 관한 고민들에 대해 모든 것을 터놓고 얘기하는 가장 친한 친구가 있다. 나는 그녀에게 '비록 우리의 대화가 방향이 없는 듯 늘 제자리를 맴돌고 있기는 하지만, 우리는 '참 잘 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20대 청년의 때에 '커리어에 관한 고민'이라는 책임을 다하면서 고민하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깨닫고 있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의 발언대로 그 여정이 바로 보상인 것이다.

그래서 나는 참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사회에서 할 줄 아는 것은 적고 사회에 기여하는 수준도 미미하겠지만, 고운 마음 밭 하나로 양분을 잘 공급 받아 열매 맺을 날을 기다리고 있다.


태그:#청춘 기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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