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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스타일이 일사분란하게 밀어붙이는 거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도 이미 티에프(TF)팀을 꾸려서 추진했다. '위안부 문제 한-일 외교장관 협상'도 마찬가지다. 한국 정부는 무슨 재단 설립에 나서고 있다. 더 진행되기 전에 막아야 한다."

오랫동안 일본군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돌봐온 이경희(67)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 마산창원진해시민모임(아래 마창진시민모임) 대표가 한 말이다. 이 대표는 30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통해, '한-일 위안부 협상'에 대해 '자주평화인권 정신 위배'라 지적했다.

창원지역에는 현재 피해 할머니 4명이 생존해 있다. 이들은 대부분 병마와 싸우고 있고, 일부는 치매도 앓고 있다. 이경희 대표는 "할머니들을 자주 찾아뵙지는 못하는데, 건강이 좋지 않아 걱정"이라 말했다.

마창진시민모임은 시민성금과 창원시 지원으로 올해 창원시 마산오동동 문화거리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자주평화인권 다짐비'를 건립했다.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 마산창원진해시민모임 이경희 대표가 창원 마산오동동 문화거리에 세워져 있는 '자주평화인권 다짐비' 옆에 서 있다.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 마산창원진해시민모임 이경희 대표가 창원 마산오동동 문화거리에 세워져 있는 '자주평화인권 다짐비' 옆에 서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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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이경희 대표와 나눈 대화 내용이다.

- 한일 외교장관의 협상 뒤 나눔의집에 계신 한 할머니가 했던 발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협상 무렵 외교부 안에서 일본군위안부 문제 담당부서인 '동북아국' 국장이 직접 전화를 해서 설명을 하더라. 비슷한 시각에 외교부가 나눔의집에도 전화를 했거나 방문해서 설명했을 가능성이 있다. 나눔의집 한 할머니께서 '미흡하고 좀 마땅하지 않을 수 있지만 정부가 열심히 했다고 하니 받아들여야지 어쩌겠느냐'고 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외교부가 노력했다며 이해해 달라고 부탁을 했을 것이고, 그런 차원에서 순진한 할머니 입장에서는 못마땅하다는 말을 못 했을 수 있다."

- 이번 협상이 왜 문제인지?
"우리는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기념물을 세웠고 그 이름을 '인권자주평화 다짐비'라 했다. 그것이 위안부의 핵심 가치다. 이번 협상은 그 가치에 다 위배되고, 중요한 정신이 실종되었다."

- 인권 가치가 왜 위배되었다고 보는지?
"피해 당사자들을 배제하고 당사자들의 의견을 일절 듣지 않고 독단적으로 합의한 부분이 반인권적이다. 그것도 단순한 인권 피해자가 아니고 70년을 눈물로 기다려온 피해자들을 외면했다. 그래서 반인권적이다."

- 반자주는 어떤 의미인지. 
"역사를 제대로 청산하자는 정신도 없었다. 이번 협상은 미국의 종용에 의한 것이다. 그래서 반자주적이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려고 한-미-일 군사동맹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은 한반도에 군사적 영향력을 미치기 위한 준비를 해 왔다. 안보법이라든지 '집단적 자위권' 발동 등이다. 일본이 한반도에 군사력 출동을 준비하려고 하는데, 한국과 일본 사이에 위안부 문제로 걸림돌이 되니까 미국의 압력과 종용이 있었던 것이다. 그것이 반자주적인 것이고, 자존심의 문제다."

- 평화 정신 위배는?
"미국과 일본의 군사력이 한반도에 더 많은 영향력을 미치게 되면, 한반도 군사적 긴장이 훨씬 높아진다. 지금도 1년 내내 전쟁연습 하다시피 하는데, 앞으로는 그것이 더 강화될 것이다.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발동하면 훨씬 군사적 긴장은 높아지면서 평화를 깨뜨리게 된다. 평화정신이 훼손되고 실종된 협상이다. 다르게 말하면, 이것은 위안부 문제를 미국과 일본의 패권 전쟁에 의해 희생시킨 것이고, 위안부 문제를 도구로 한 것이다."

- 피해 할머니들의 목소리가 중요할 것 같은데.
"창원지역에 현재 생존해 계신 4명의 할머니는 건강이 점점 좋지 않다. 중요한 판단을 해야 할 시기다. 그런데 피해자들이 정부의 협상에 대해 잘 되었는지 예리하게 판단해야 한다. 그런데 할머니들은 병마와 싸우고 있고 일부는 정신이 오락가락하신다. 협상 내용을 설명해 드려도 이게 무슨 말인지 제대로 인식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다행인 것은 나눔의집과 서울지역 몇 분께서 목소리를 내시고, 그 분들이 다른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주고 있어 다행이다."

창원시 마산오동동 문화거리에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인권자주평화 다짐비'에 겨울이 되면서 누군가 털모자와 목도리를 씌워놓았다.
 창원시 마산오동동 문화거리에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인권자주평화 다짐비'에 겨울이 되면서 누군가 털모자와 목도리를 씌워놓았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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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지역에 생존해 계신 할머니들이 평소 하던 말씀은?
"얼마 전 한 할머니께서는 이런 말씀을 하시기도 했다. '우리가 지금 무엇을 한들 되겠느냐'거나 '일본이 여태까지 눈도 깜짝 안 했는데 지금 한다고 되겠느냐'고 하셨다. 마치 체념하신 듯한 말씀이었다. 그러나 지금 처한 상황을 설명해 드리고 나면, 나중에는 할머니께서 다시 희망을 갖고 해보자고 하셨다. 그동안 피해자와 여러 단체들이 열심히 양국 정부를 계속 압박하고 했기에, 그래도 협상이라도 했다. 할머니들은 어떻게든 결판이 나지 않겠느냐며 늘 희망이 끈을 놓지 않으셨다."

-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은지?
"박근혜 정부 스타일이 일사분란하게 밀어붙인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도 그랬다. 미리 티에프(TF)팀을 꾸려서 준비했고, 집필진 구성까지 들어간 거 아니냐. 이것도 마찬가지로 보인다. 한국에서 무슨 재단을 설립한다고 하는데, 정부는 벌써 준비팀을 꾸리고 행정 절차를 진행시키려고 한다. 일사반란하게 해서 해치우려고 한다. 그렇게 하기 전에 무효화해야 한다."

- 앞으로 지역에서의 활동 계획은?
"협상을 무효화 시키기 위한 활동을 적극 벌여야 한다. 오프라인에서는 벌써 서명운동이 벌어지고 있더라. 지역에서는 새해 1월 6일 창원 마산오동동 문화거리 자주평화인권 다짐비 앞에서 '수요집회'를 열 예정이고, 8일 저녁에는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촛불문화제를 열 계획이다."


태그:#일본군위안부, #자주평화인권 다짐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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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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