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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네팔에는 슬픔이 지속되고 있다. 지진 피해자는 물론 일반인과 외국인들 모두 네팔에 있다는 이유로 그런 고통을 겪어야 한다. 지난 27일 최초의 진앙지 신두팔촉을 비롯해 지진 피해자 13명이 추위를 이겨내지 못하고 동사했다는 소식은 또 다른 슬픔이다.

네팔 신문에 만평이다. 네팔 총리가 지진피해자가 동사한 사채를 보면서 웃고 있다. 앞에 수많은 좌석은 장관직을 늘려가는 것을 비판하는 것이다. 사진 아래는 인도에 대한 국민감정이 나빠진 상태에서 인도와 네팔의 축구경기가 열린 가운데 시민들이 줄지어 서 텔레비전을 시청하고 있다.
▲ 충분하고 충분하다. 네팔 신문에 만평이다. 네팔 총리가 지진피해자가 동사한 사채를 보면서 웃고 있다. 앞에 수많은 좌석은 장관직을 늘려가는 것을 비판하는 것이다. 사진 아래는 인도에 대한 국민감정이 나빠진 상태에서 인도와 네팔의 축구경기가 열린 가운데 시민들이 줄지어 서 텔레비전을 시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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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가운데 네팔 정부에서는 정신이 있는지 없는지 각부 장관의 숫자를 19명에서 29명 늘린다고 한다. 그래서 민심은 더욱 흉흉하다. 카트만두 시민 중에는 동사자 한 명당 장관 한 석이 늘어나는 느낌이라며 어이 없어하기도 했다. 더군다나 29일은 최초의 여성대통령이라고 해서 뉴스의 초점이 되기도 했던 네팔 대통령 비다 데비 브한다리(Bidha Devi Bhandari)가 파수바티라는 곳을 찾아 한 달 월급을 전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뉴스를 듣던 아내는 부엌에서 요리를 하다말고 실소를 터트리며 지진 피해자들에게 텐트라도 보내지? 하고 볼멘소리를 한다.

지금 카트만두 거리에는 장작을 구하기도 어려워지고 있다. 물론 돈이 있다면 다 가능한 일이다. 휘발유와 경유 등도 얼마든지 암거래를 통해 구하는 것이 현실이다.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런 가운데 인도 국경을 넘어온 가스와 유류가 국경 인근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통해 암거래되는 것을 경찰이 찾아냈다는 뉴스도 나온다. 버스터미널 인근에서 얼마든지 손 쉽게 암거래를 통해 유류를 살 수 있다는 일이 한심하기 그지없다. 어쩌란 말인가? 다시 문제는 돈이다.

카트만두 시민들이 낮에 추위를 달래기 위해 옥상에서 햇빛을 쬐며 어울리고 있다. 연탄난로는 우리 부부의 추위를 달래려는 고육책
▲ 변압기는 폭발하고 전선을 불타고 있다. 카트만두 시민들이 낮에 추위를 달래기 위해 옥상에서 햇빛을 쬐며 어울리고 있다. 연탄난로는 우리 부부의 추위를 달래려는 고육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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땔감을 마련하기 위해 흥정하는 사람들, 판매를 위해 쌓아놓은 장작더미
▲ 카트만두 시내 풍경 땔감을 마련하기 위해 흥정하는 사람들, 판매를 위해 쌓아놓은 장작더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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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가운데 카트만두를 7개 그룹으로 나눠 행해지던 제한 정전시간은 크리스마스에 다시 1시간 더 늘었다. 하루 평균 11시간 동안 전기가 공급되지 않는다. 하지만 11시간이라고 하는 정전 시간은 예정대로 지켜지고 있지도 않고 있다. 시간표상 그런 것일 뿐이라는데 더 문제가 심각하다.

우리가 빵을 공급하기 위해 오븐에 들어간 빵이 익기도 전에 정전시간도 아닌데 정전이 된 경우가 일주일에 네 차례나 된다. 사실 한 후원인께서 발전기를 사라면서 보내주신 돈이 있으나 되도록 장기간 재료비로 사용하기 위해 발전기 구매를 미뤄왔다. 더구나 유류와 가스난 이후 모든 물가가 상승해서 지금은 구매조차 쉽지 않은 실정이다.

우리 부부는 카트만두의 겨울밤을 이겨내기 위해 한국인이 만든 실내용 텐트를 사서 침대에 텐트를 설치했다. 그러나 그것도 별다른 효험이 없다. 또한, 가게에는 작은 번갯불 같은 것을 태워 추위를 달랠 수 있는 난로를 샀다. 나는 지금 일주일째 감기몸살을 앓고 있다. 아내는 나의 이런 상태를 보고 늙은이가 다 됐다고 한다. 콜록콜록 대며 견디지 못하는 모습에 반응한 일이다. 마치 원시 시대를 향해 달리는 것처럼 느껴지는 카트만두 시내에는 이제 어느 곳엘 가더라도 땔감을 판매하려고 내놓은 장작 다발을 볼 수 있다.

한 식당에서 장작을 이용해 로띠를 굽고 있다. 사람들이 모여 불을 피우고 둘러앉았고 땔감을 구입한 사람들이 땔감을 운반하고 있다.
▲ 장작으로 일상을 사는 카트만두 사람들 한 식당에서 장작을 이용해 로띠를 굽고 있다. 사람들이 모여 불을 피우고 둘러앉았고 땔감을 구입한 사람들이 땔감을 운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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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카트만두에 추위는 예년보다 춥지만, 한국 사람들이 생각하는 온도로 보면 결코 강추위가 아니다. 그러나 무서운 추위다. 히말라야에 찬바람이 온 도시를 찬 기운이 살갗을 파고들 듯 파고든다.

지진 피해자들에 구호품을 조금이라도 더 가져오자고 겨울철에 대비하지 못한 우리 부부도 강추위를 견뎌내기 위해 생사의 갈림길에 선 사람처럼 애를 태우고 있다. 29일도, 28일도, 아니 27일도 암거래로 휘발유와 경유를 챙기느라 또한 분주하다.

산다는 것, 죽음. 마치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경계인 같은 느낌으로 지내는 카트만두에 일상이 지진 구호 활동을 위해 왔다고 하는 나의 진정성을 실험하는 듯하다. 28일 밤 잠을 자다가 깬 나는 유난히 밝던 겨울 달빛을 보며 곡을 하듯 울부짖는 개 울음을 들으며 한 편의 시를 쓰고 잠들었다.

달과 개 

휘영청 밝은 달이 서럽게 울고 있네. 
새벽달은 밝고 개들은 따뜻하게 울부짖고 있는데 
죽어가는 달처럼 서럽게 신음하는 카트만두 계곡에 
빛이라고 남은 달이
죽어가는 사람들의 혼을 달래고 있네. 
짖는 개야. 짖는 개야. 
네가 사람이다.
사람들은 모르는지 아는지 
울부짖음도 웃음도 
서러운 슬픔도 아우성도 다 잊은 지 오래처럼 
휘영청 밝은 달과 짖는 개만 살아남은 듯 침묵이다. 
개야. 고맙구나. 
죽어가네. 죽어가네. 
사람 살려. 사람 살려. 
밝은 달빛에 뜨거운 눈물도 따뜻한 체온도 
스스로 살아온 각자의 세월만큼 남은 세상에 바치고 
가네. 
가네.
밝은 빛을 보며 가네. 
히말라야에 신선 리시무니 따라가네.
더는 이 요지경인 세상에 
더 머물지 그래.
더 머물지.
한마디 건넬 법하건만 다문 입 열지 않고 
묵묵히 신선의 계곡으로 길을 내며 가네. 
사람도 없고 울부짖는 개와 휘영청 웃는 달만 남은 지상을 따라가다.
지친 달과 울다 지친 개만 남아
죽어가는 히말라야 계곡 사람들을 살리라고
살려달라고 아우성치네.
나는 그 밤이 슬퍼 하냥 짖는 개와 밝은 달에 슬픈 눈망울만 쳐다보네.

네팔사람들은 여전히 마치 내가 우나 보라는 듯, 내가 화를 내나 보라는 듯, 여전히 처절한 고통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경이로움을 보여주고 있다. 나는 다시 그들을 보며 히말라야에 사는 신선(리시무니, Risimuni)이 보살피는 나라 네팔에 대해 엄숙한 마음을 갖게 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사람과 사회에도 게재 됩니다.



태그:#네팔 각료, #리시무니, #삶과 죽음, #네팔 카트만두의 일상, #지진피해 동사자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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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사람의 사막에서" 이후 세권의 시집, 2007년<히말라야,안나푸르나를 걷다>, 네팔어린이동화<무나마단의 하늘>, <길 위의 순례자>출간, 전도서출판 문화발전소대표, 격월간시와혁명발행인, 대자보편집위원 현민족문학작가회의 회원. 홈페이지sisarang.com, nekonews.com운영자, 전우크라이나 예빠토리야한글학교교사, 현재 네팔한국문화센타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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