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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트위터'가 세상에 나온 지 9년째입니다. 최근 몇 년간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에 밀려 사용자가 줄어들면서 '트위터 위기론'이 자주 거론되는데요. 그럼에도 누군가는 '트위터를 계속하겠다'고 말합니다. 트위터에는 어떤 매력이 있는 걸까요? 2015년의 끝에서 트위터를 다시 돌아보려 합니다. [편집자말]
미디어, 소셜 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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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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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26일, 서울에서는 '서울코믹월드'라는 이름의 행사가 열렸다. 해당 행사는 입장표가 조기 매진될 정도로 성황리에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다수 언론은 물론, 인터넷 매체에서도 해당 행사에 대해서는 거의 다루지 않았다.

하지만 트위터는 달랐다. 온종일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에는 서울코믹월드에 대한 이야기가 오르내렸다. 서울코믹월드의 줄임말인 '서코'나 '서코 줄', '서코 사람'을 제외하고도, '코스어'나 '예매권', '부스 입장', '입장 줄', '매표소' 등 서울코믹월드와 관련된 단어들이 트렌드로 올라왔다. 서울코믹월드가 열리는 근처의 지하철 역인 '학여울'도 실시간 트렌드 목록에 올랐다.

사실 나는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즐기는 사람도 아니고, 고로 서울코믹월드와 같은 행사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트위터 트렌드에 오르지 않았더라면, 나는 그 행사가 존재한다는 사실도 몰랐을 것이다. 관련 기사는 한 줄도 나지 않았다. 사람들이 흔히 방문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도 나는 아이디 하나 가지고 있지 않다.

아마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이 그러하리라고 생각을 했다.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가 아무리 대형이라지만 회원 수는 대부분 백만 단위를 넘어가지 못한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아졌다지만 대부분의 경우 정보를 얻는 경로는 포털 사이트 검색어나, 메인에 올라오는 언론사의 기사들뿐이다. 그리고 인터넷 언론의 패권은 대부분 종이신문을 내는 중앙 일간지가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시 말하자면, 인터넷 시대의 도래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정보를 얻는 경로는 한정되어 있다는 뜻이다. 여전히 사람들은 대형 언론사가 뽑아내는 기사를 주요하게 소비할 수밖에 없다. 물론 인터넷을 통해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여러 경로를 통해 전달할 수 있게 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모든 이야기가 영향력을 가지게 되는 것은 아니다. 강한 전달력을 가진 정보는 여전히 대형 언론사를 통해 전달되는 내용이다.

트위터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과 다른 점

그런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수많은 시도가 있었다. 그 가운데 상당한 성과를 거둔 시도 중 하나가 바로 SNS라고 생각한다. SNS는 일반인들에게 자신의 목소리를 낼 기회를 주었고, 그 과정에서 'SNS 스타'나 '파워 트위터리안'과 같은 말이 탄생하기도 했다.

물론 이 시도가 온전히 성공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사실 온라인에서 사람들이 각자의 다양한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오프라인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보다 그것이 훨씬 자유롭고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이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얼굴과 신상 정보가 모두 공개되어야만 하는 공적인 발언대보다, 온라인의 익명성은 수많은 사람을 자유롭게 만든다.

온라인의 '익명성'이 언제나 좋은 결과만을 불러오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익명성'이 더 자유로운 의견 표출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사실이다. 인터넷이 의견 표출의 장으로 부쩍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익명성'이 가진 자유로움의 영향이다.

하지만 많은 SNS는 '친목'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익명성'이 주는 자유로움을 포기했다. 대부분의 페이스북 계정은 실명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오프라인에서 친한 사람들과 페이스북 위에서 관계를 맺는 경우가 많다. 인스타그램은 '사진'이라는 매개로 운영되며 사실상 온전한 익명성은 포기했다.

어떤 선택이 완전히 옳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들은 각자의 목적을 위해 각자의 플랫폼을 만들었을 뿐이다. 그 결과로 페이스북 등의 다양한 SNS는 '익명성'이라는 성질을 포기했고, 곧 온라인이 줄 수 있는 자유로움도 상당 부분 포기했다. 결론적으로 페이스북 등의 SNS는 '자신만의 목소리'를 개성 있게 표현할 기회를 상당 부분 잃어버렸고, 일반인들의 목소리가 주는 영향력을 상당 부분 제거해버렸다.

결국 트위터에 수많은 사람이 여전히 남아있는 이유는 그것일 것이다. 트위터는 스스로 밝히고자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자신의 익명성을 대부분 보장해 준다. 트위터 사용자들은 상대방에게 '네가 누구인지'를 밝힐 것을 강요하지 않고, 원하지도 않는다.

트위터 유저들은 익명성 뒤에 가려진 상대방이 누구인지 그 자세한 정보를 원하지 않는다. 140자로 제한된 트윗과 소개 글은 애초에 그런 정보의 기입을 의도하지 않았다. 단순히 상대방이 생각하는 바와 일상을 짧게 적어내는 것만을 원한다. 트위터는 익명성을 보장하고, 그만큼 자유로움을 보장한다.

자유롭게 이야기하면서도 충돌이 적은 공간

트위터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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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수많은 사람이 있다. 각 개인은 각자의 관심사를 가졌고, 그에 따라 하고 싶은 말은 각자 모두 다르다. 하지만 사회적 제약과 시선은 그 수많은 목소리를 하나로 획일화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진중하고 무게감 있는 생각을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부당한 시선'이라는 것도 존재한다. 단적으로, '서울코믹월드'에 대해 일반 시민들이 어떤 관념을 가지고 있을지 상상해 보자. 특정 문화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긍정적이지는 않을 수도 있다.

세상에는 자신의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전할 용기가 있는 사람도 있지만, 세상의 시선에 어쩔 수 없이 응해야 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트위터에선 그렇지 않다. 자신만의 개성을 얼마든지 펼칠 수 있고, 목소리를 내는 일에 대한 갈증을 얼마든지 해소할 수 있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트위터에 모여 자신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펼친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가감 없이 말하기도 하고, 자신이 무엇을 싫어하는지도 자유롭게 말한다. 자신이 어떤 정치적 성향을 가졌는지도 말하고, 자신이 어떤 사안에 대해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는지도 말한다.

자신이 어떤 일상을 살고 있는지도 말하고, 자신이 얼마나 바보 같은 사람인지도 아무렇지 않게 말한다. 익명성을 보장하는 트위터는 자유로움의 장이고, 그만큼이나 다양한 이야기가 타임라인에서 오간다.

트위터를 하는 사람 각자는 자신의 자리에서 팔로우를 통해 자신만의 커뮤니티를 생성한다. 각자의 타임라인은 각자가 생성한 커뮤니티의 일종이다. '팔로우'를 통해 나의 커뮤니티에 나타나게 만들 수도 있고, '블락'이나 '뮤트'를 통해 나의 커뮤니티에서 사라지게 만들 수도 있다. 트위터는 모든 개인에게 제공하는 커뮤니티 서비스다.

트위터의 그런 특징은 '나'라는 1인칭 시점뿐 아니라, 2인칭과 3인칭 시점에서도 적용되는 이야기다. 나의 트윗이 무차별적으로 대중에게 전달되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 대부분의 경우에는 나를 자신의 커뮤니티에 들여온 사람만이 나의 글을 읽는다. 수많은 이질적인 사람들이 트위터 위에 존재하지만, 그리고 그들이 각자 원하는 말을 쏟아내지만, 그들이 매번 충돌하면서 피곤함을 유발하지 않는 이유다.

내가 트위터에 남은 이유

결국 트위터 위에서 사람들은 무차별 대중에게 자신의 자유로운 주장을 펼치지만, 그리고 그들은 놀라울 정도로 이질적이고 개성이 있지만, 각자는 서로 다른 집단의 주장을 향유하며 트위터를 즐길 수 있다. 각자 다른 집단의 이야기가 모이는 곳이 트위터지만, 수많은 '비슷한'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에게 트위터는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싶은 갈증을 해소하는 장이다. 그뿐 아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자신의 커뮤니티 안에서 원하는 이야기도 찾아낼 수 있고, 서로 다른 시각도 살펴볼 수 있으며, 일부 혹은 완전히 다른 생각의 사람들도 찾아볼 수 있다. 트위터는 '다름'과 '같음'을 아주 적절한 수준에서 융화할 수 있는 매체다.

올해 트위터의 주가가 폭락했다는 이야기가 연이어 나온다. 창업자 잭 도시가 CEO로 복귀했고, 그러면서 다양한 기능들이 새로 나오고 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도 트위터를 떠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나도 '트위터를 떠날 수 없는 사람', 즉 '트위터에 남은 사람들' 중 한 명이다. 익명성 뒤에서 나의 이야기를 펼치고, 익명성 뒤에서 자유롭게 펼치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일을 좋아한다. '서울코믹월드'와 같은 이야기를 듣고 싶어 트위터에 남았다. 그리고 아마도 나와 같은 사람들이 트위터에 남았을 것이다.

트위터에는 '그들'이 있다. 내 주변에는 존재할 것 같지 않지만, 언제나 내 주변에 존재하는 '그들'이 있다. 자신의 진솔한 목소리를 자유롭게 내는 '그들'이 있다. 그리고 그들과 부대끼며 얼마든지 나의 이야기를 펼칠 수 있다. 나의 이야기도 같은 생각으로 들을 수 있는 '그들'이 있다.

나는 '그들'을 만나기 위해 트위터에 남았다. 나는 그래서 트위터에 남았다. 나는 그래서 트위터를 떠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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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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