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개그콘서트> 출신 5인방이 뭉쳐 만든 개그팀 '쇼그맨'. (왼쪽부터 김원효, 김재욱, 박성호, 정범균, 이종훈)

KBS 2TV <개그콘서트> 출신 5인방이 뭉쳐 만든 개그팀 '쇼그맨'. (왼쪽부터 김원효, 김재욱, 박성호, 정범균, 이종훈) ⓒ 쇼그맨


지금까지 한국 코미디는 공개 방송에 많은 빚을 지고 있었다. 스타도, 유행어도, 대부분이 방송에서 만들어졌다. 하지만 요즘 심심찮게 등장하는 이야기가 있다. '공개 코미디 위기론'이다. 시청률 30%대를 넘나들었던 과거의 영광은 그야말로 옛이야기가 됐다. 일례로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 KBS 2TV <개그콘서트>는 시청률 추락을 거듭한 끝에 지난 방송(11월 29일)에서는 9.9%(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주의 깊게 살펴볼 만한 변화가 있다. 무대로 진출하는 개그맨들이 늘어나고 있다. 자신의 이름을 내건 공연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전용 소극장을 열고 관객을 맞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최근 전국 투어를 시작한 데 이어 2016년 2월부터 미국 6개 도시를 비롯해 호주, 뉴질랜드 등에서의 공연을 앞둔 '쇼그맨'도 <개그콘서트> 출신 박성호, 김재욱, 김원효, 이종훈, 정범균이 뭉쳐 만든 개그팀이다. '쇼그맨'이라는 이름은 '쇼하는 개그맨'을 줄여 만든 이들만의 용어다.

각자 <개그콘서트>에선 한 자리씩 하던 이들이다. 소속사의 지원 아래 연예인으로서의 '케어'도 받았다. 하지만 무대에선 이 모든 것들이 소용없다. 분장하고 의상을 챙기는 일부터 개그에 사용될 소품을 나르고, 사전에 음향이나 영상 등 공연장의 상태를 점검하는 일까지 모두 이들의 몫이다. 아예 직접 차를 몰고 공연장을 오가기도 한다. 방송 출연은 물론이고 행사나 광고 출연 등 부수적인 수입도 어느 정도 포기한 지 오래다. 하지만 이들은 "'쇼그맨'은 앞으로도 오래 뭉쳐 있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개그콘서트> 재탕? 다 다시 짰다"

 KBS 2TV <개그콘서트> 출신 5인방이 뭉쳐 만든 개그팀 '쇼그맨'. (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박성호, 김재욱, 정범균, 이종훈, 김원효)

KBS 2TV <개그콘서트> 출신 5인방이 뭉쳐 만든 개그팀 '쇼그맨'. (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박성호, 김재욱, 정범균, 이종훈, 김원효) ⓒ 쇼그맨


다섯 명 중 맏형인 박성호는 "각자 '쇼그맨'에 합류한 이유는 다르겠지만, 교집합이 있었다"고 입을 열었다.

그 교집합이란 무대를 향한 갈증이다. 앞서 <대박포차> 등 연극에 코미디를 가미한 공연에 출연한 경험이 있던 김원효는 본격적인 코미디 공연을 무대에 올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고정 코너에 출연하면서도 매주 새로운 코너를 짜 가는 것으로 갈급함을 해결하곤 했던 이종훈은 코미디의 원천지라 할 만한 무대에서 자신을 연마하고 싶었다. 20년 가까이 <개그콘서트>에 머물렀던 박성호는 어느 순간 영감이 바닥난 자신을 발견했다.

그 가운데 역시 <개그콘서트> 출신인 윤형빈이 소극장을 만들고 공연을 기획하는 모습이 이들의 눈에 띄었다. 박성호는 "그게 구심점, 또는 촉매가 된 것 같다"며 "처음 공연을 생각하고 마음이 맞는 이들끼리 이야기를 하는데 누구 하나 '생각해 보겠다'고 말하지 않았다, 다들 단번에 오케이 했다"고 전했다. 김재욱도 "다들 몇 년 이상 공연에 대해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터뜨리지 못했던 것 같다"며 "조그만 개울물들이 강어귀에서 만나 물이 분 셈"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지난 7월 의기투합한 이들은 2개월 만인 9월 12일 첫 공연을 치렀다. 열망이 컸던 덕분인지 일은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이종훈은 그 두 달을 "허투루 만난 적이 한 번도 없었다"며 "늘 회의가 끝나면 다음 계획이 딱딱 잡혔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는 '쇼그맨' 공연을 두고 "방송(<개그콘서트>)에서 했던 건 거의 하지 않고 새로 짰다"며 "최대한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에 코미디 외에도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고 미리 준비한 영상도 트는데, 다섯이 낼 수 있는 시너지의 최대한을 내는 것 같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박성호 "전반적인 지휘를 맡았다고 할까요, 앞에서 끌어가는 건 범균이의 몫이에요. 연출적인 부분에선 종훈이가 아이디어가 많죠. 나머지는 '관객 저격수'인 셈이에요. 그런데 또 각자 포인트가 다르죠. 원효가 관객과의 호흡이 돋보인다면 재욱이는 마술, 노래 등 다양한 방면에서 재능을 보여줘요. 흥을 돋우는 덴 최고죠. 저요? 저는 그야말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스타일이라 (상대방과 함께) 즉흥적인 재미를 만드는 데 중점을 두고 있어요."

"넌버벌 코미디, 유닛 활동도 계획...믿고 볼 수 있는 공연 되고파"

 KBS 2TV <개그콘서트> 출신 5인방이 뭉쳐 만든 개그팀 '쇼그맨'. (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박성호, 김재욱, 정범균, 이종훈, 김원효)

KBS 2TV <개그콘서트> 출신 5인방이 뭉쳐 만든 개그팀 '쇼그맨'. (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박성호, 김재욱, 정범균, 이종훈, 김원효) ⓒ 쇼그맨


이들의 바람대로 무대에 서는 하루하루는 좋은 자극이 되고 있다. 방송에서라면 NG라고, 다시 촬영해야 한다고 할 일도 무대에서는 얼마든지 코미디로 승화될 수 있다. 김원효는 "처음 박성호가 짠 대로 연기하지 않아 힘들기도 했지만 이젠 적응이 됐다"며 "한 번 공연을 본 관객이라도 '이 사람이 어떻게 할까'라는 마음으로 또 새롭게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평했다.

그야말로 초심으로 돌아가, 스태프 등 주변의 커다란 도움 없이 자신의 힘으로 만드는 공연인 만큼 각자가 느끼는 보람도 크다. 정범균은 "그동안 <개그콘서트>에서만 호흡을 맞추다 보니 잘 몰랐는데, 다들 이렇게 공연을 좋아하고 열정을 갖고 있었다는 걸 새롭게 알게 됐다"고 털어놨다. 벌써 "일단 '쇼그맨' 기본 공연은 남녀노소 모두를 목표로 하되, 특별한 타깃 층을 겨냥한 코미디는 또 따로 만들어야 할 것 같다"(김재욱)는 청사진도 나왔다.

이종훈 "저희끼리 '멤버를 더 늘려볼까'라는 이야기도 나눠 봤어요. 하지만 쇼그맨은 언제까지나 쇼그맨인 걸로! (웃음) 원조라는 게 중요하잖아요. 앞으로도 이렇게 원조 멤버 다섯이 뭉쳐야 힘이 나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서 저희는 더블 캐스팅도 생각하지 않고 있어요."

김재욱 "'쇼그맨'이 하나의 브랜드가 되는 것이 저희의 목표죠. 믿고 볼 수 있는 공연이라는 인상을 드리고 싶어요. 또 지금은 콩트 등 말을 하는 코미디를 위주로 공연을 짰지만, 해외 코미디 페스티벌을 노린 넌버벌 코미디도 구상하고 있어요. 저희 멤버들을 유닛으로 묶어 공연을 만드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고요. 일단 해외 공연을 잘 마치고, 다녀와서 생각해 봐야죠."

○ 편집ㅣ곽우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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