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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원전 찬반투표가 11일 진행된 가운데 영덕읍 오일시장 옥상 제2투표소에서 오후 8시 투표가 종료되자 투표함을 봉인하고 있다.
 영덕원전 찬반투표가 11일 진행된 가운데 영덕읍 오일시장 옥상 제2투표소에서 오후 8시 투표가 종료되자 투표함을 봉인하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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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덕에서 원전건설 찬반주민투표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투표자 중 투표인명부에 등재되지 않은 신규 투표자가 높은 비율을 차지해 주민들의 관심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오후 8시 1차 투표를 마감한 결과 7985명이 투표에 참여해 전체 유권자의 49.2%의 투표율을 보였다. 이는 당초 선거인명부의 유권자 수 1만2008명보다 4226명이 신규 투표인명부에 등록하고 투표한 결과다. 이날 투표는 중앙선관위가 발표한 공식 유권자수의 23.19%로 상당히 높은 투표율이다.

이날 최고령 투표자는 영덕군 지품면 용덕2리에서 거주하는 박순기(106세) 할머니인 것으로 나타났다. 박 할머니는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까지는 원전을 볼 수 없어서 투표하러 나왔다"고 말했다. 또 할아버지와 할머니와 손자, 3대가 함께 손을 잡고 나와 투표에 참여하기도 했다. 투표에 첨여한 일부 주민들은 투표참관인들을 향해 "수고가 많다"며 감이나 사과 등 자신이 직접 지은 과일을 가져다주거나 우유와 과자 등을 손에 쥐어주기도 했다.

영덕읍 제2투표소에서는 한수원 직원들이 차량용 블랙박스를 이용해 촬영을 하다가 투표관리위 직원들과 실랑이를 벌였다. 또 다른 투표소에서는 한수원 직원들이 카메라를 들고 촬영을 하다가 항의를 받고 돌아가기도 했다.

'영덕핵발전소 유치찬반 주민투표 관리위원회(투표관리위)는 중앙선관위가 발표한 공식유권자 수 3만4432명보다 유권자 수가 적은 이유에 대해 투표에 참여하겠다고 서명한 주민들의 숫자를 명부로 만든 것이라고 밝혔다.

투표관리위는 "오늘 투표한 주민들 중에 포항, 울산, 부산 등지에 살면서 주민등록 소재지를 찾아 영덕까지 다녀간 사람도 있다"며 "평일 저녁 시간이 되면서 하루 일과를 마친 뒤 투표소를 찾는 발걸음도 점차 늘고 있어 향후 투표율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투표관리위는 또 원전건설에 찬성하는 '주민자율감시단'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발표한 공식 유권자 수를 기준으로 하면 투표율이 저조한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부재자 수가 7000~8000명 수준이고 총선이나 지자체 투표율을 비교한다면 결코 적은 수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영덕원전 찬반투표가 진행되는 가운데 11일 오후 영덕읍의 한 식당에서는 한수원에서 마을 주민들에게 식사를 제공한 사실이 취재진에 의해 확인됐다.
 영덕원전 찬반투표가 진행되는 가운데 11일 오후 영덕읍의 한 식당에서는 한수원에서 마을 주민들에게 식사를 제공한 사실이 취재진에 의해 확인됐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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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이 보내줘 온천갔다 왔다"

투표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투표관리위에는 제보가 잇따랐다. 오후 6시쯤 영덕읍 오보리에서는 30여 명의 동네 주민들이 대형 버스에서 내리는 모습이 목격됐다. 주민들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에서 제공한 버스로 울진의 원전시설을 견학하고 온천에 들러 목욕을 한 후 돌아온 것이다.

버스에서 내린 한 주민은 "한수원에서 보내줘서 온천에서 목욕하고 왔다"고 말하고 "우리는 불법투표에 참여하지 않는다. 동네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투표가 불법이라고 참여하지 말라고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영덕읍의 한 식당에서는 한수원 직원들이 40여 명의 주민들을 모아놓고 식사를 제공한다는 제보가 있었다. 오후 7시30분쯤 식당에 확인한 결과 주민들은 이미 식사를 마치고 떠난 후였다. 전체 밥값이 얼마인지에 대해 식당 주인은 말하지 않았지만 100만 원은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덕읍의 또 다른 식당 주인은 "요즘 한수원에서 마을 주민들을 모아놓고 식사를 제공하는 일이 많다"며 "한수원 직원들이 외상장부를 만들어 놓고 식사를 대접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주변 식당에서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실확인을 위해 한수원 담당자와 연락을 취했으나 통화가 되지 않았다.

한편 이날 마감된 20개소의 투표함은 봉인해 영덕성당과 영해성당으로 옮겨 보관한 후 12일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2일째 투표가 진행된다. 투표 결과는 12일 오후 11시가 넘어 나올 예정이다.


태그:#영덕원전, #주민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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