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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살이를 정리하고 시골에 귀농을 했던 터라, 나에게 페이스북은 멀리 떨어질 수밖에 없었던 지인들과의 연락 창구였다. 낯선 곳으로 삶을 이전하면서 기존의 사회적 관계가 단절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어느 정도 해소해 준 게 페이스북이다.

나는 페이스북을 통해 지인들의 안부를 묻고 공통의 관심사에 대해 댓글로 이야기를 나눈다. 처음부터 페이스북을 시작한 목적이 분명했기 때문에 친구를 확장하는 것은 염두에 두지 않았다. 이 책 <페이스북 심리학>을 보니 그러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나의 페친은 오프라인에서 아는 사람들과 90% 이상이 겹친다.

아는 사람의 안부 정도를 확인하는 '단촐한' 수준이지만 페이스북을 하다 보면 대개 시간을 잊어버린다. '뉴스피드'에 올라오는 포스팅들을 보면서 댓글을 달고 '좋아요'를 누르고, 페친들이 공유한 다양한 분야의 글들을 클릭해 읽다보면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린다.

페이스북 '좋아요' 버튼
 페이스북 '좋아요' 버튼

특히 내가 포스팅을 올린 날은 페이스북에 들어가는 횟수가 더 빈번해진다. 내 포스팅에 대한 반응(댓글, 공유, 좋아요 등)을 스마트폰이 알람으로 그때 그때 알려주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을 통한 연결과 공유는 기쁨을 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우울한 감정을 느끼게도 한다.

내가 올린 포스팅에 사람들이 많이 반응하면 만족감을 느끼고 반응이 적거나 아예 없는 경우에는 기분이 상하기도 한다. 페이스북에 포스팅을 자주 하는 편은 아니지만 한번 글을 올릴 때마다 사람들의 반응을 일일히 신경쓰는 모습이 때로는 하찮게 느껴지기도 한다.

웹 2.0시대, 인터넷 커뮤니케이션 도구는 '1대1 소통'에서 '다수 대 다수'의 소통으로 소통의 패턴을 변화시켰다. 기술의 발달에 의한 의사소통 방식의 변화는 우리의 삶을 커다랗게 흔들어 놓았다. 아예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현대인들의 삶은 인터넷이 제공하는 연결의 세계 속에서 울고 웃는다.

날마다 자기 자신을 '편집'하는 사람들

<페이스북 심리학> 표지
 <페이스북 심리학> 표지
ⓒ 책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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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임상심리학자 수재나 E. 플로레스는 <페이스북의 심리학>에서 "페이스북이 제공하는 연결과 정보공유 덕분에 권한이 커진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우리의 정체성과 인간관계,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 또한 바뀌고 있다"며 "페이스북에 무언가를 올리는 일은 자신의 생각과 세상 사이에 다리를 놓는 것 이상의 일이 되었다"고 말한다.

그는 3년 동안 전 연령대의 페이스북 이용자들을 인터뷰하여 페이스북의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연구하고, 페이스북이 우리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 이 책을 썼다.

'우리가 페이스북 세계에 근거하여 삶, 사랑, 우정에 대해 새롭게 생각한다면, 혹은 온라인 의사소통이 현실의 인간관계에 영향을 미친다면 어떠한 일이 벌어질까? 페이스북을 통해 만들어진 자아가 우리가 현실에서 내보이는 자아와 일치하지 않을 때, 더 심각하게는 이 두 자아가 서로 모순된다면 어떠한 일이 벌어질까?

이런 경우 우리는 심리학 용어로 이른바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를 경험하게 된다. 인지부조화란 서로 모순되는 두 가지 방식으로 세상을 인식할 때 느끼는 불안을 가리킨다. 인식과 신념의 사이에서 이러한 불일치로 인해 정서적 불균형 상태에 빠지고 정체성 혼란, 인간관계 갈등, 판단 기준 변화 등을 경험하고 극단적인 경우에는 신경쇠약에 걸린다.

이때에는 혼란을 없애거나 줄이기 위해 인식 과정에서 무언가가 근본적으로 변해야 한다. 자신이 디지털 인간관계에 어떤 의미를 두고 있는지 알아내야 하고 그런 다음 예전의 아날로그 자아와 새로운 디지털 심리작용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36쪽)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포스팅은 대개 편집된 것들이다. 사람들은 있는 그대로 100%의 자기 자신을 노출하지 않는다. 사진과 글을 올리고 공유하고자 하는 정보를 선별하는 단계에서 들어가는 '편집'은 내가 올린 포스팅을 보는 '관객'을 의식한 것이다.

'쌍방향 소통'이 허용될 만한 건강한 수준을 넘어서, 남을 과도하게 의식한 나머지 자신을 포장하거나 남과는 다른 의견을 배격하게 된다면 의사소통은 획일화 되고 인터넷은 불행의 도구로 전락한다.

현병철 교수는 저서 <투명사회>에서 웹 기반의 과도한 커뮤니케이션과 전면적 네트워크화는 모든 것이 노출되는 '유리인간'의 사회를 만든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인터넷이 제공하는 연결과 공유, 무제한의 자유와 커뮤니케이션 확대는 오히려 주류에서 벗어나는 의견이나 아이디어를 제한하고 이질성을 배격하며 의사소통의 동질성을 추구하는 경향을 보인다.

현 교수는 유리인간의 사회란 모든 것이 개방된 자유로운 사회가 아니라, 오히려 모든 것이 투명하게 드러난 속에서 만인이 만인을 감시하는 새로운 '통제사회'라는 전복적인 관점을 제시한다.

비슷한 맥락에서 플로레스는 "자기 자신에게 진실해야 한다는 말은 진실하게 진짜 자신으로 현재에 존재해야 하는 것이다. 페이스북 세계에서 이는 놀라운 도전"이라며 "페이스북은 당신이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그것을 어떻게 말할지, 어떤 모습으로 보일지, 세상에 어떻게 보이고 싶은지에 대해 필터를 제공한다. 편집과정에 기획이 포함되기 때문에 최종 프로필에는 주의 깊게 편집한 자기 자신이 남는다"고(57쪽) 진단한다.

'작가들은 글을 쓰는 동안 자신을 편집하고 싶은 욕구를 버려야만 놀라운 작품을 써낼 수 있다. 누군가 자신의 작품을 읽을 거라는 사실이 주는 무거운 부담 없이 오로지 글만을 위하여 글을 쓸 수 있을 때 자신이 만든 창작물에 깜짝 놀라게 된다. 하지만 '자기-편집자'가 등장하는 순간 자신의 비전을 순수하게 표현하지 못하게 된다.

같은 원리가 페이스북과 소셜미디어에도 적용된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일까 두려워하기에 자신이 진짜로 어떤 사람인지를 쉽게 잊어버릴 수 있다. 자기 의심이 들기 시작하면 자기 편집자가 슬슬 움직이기 시작하고 결국 자신을 매우 다르게 표현하고 만다.'(46쪽)

'좋아요'는 당신의 가치와 무관하다

페이스북에 포스팅을 올렸을 때 '좋아요'가 늘어나면 당연히 기분이 좋다. 사람들이 그만큼 호응하고 있다는 거니까 괜히 뿌듯한 감정을 느낀다. 그런데 이 감정에 과도하게 몰입하면 문제가 생긴다.

저자는 사람들이 페이스북 '좋아요'에 집착하는 경향을 '인정 욕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본다. "소셜미디어 사이트에서 나타나는 엄청난 자기 노출은 단지 사회적 연결이라는 기본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만은 아닌 것 같다"며 "그보다는 누군가(혹은 많은 누군가) 자신에게 응답할 것이라는 희망에서 더 폭넓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생각과 신념을 알리는지도 모른다"(68쪽)는 것이다.

'페이스북 뉴스피드는 라스베이거스의 슬롯머신과 같은 기능을 한다. 때로는 이기고 때로는 진다. 하지만 계속해서 게임을 하지 않는다면 당신이 슬롯머신 앞을 떠나는 순간 다음 사람이 당신의 공적을 앗아갈 수 있다. 이와 유사하게 페이스북에서 재미있는 업데이트가 때로는 있지만 때로는 없다. 하지만 만약 계속 페이스북을 확인하지 않는다면 재미있는 업데이트를 놓칠지도 모른다.

빈번한 페이스북 방문은 심리학자들이 '간헐적 강화'(intermittent Reinforcement)라고 부르는 상태를 만든다. 이벤트 초대, 메시지, 알림은 무작위로 '고조된 기분'을 선사한다. 도박과 매우 유사하다. 페이스북 반응에 대한 기대만으로도 흥분에 휩싸일 수 있다. 게다가 우리는 특정 반응을 얻기 위해 포스팅을 하도록 훈련된다.

정서적 면에서 볼 때, 자기 포스팅에 누군가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을 달 때마다 자신이 인정을 받는다고 느낀다... 그러므로 시간이 지날수록 더 자주 페이스북을 확인하도록 저절로 훈련이 된다. 이러한 훈련 때문에 주체적인 의사결정능력과 행동 능력을 점점 잃게 된다.'(206~207쪽)

저자는 "페이스북에서 관심이나 칭찬을 받는 것은 개인의 가치와 무관하다. '좋아요' 개수로 자신의 가치를 높이려 하지 마라. 긍정적인 말을 들으면 기분이야 좋아질 수 있지만 이러한 종류의 관심에 의존해서는 절대 정서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다"며 "자신의 선택에 대해 인정을 받으려 아등바등하지 말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라"(243쪽)고 충고한다.

현실세계에서의 친구 관계와 온라인 상에서 맺어진 친구 관계가 똑같다고 볼 수는 없다. 진짜 삶은 가상의 공간이 아닌 현실 세계에서 맺는 관계와 얽힘 속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만약 이것이 혼동되거나 하루 종일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고 있다면 '중독'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당장 스마트폰을 끄고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봐야 한다. 온라인은 현실의 많은 변화를 가져왔지만 그 자체가 현실을 대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 편집ㅣ최은경 기자

덧붙이는 글 | <페이스북 심리학>(수재나 E. 플로레스 지음 / 책세상 펴냄 / 2015. 9. / 14,800원)
이 기사는 이민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yes24.com/xfile340)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 심리학 - 페이스북은 우리 삶과 우정, 사랑을 어떻게 지배하고 있는가

수재나 E. 플로레스 지음, 안진희 옮김, 책세상(2015)


태그:#페이스북, #페이스북 심리학, #인지부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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