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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가량의 모유 수유는 유방암에 탁월한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6개월 가량의 모유 수유는 유방암에 탁월한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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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과 음식' 연재는 지난 회를 마지막으로 하려 했다. 그런데 마지막 기사에서 그간 주로 다루던 식습관 이외에 '모유 수유'를 1등급 항암요소로 언급한 것에 관해 많은 질문을 받았다.

아무래도 필자가 남자다 보니 술이나 담배, 커피 등에 대한 주제는 상세히 다루었으나 모유 수유에 대해서는 기사로 언급할 필요를 다소 적게 느낀 듯하다. 그런데 마지막 기사를 리뷰하는 중, 주변 지인들이 큰 흥미를 보였다. 모유 수유가 유방암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처음 들었다는 사람들이 많아, 이에 대한 추가 기사를 작성하기로 하였다.

사실, 모유 수유가 유방암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건 의학적으로 꽤 알려진 사실이다. 이전의 칼럼들에서 주로 다루었던 식습관이나 생활습관들은 기존의 의학적 견지에서 비교적 관심을 덜 받았던 반면, 모유 수유가 유방암을 예방하는 것은 의대 교과서에 실려 있을 정도로 정설화된 사실이다. 대부분의 산부인과에서 이런 이유를 고려하여, 모유 수유를 권장하고 있다.

얼마나 항암효과가 있길래, 세계암연구재단과 미국암협회 보고서에서 1등급 항암요소로 분류되고, 교과서에 실릴 정도의 정설이 되었을까? 최근의 연구 몇 가지를 살펴보며 모유 수유가 유방암을 예방하는 데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살펴보자.

하면 할수록 좋은 모유 수유

의학에서 '다다익선'이라는 말을 쓸 수 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일반적으로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많이 쓰면 부작용이 생기고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모유 수유에 관한 연구를 살펴보면서, 모유 수유는 더욱 많이 할수록 발암률을 낮추는 결과를 보였다. 반면, 어느 정도 이상 수유를 하면 오히려 독이 된다는 이야기를 찾기가 어려웠다. 이에, 조심스럽게 '다다익선'이라는 비유를 쓰고자 한다.

미국에서 간행된, 36만 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모유 수유를 한 경험이 있는 군과 전혀 해보지 않은 인구군을 비교했다. 모유 수유를 한 군의 유방암 위험은 25% 낮았다. 특히, 부모·자식 간의 가족력이 있었던 인구군의 경우 비교 위험률은 더 크게 낮아졌다 (60% 감소).

유사한 크기의 인구군을 대상으로 한 또 다른 연구에서는, 수유를 전혀 하지 않은 사람에 비해 수유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유방암 위험률이 17% 낮았다. 또한, 3명 이상의 아이에게 모유 수유를 한 인구군의 경우는 유방암의 위험률이 47% 낮아졌다.

한 메타분석에서는 47개의 연구를 통합하여 통계를 내었다(개개의 연구는 세세한 내용을 알기 쉽지만, 메타분석에서는 큰 흐름을 알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 이 연구에서는, 모유 수유를 12개월 할 때마다 4.3%, 아이를 한 명 낳을 때마다 7%씩 유방암의 위험도가 감소한다는 통계를 내었다.

또한, 모유 수유 기간이 길어질수록 유방암 위험도가 감소했으며 총 모유 수유 기간이 55개월이 넘는 경우도(8, 9명 이상의 아이를 낳은 것으로 보인다) 지속해서 유방암의 위험률이 감소하는 양상을 보였다.

저출산과 모유 수유

연구결과를 요약하자면, 모유 수유를 하지 않는 경우와 비교하여 모유 수유를 한 경우에 유방암 위험률은 대략 20% 전후로 낮아졌고, 아이를 많이 낳고 모유 수유 기간이 길어질수록 위험률은 더욱 낮아졌다.

또한, 앞서 연구에서 언급되었듯, 아이를 낳는 것 자체가 유방암 위험의 예방인자가 된다. 통계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아이를 낳은 경험이 없는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유방암 위험률이 1.2~1.7배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앞서 칼럼들에서 언급했던 금연·금주 혹은 식습관과 달리, 아이를 낳는 것에 대한 여부는 건강에 대한 의지로 쉽게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따라서 본인의 상황에 맞추어 출산하되, 건강에 문제가 없는 한 아이에게 충분히 모유를 수유하는 것이 좋겠다.

세계암연구재단과 미국암협회의 보고서에서 발표한, 모유 수유에 관한 추천 기준은 다음과 같다. 의미의 왜곡이 없도록, 먼저 전문을 발췌한다.

'Aim to breastfeed infants exclusively up to 6 months and continue with complementary feeding thereafter. ('exclusively' means human milk only, with no other food or drink, including water)' - WCRF & AICR report, Food, Nutrition, Physical Activity, and the Prevention of cancer: a Global perspective. (2007)

즉, 위 보고서에서는 출산 후 6개월까지 모유 수유만으로 영양공급을 시행하고, 이후 모유 수유와 함께 이유식을 제공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UN도, 유아 및 소아의 영양 공급에 관련한 세계적 지침(global strategy)을 세우는 기준으로 이 가이드라인을 참조했다.

원래 쓰려던 의향이 없던 주제를 따로 써야 했을 만큼, 이 주제에 대해 주변 여성들의 관심이 높았다. 이번 글에는 연구결과와 원문 등의 언급이 많아 다소 어렵더라도, 이 글을 통해 궁금증이 충분히 해소되었기를 바란다.

필자는 출산의 고통, 수유의 수고로움을 모른다. 그러나 우리나라 그리고 이 세계의 많은 여성이 그러한 고충을 견디어내어 지금의 인류가 유지되는 것은 안다. 지금도 출산과 육아, 심지어 경제 활동까지 해내며 인류를 지탱해가고 있는 모든 여성과 어머니들에게 감사를 전하며 글을 마친다.


태그:#모유수유, #수유, #유방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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