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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색의 채소를 섭취하는 것은 암 예방에 필수적이다. 음식을 가려 먹고,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 역시 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
 다양한 색의 채소를 섭취하는 것은 암 예방에 필수적이다. 음식을 가려 먹고,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 역시 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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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암 환자를 일선에서 치료하는 의사이다. 유방암, 간암, 폐암, 대장암 등 거의 모든 종류의 암을 진료한다.

의사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던 시절, 40대의 젊은 유방암 환자를 외래에서 만난 적이 있다. 환자는 내게 앞으로 무엇을 먹고, 무엇을 피해야 하는지 물어보았다. 나는 일반적으로 의사들이 이야기하듯, 특정 음식에 치우치거나 음식을 가리지 말고 영양부족이 되지 않도록 골고루 식사하라고 이야기하였다. 그러나 환자는 좀 더 구체적인 식생활의 지침을 원하였다. 그래서 나는 진료 모니터를 환자가 보이도록 돌린 뒤, 함께 검색하며 필요한 정보를 이것저것 찾아보았던 기억이 난다.

암을 어떻게 치료해야 할지, 약이나 방사선, 수술에 대해서는 무수히 많은 정보가 쌓여있고 또한 빠르게 업데이트되고 있다. 반면, 음식이나 생활습관이 암의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그간 학문적 관심이 부족했었고, 일선 의사들에게조차 그 내용이 충분히 알려지지 않았다.

물론 개별적인 음식이나 생활습관 하나하나가 암 발생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식습관이나 생활습관을 인생 전반에 걸쳐 다듬고 교정하며, 그러한 변화의 혜택을 모두 합친다면 노력하지 않은 인구에 비해 훨씬 암으로부터 안전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 국립암협회지의 보고에서, 암의 원인으로는 흡연이 약 30%, 유전이나 음주, 환경오염 등이 약 30%를 차지하고 음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35%라고 이야기했다. 여러 가지 식습관과 생활습관이 모여 암 원인의 거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것이다. 흡연은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요인이라고 생각할 때, 음식과 생활습관을 잘 교정한다면 암을 유발하는 원인의 3분의 2를 제거할 수 있다. 금연, 음식, 생활습관 이 3가지만 관리해도 말이다.

무수한 정보의 바다 속에서, 올바른 정보를 찾아야

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운동을 해야 한다. 비만인 사람은 정상 체중인 사람보다 암 발병 가능성이 높다.
 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운동을 해야 한다. 비만인 사람은 정상 체중인 사람보다 암 발병 가능성이 높다.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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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이나 수술, 방사선 등은 고도로 전문화된 의료인의 영역이지만, 음식과 생활습관에 대해서는 수많은 상품과 정보가 범람한다. 무슨 버섯, 어떤 엑기스, 특정 성분을 넣은 침구류 등 수 많은 건강보조 식품과 제품이 암에 대한 효능을 이야기하며 판매되고 있다.

어떤 음식, 혹은 그 음식의 어떤 성분이 암을 유발하거나 예방하는지 아직 현대 의학은 완전히 알지 못한다. 따라서 필자는 보건의료와 관련된, 특정 상품이나 특정 직군을 비판하는 것이 조심스럽다. 내가 그들을 비판할 수 있을 만큼 현대 의학이 암의 원인에 대해 명확히 밝혀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런 정보의 홍수 속에서, 다소 지루하게 들릴지라도 가장 학문적 근거가 명확한 항암 요소들을 찾아내 알려주는 것이 필자를 포함한 의사들이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한다.

암과 관련 있는 식습관, 생활습관에 대해 다양한 문헌이 있지만, 필자가 가장 많이 참조했던 것은 미국암협회와 세계암연구재단이 발간한 전문가 보고서이다. 이 보고서에서는, 여러 가지 생활습관과 식습관을 요소별로 정리하여 관련된 항암·발암효과를 1~4등급으로 분류하고 있다. 지금까지 쓴 13편의 칼럼에서, 이 보고서에 언급된 2등급 이상의 항암 혹은 발암효과가 있는 요소들은 대부분 다루어졌다. 언급된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각 등급별 항암 및 발암 요소
1등급(Convincing) 항암요소 : 식이섬유, 운동, 모유 수유(유방암)
1등급(Convincing) 발암요소 : 붉은 육류, 가공육류(햄 등), 술, 담배, 비만

2등급(Probable) 항암요소 : 비전분성 채소, 마늘, 과일
2등급(Probable) 발암요소 : 염장어류, 소금이나 짠 음식

이 자료는 현재도 꾸준히 업데이트되고 있으며, 내용의 작은 변동은 있을 수 있으나 큰 흐름에서는 차이가 없다.

6개월 가량의 모유 수유는 유방암에 탁월한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6개월 가량의 모유 수유는 유방암에 탁월한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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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유 수유의 경우, 그간 다루던 주제와 간극이 있어 따로 칼럼을 작성하지 않았으나, 모유 수유는 유방암 예방에 효과가 있는 1등급 항암요소이다. 세계암연구재단의 보고서에서는 출산 후 6개월까지 모유 수유만으로 영양공급을 시행하고, 이후 모유 수유와 함께 이유식을 제공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국내의 자료로는 국가암정보센터(바로가기)에서 암 예방, 식생활 및 생활습관에 대해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근래에는 각 대학병원에서도 인터넷에 암에 대한 정보를 높은 수준으로 제공하고 있으므로 참조하도록 하자.

중요한 것은 수명의 연장보다, 삶의 질

암을 예방하고 싶다면 우선 담배를 끊어야 한다.
 암을 예방하고 싶다면 우선 담배를 끊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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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드라마에서 이런 대사를 본 적이 있다. 애연가이고 퉁퉁한 몸매를 가진 극 중 인물이, '운동하고 살 좀 빼라'라는 핀잔을 듣자 '운동을 하는 사람은 운동한 시간만큼만 딱 더 산다'라며 반박하는 내용이었다.

담배를 중년이 넘게 핀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흡연을 정당화하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가족력이 없으니 괜찮다', '옛날 우리 마을 할머니들은 90세 넘으셨는데도 담배 피우며 잘 사셨다' 등이 대표적이다. 물론 그런 철학이 있는 사람이든 없는 사람이든, 흡연은 폐암의 위험을 20배 이상 높이고 구강암, 위암, 간암 등 다양한 암의 위험을 높인다.

의학은 최근 수십 년간 눈부시게 발전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간이 생로병사 한다는 사실이 변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의학의 발달은 노인이 되어 살아가는 시간, 그리고 투병하며 살아가야 하는 시간을 늘렸다. 건강한 생활습관의 형성은 총 수명을 늘릴 뿐 아니라, 이러한 인생 여명기의 삶의 질을 결정한다.

'암과 음식'이라는 칼럼은, 보건의료인이 아니면 접근하기 어려운 의학적 지식을, 비교적 읽기 쉽게 제시하려 했다. 완독(玩讀) 후에는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스스로 잡아갈 수 있을 만큼의 지식을 갖게 되길 바라며 작성하였다. 진심으로, 읽어 주신 모든 분들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이 글들이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우리나라가 더욱 건강하고 무엇보다 '행복한' 나라가 되기를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

아래에 세계암연구재단과 미국암협회의 보고서 중, 생활습관 가이드라인 부분을 발췌해 요약한 내용을 첨부한다.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보았을 만한 당연한 내용이지만, 꾸준히 되새기지 않으면 지키기 어려운 내용이기도 하다. 자신과 가족의 건강을 위해, 마음에 담아두도록 하자.

WCRF & AICR 보고서 중 생활습관 가이드라인 부분의 요약
▲ 속보 이상의 운동을, 최소 30분 이상 매일 할 것

▲ TV를 보는 등 움직이지 않는 습관을 자제할 것

▲ 설탕이 많이 들어간 음료를 피할 것

▲ 패스트푸드를 피할 것

▲ 400g 이상의 비전분성 채소나 과일을 매일 섭취할 것
(다양한 색의 채소로 이루어져 있으면 더욱 좋다)

▲ 붉은 육류를 주 500g 이하로 섭취하고, 가공육류는 최소로 섭취할 것

▲ 술은 마시지 않거나, 남성은 하루 두 잔, 여성은 한 잔 이하로 마실 것
(한 잔은 맥주 한 캔, 소주 1/4병 정도)

▲ 염장류 음식, 짠 음식을 줄일 것

▲ 수유는 충분히, 6개월가량 할 것

▲ 영양보조제를 섭취하기 보다는, 골고루 음식을 먹을 것


○ 편집ㅣ곽우신 기자

덧붙이는 글 | 우리 사회의 건강하고 행복한 삶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이 연재를 마칩니다. 그동안 글을 실어주신 <오마이뉴스>, 특히 바쁘신 중에 전화로 많은 질문에 대답해주신 편집부 선생님들과 부족한 기사를 잘 다듬어주신 편집기자님들, 그리고 모든 기사를 꼼꼼히 리뷰하고 응원해 준 아내에게 큰 감사를 드립니다.



태그:#항암, #전문의, #조언, #건강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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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는 고통을 수용하지만, 문제는 외면하면 더 커져서 우리를 덮친다. 길거리흡연은 언제쯤 사라질까? 죄의식이 없는 잘못이 가장 큰 잘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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