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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쏟아지는 판결 기사, 법조계 소식. 하지만 흥미 위주의 기사로는 내막을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도무지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난감할 때도 많습니다. 그래서 최신 법조계 소식을 쉽게 정리해서 소개합니다. 우리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판결, 법률, 법원·검찰 관련 소식 등 누구나 알아야 할 법률 정보를 알려드립니다. <간추려서 단번에 한주간 법조계 소식>, 줄여서 <간단한 법>이 법을 보는 올바른 눈을 갖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기자 말

① 대법관 후보자,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② 한국 사법신뢰도 27%, 그래도 할 말은 있다?
③ 30대 여성 판사의 안타까운 죽음
④ 채팅남 잔혹하게 살해한 30대 여성, 법원 판결은?

대법관 후보자,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이기택(56·14기) 대법관 후보자.
 이기택(56·14기) 대법관 후보자.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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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법대를 나온 50대 남자 판사.

법조계 주변에선 대법관이 되려면 적어도 이런 조건은 되어야 명함을 내민다고 했다. 이번에도 역시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다음달 임기가 끝나는 민일영 대법관의 후임으로 이기택 서울서부지방법원장을 임명 제청(임명해 달라고 요청하는 행위)했다. 헌법(104조 2항)을 보면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되어 있다. 현행 대법관 선발은 ①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의 후보자 3인 추천 ② 대법원장의 임명제청 ③ 국회 인사 청문회 ④ 대통령 임명 등의 절차를 거치게 된다. 

이 후보자는 민법 분야 이론가이며 지적재산권에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대법원이 그동안 약점으로 끊임없이 지적받아 온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를 충족 시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최근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건과 변호사 성공보수금 사건 등에서 대법관 13명 전원일치 판결을 내렸다. 두 가지 사건 모두 일도양단으로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복잡한 사건인데도 모든 대법관들이 한 목소리를 냈다는 것은 현 대법원의 '성향'을 가늠케 한다. 이 후보자가 기존 대법관과 다른 의견을 내거나 소신있는 결론을 내릴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서울대 법대 출신 50대 법관이 또 다시 대법관이 된다면 대법원이 시대 변화나 치열한 논쟁보다는 안정을 선호한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최근 대법원은 상고법원 도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기존에 대법원이 담당했던 상고심(3심) 재판을 별도의 법원을 만들어 처리하겠다는 취지다. 대신 대법원은 국민의 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사건만을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상고법원이 도입되면 다양한 가치관 반영, 충분한 심리, 사회적 공론화를 통해 사회갈등을 해소하고 국민권리 보호에 충실해진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대법원 구성으로는 사회갈등 해소도 다양한 가치관 반영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 소수와 다수가 조화를 이루고, 보수와 진보(또는 개혁)가 공존하는 대법원 구성이 먼저다.

한국 사법신뢰도 27%, 그래도 할 말은 있다?

당신은 이 나라의 사법제도와 법원을 신뢰합니까?

지금 누군가 이렇게 당신에게 물었다면 뭐라고 대답하겠는가. 대체로 부정적인 답변이 예상된다. 한국과 다른 나라를 비교해보면 어떨까. 한 마디로 '처참한'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근 공개한 '한눈에 보는 정부 보고서'가 단적인 근거다. 2년마다 내놓는 이 보고서에는 사법제도와 관련된 평가가 포함돼 있다. OECD는 갤럽을 통해 42개 나라에서 일반인 1천 명에게 '사법제도와 법원을 신뢰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는데 한국에선 27%만이 "예"라고 답했다. 조사 대상 42개 나라 중에서 39등이다.   

덴마크(83%), 노르웨이(83%), 스위스(81%)와 같은 선두권과는 비교할 엄두도 못낼 뿐 아니라, OECD 평균(54%)에도 훨씬 못미치는 수준이다. 역으로 보면 시민 10명 중 7명은 사법제도나 법원을 믿지 못한다는 뜻이 된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10일 공식자료를 통해 이번 조사에 대해 "단순히 국민의 주관적 인식을 조사한 것으로 재판의 객관적인 수준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애써 의미를 축소했다. 또한 "사법제도는 재판, 검찰·경찰 등의 수사, 협의 집행 등까지 포함하는 광범위한 개념임에도 사법제도와 법원을 분리하지 않고 묶어서 질문하였다"며 법원으로서는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과연 억울한 일일까. 같은 조사에서 대한민국 정부에 대한 신뢰도(34%로 26위)도 OECD 평균(42%)보다 낮게 나왔지만 바닥에 떨어진 사법 불신보다는 오히려 나은 수준이었다. 10명 중 7명이 믿지 못한다니 반성과 성찰부터 하는 게 어떨지. 

30대 여성 판사의 안타까운 죽음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 출입문 위에 설치된 '정의의 여신상'. 오른손에 천칭저울을 글고 왼손에는 법전을 안고 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 출입문 위에 설치된 '정의의 여신상'. 오른손에 천칭저울을 글고 왼손에는 법전을 안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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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여성 판사가 자택에서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판사는 과도한 업무 때문에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지난 5일 서울남부지법 소속인 이아무개 판사(37)가 자신의 아파트에서 호흡곤란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이 판사는 3주 전에도 안면마비 증세가 나타났지만 업무량이 많아서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판사는 재판업무 외에도 협의이혼, 각종 위원회 활동과 멘토링, 강의 준비 등도 맡아 격무에 시달려왔다는 것이 주변 사람들의 전언이다. 

법원 내부 게시판에는 고인을 추모하고, 법관들의 근무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게시물이 이어졌다. 이 판사의 부고글에는 8백여 개의 댓글이, 추모글에는 수십 개의 댓글이 달렸다. 그 중에는 판사들이 자신의 심경을 담은 글도 적지 않다.

40대 초반의 C판사는 "(이 판사가) 어린 아들과 딸을 두고 가는 마음이 편치 않았을 텐데 가슴이 아프다"면서 이 판사를 추모하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C 판사는 "장시간의 고강도 근로, 불규칙한 퇴근, 주말근무, 야근의 만성화 등이 당연시되는 현재의 업무환경에서는 언제 누구에게 또 이런 일이 벌어질지 알 수가 없다"며 "이것을 개인의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의견을 밝혔다.

직원 D씨도 "법원 수뇌부는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로 병들고 힘들어하면서도 자신들의 권리주장조차 못하는 법관들이 다수인 현실을 직시하여야 한다"며 "더 이상 법관들의 근로조건과 처우개선을 외면한 채 폭주하는 사건 해결에만 판사들을 내모는 현실을 개선하라"고 촉구했다.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는 유명한 법언이 있다. 권리구제 기관인 법원은 정작 내부 구성원들의 권리를 잠재우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채팅남 잔혹하게 살해한 30대 여성, 법원 판결은?

2014년 5월 인천 남동공단 근처 한적한 골목길에서 가방이 발견됐다. 그런데 무심코 그 가방을 열어 본 이는 경악했다. 사람의 상반신 사체가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며칠 뒤 파주시 농수로에서는 하반신 사체가 발견됐는데, 두 사람은 동일인으로 밝혀졌다. 그는 50대 남성 B씨로, 가족들은 가출신고를 해놓은 상태였다.

누가 왜 그랬을까. 경찰 조사 결과는 뜻밖이었다. 30대 여성 A씨가 살인 용의자로 지목된  것이다. 1년여간의 재판도 "A씨가 B씨를 살해했다"고 결론이 났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A씨와 B씨는 채팅사이트를 통해 처음 알게 됐다. "반가워요. 비도 오고 일요일인데 뭐 하시나요"라고 인사말을 건네던 A씨는 B씨에게 만남을 제안했다.

"우리 서로 아껴주고 사랑해주는 애인하기로 해요."

당일 두 사람은 파주에서 만났다. 검정색 투피스와 자켓, 모자를 착용한 A씨는 B씨와 함께  모텔로 향했다. 그런데 그 후 B씨가 모텔에서 나오는 모습은 다시 볼 수 없었다.

그런데 다음날 B씨의 카드 사용내역이 확인되었다. 어찌된 일일까. 탐문 수사 결과, 경찰은 카드를 사용한 사람이 "검정색 투피스에 모자를 착용한 여성"이라는 진술을 확보했다. A씨의 인상착의와 동일했다.

A씨는 B씨의 카드로 액세서리 구입을 시도하고 모텔비, 주유비 등을 결제했다. 그뿐 아니었다. A씨가 고양시 일산에서 여행가방과 전기톱을 구입한 사실이 CCTV와 목격자들의 증언을 통해 밝혀졌다. 그리고 A씨의 차량이 집을 나와 사체가 발견된 장소 주변에서 배회하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영상이 잡혔다. 그 무렵 A씨의 휴대전화에서는 인천과 파주 등지를 검색한 기록이 남아 있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이 결론내렸다.

'A씨는 모텔에서 자신이 소지하고 있던 칼로 B씨를 41회 찔러 살해하였다. 그리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전기톱을 이용하여 사체를 절단하고 여행용 가방을 구입하여 상반신은 인천에, 하반신은 파주에 유기하였다.'

살인 동기는 밝혀지지 않았다. 초기 수사 때 범행을 시인하던 A씨가 입장을 바꿔서 "나는 B씨를 알지 못하고 살해한 적도 없으며, 휴대전화나 채팅 사이트의 명의는 도용되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법원은 징역 30년형을 선고했다. 법원은 "A씨가 범행을 모두 부인하였고 반성하는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았으며 피해자 B씨는 참혹한 고통 속에서 고귀한 생명을 빼앗겼고 피해자의 유족들은 평생 치유할 수 없는 깊은 상처를 입게 되었다"며 "그럼에도 아무런 피해회복도 이루어지지 않은 점 등에 비추어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대법원도 "징역 30년이 부당하지 않다"며 A씨의 상고를 기각,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왜 그런 일을 저질렀을까. 법원의 정신 감정결과 A씨는 '히스테리성 인격장애'라는 진단이 나왔다. 스트레스를 당하면 신체증상이 나타나고 부인, 투사(자신의 잘못을 남탓으로 돌려 자신을 보호하는 경향), 정서의 과장된 표현, 합리화 방어기제를 사용하는 경향이 있으며 자기중심적이고 불안정감이 많다는 것이다.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건임이 틀림없다.  

○ 편집ㅣ박순옥 기자



태그:#판결, #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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