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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 걸리는 사람은 걸리고 안 걸리는 사람은 안 걸린다?
 폐암, 걸리는 사람은 걸리고 안 걸리는 사람은 안 걸린다?
ⓒ wiki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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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는 흡연자가 참 많다. 매일 출퇴근길을 오가면서 간접흡연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날은 하루도 없는 것 같다. 이것은 나뿐만 아니라, 호흡기 질환을 가진 노인들, 임산부들, 어린이들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성인 남성 흡연율은 50%에 육박한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워낙 많다 보니, 그들끼리 스스로 위안하기 위해 만들어진 '썰'도 많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내가 아는 사람 중에 100살 넘게 산 할머니가 있는데 그 할머니가 골초라더라", "사람마다 체질이 달라서 폐암 걸리는 사람은 걸리고 안 걸리는 사람은 안 걸린다" 등이 있다.

아마 담배를 즐겨 피우는 아저씨들, 사실 지금 시점에서 언제 올지 모를 단명의 결과나 폐암 따위는 별로 두렵지 않을 수도 있다. 이미 산전수전 다 겪어봤고, 늘 주변의 스트레스와 심적 압박에 시달리며 사는 인생을 살고 있지 않은가.

나도 흡연자였다. 지독하리만치 잔인한, 나이마저 어린 상사의 모멸적 언사를 듣고, 꾹꾹 억눌린 심정마저 조롱당한 채 화장실에 숨어 담배를 피우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때 화장실에 붙어있던 금연 표지는 야속하면서도 우스웠다.

내가 담배를 끊어야겠다고 결심하고 실행에 옮기게 된 것은 종양학을 공부하기로 결정하고 환자를 진료하면서부터였다. 앞서 언급한 '썰' 같은 것은 우스울 정도로, 실제 임상에서 경험한 담배와 암과의 연관성은 짙었다. 담배가 훑고 지나간 자리는, 폐부터 시작해서 구강, 인두, 식도, 위 등 모든 부위가 흡연과 밀접히 연관돼 암을 유발했다.

우리 모두는 언젠가 죽는다. 따라서, 수명 연장을 이야기하며 금연을 권장하는 글은 그리 설득력이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더 편안하게, 고통을 덜 받으며 죽음을 맞는 것은 중요하다. 그리고 긴 삶의 종장에서, 사랑하는 이들에게 고통을 덜 줄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나는 괜찮을 거라 생각하는가

흡연자의 절반은 담배로 인한 암이나 여타 관련 질병으로 사망한다. 전체 암 사망자 중, 담배로 인한 암 사망자는 30%다.

흡연자의 폐암 발병률은 비흡연자에 비해, 연구에 따라 다르지만, 20~30배에 달한다. 물론 흡연을 하더라도 암에 걸리지 않고 장수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담배를 즐기면서, 장수와 건강이라는 행운을 얻기 위해서는 당첨 확률이 30배나 낮은 제비를 뽑는 게 나을 수도 있다.

흡연의 발암기전은 동물실험·임상실험 등을 통해 범세계적으로 연구되고 있으며, 사람에게 발암성이 있다고 확실시된 발암물질은 열다섯 가지 이상 존재한다. 이러한 발암물질들은 DNA의 파괴, 종양 억제 유전자의 불활성화 등의 기전을 통해 암 유발을 높인다. 흡연이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암으로는 폐 이외에도 구강, 인두, 비강, 성대, 식도, 간 위, 대장 췌장, 신장, 방광, 요도, 자궁경부, 난소, 백혈병 등이 있다. 담배와 암에 대한 이야기를 나열하는 것은 진부할 수 있으므로, 여기까지 하는 것으로 하자.

당신의 흡연, 누군가에게는 '해악'이다

"야, 담배연기 겨우 조금 맡은 거 가지고 뭘 그래"라고? 그게 아니다.
 "야, 담배연기 겨우 조금 맡은 거 가지고 뭘 그래"라고? 그게 아니다.
ⓒ f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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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자 중에서는 자기가 태우는 담배 연기가 타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과소평가하는 사람이 많다. 담배 연기가 싫다며 기침하거나 핀잔을 주면 "야, 겨우 그거 조금 맡은 거 가지고 뭘 그래?"라면서 역으로 성을 내는 사람도 있다.

흡연자와 함께 사는 여성이나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있다. 그들의 모발을 이용해 니코틴 축적량을 조사했는데, 이들 모발의 니코틴 용량은 비교군(비흡연자와 사는 여성, 어린이)에 비해 두 배 정도 많았다.

간접흡연이 주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그 해악은 어느 정도일까?

우리가 일상생활을 하면서 노출되는 간접흡연량을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현재까지 이뤄진 연구는 흡연자 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가 될 만한 연구 몇 가지를 살펴보자.

▲ 최근에 발표된 메타분석(여러 연구들을 통합해 분석한 연구)들을 보면, 흡연자와 결혼한 배우자의 경우 폐암의 발병률은 1.3배가량 높아졌다.
▲ 간접흡연을 경험하는 직장에 다니는 사람의 폐암 발병률이 1.22배 증가했다는 보고가 있었다.
▲ 25년 이상 흡연자와 함께 산 어린이는 그렇지 않은 어린이에 비해 폐암 발병률이 2배 높았다.
▲ 직장 등에서 간접흡연에 노출된 산모의 경우, 저체중아를 출생할 확률이 2~4배 정도 높았다.

건강한 흡연? 용기 내어 도움을 받자

건강한 흡연 방법이라는 건 없다.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에게 해를 끼친다는 사실을 깨닫고 서둘러 담배를 끊어야 한다.

담배는 상용화되지 말았어야 했다. 안타깝게도 담배는 유해성이 알려지지 않았을 때 널리 퍼지고 인기를 끌었다. 위해성이 충분히 알려진 현재까지도 중독성과 경제적 파급력 등으로 인해 쉽게 근절되지 못하고 있다. 가히 '시대의 실수'라고 할 수 있다.

음식에 관한 칼럼을 작성하고 있음에도 담배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은, 담배의 해악과 그것을 끊을 때의 유익이, 여러 음식의 해악이나 유익을 합한 것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혹 담배를 아직 피우면서 암 등에 대한 건강정보나 건강식품을 찾는 사람이 있다면 반드시 금연부터 먼저 하길 권한다.

건강한 삶을 위하여, 특히 암으로부터 건강한 삶을 위하여 가장 중요한 것은 금연이다. 그다음으로 정기검진을 받아 혹여 생길 수 있는 암을 조기에 예방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건강한 음식을 섭취하고 운동 등 건강한 생활습관을 영위해야 한다.

한 가지 조언을 하자면, 아무런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의 의지나 다짐만으로 금연에 성공할 확률은 5% 전후로 매우 낮다고 한다. 상담 및 약 복용, 껌이나 패치 및 여타 보조제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금연 치료를 받을 경우 성공률은 6배나 증가한다고 한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금연을 위해 병·의원을 방문하면 '유난 떤다'는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근래에는 용기를 내어 찾아오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여러 의원에서 금연 치료가 시행되고 있고, 대부분의 보건소에서는 무료 금연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아무쪼록 금연에 성공해 본인과 사랑하는 주변 이들에게 당당해지길 바란다.

경고 : 흡연은 폐암 등 각종 질병의 원인! 그래도 피우시겠습니까? 담배연기에는 발암성 물질인 나프틸아민, 니켈, 벤젠, 비닐 크롤라이드, 비소, 카드뮴이 들어있습니다. 금연상담전화 1544-9030

○ 편집ㅣ김지현 기자



태그:#담배, #흡연, #간접흡연,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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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는 고통을 수용하지만, 문제는 외면하면 더 커져서 우리를 덮친다. 길거리흡연은 언제쯤 사라질까? 죄의식이 없는 잘못이 가장 큰 잘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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