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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따뜻한 불판에 둘러앉아 지글지글, 맛있게 구워지는 소리와 냄새를 함께 즐기며 크고 작은 축제의 분위기를 느낀다. 여기에 소주 한 잔을 곁들여 하루의 스트레스를 날릴 때의 기분이란.

세계에서 가장 많은 고기를 소모하는 나라는 어딜까? 바로 매년 1인당 약 120kg을 소모하는 미국이다. 돼지의 생체중이 대략 114~120kg 정도이니 1인당 연간 돼지 한 마리 정도를 소모한다고 보면 되겠다.

한국인은 1인당 연간 50~55kg을 소모한다. 순위로는 70위 정도로 대표적인 육식국가는 아니지만, 육류 소모량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암 및 성인병의 발병 분포도 점차 서구화 되어가고 있다.

필자도 고기를 무척 좋아한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삼겹살을 구우며 이야기 나누는 시간은 무척 행복하다. 하지만 몸에 밴 고기 냄새를 풍기며 집에 돌아가면 '몸에 좋지 않은 육고기'를 먹었다며 가족들의 비난을 받기도 한다. 고기, 특히 우리가 즐겨 구워 먹는 '붉은 육류'는  암으로부터 안전할까.

다량의 붉은 육류 섭취가 암 발병과 연관되어 있는 것은 비교적 알려져 있다. 가장 많이 연구된 분야는 대장, 직장암과의 관련성이다. 2006년에 발표된 한 메타분석 (여러 연구결과를 종합하여 분석한 연구)에 의하면, 붉은 육류의 하루 섭취량이 120g 증가할 경우 대장, 직장암의 발병률이 1.28배 증가하고, 가공육 (햄, 소시지 등)의 경우는 하루 섭취량이 30g 증가할 때마다 1.09배 증가했다는 결과가 보고되었다. 현재 붉은 육류는 세계 암 연구재단과 미국 암협회의 암 위험도 분류 4단계 중 가장 높은 등급인 'convincing' (거의 확실한 위험요인) 으로 분류된다.

육류 다량 섭취한 사람, 췌장암 등 발병률 높아

고기를 불판이나 직화에 구워먹는 습관 또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우리는 흔히 탄 고기가 건강에 나쁘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믿음은 아마 고기를 고열에서 구울 때 발생되는 발암물질인 heterocyclic amine (이하 HCAs), 혹은 polycyclic aromatic hydrocarbons (이하 PAHs) 에 대한 언론보고 등에서 나온 것 같다.

HCAs는 주로 육류의 단백질 성분이 고온 (화씨 약 300도, 섭씨 약 149도 이상 )에서 조리될 때 발생하며, PAHs는 직화에 고기 기름이나 육즙이 노출된 경우 발생하고, 훈연되거나 탄 고기에서도 발견된다(PAHs는 담배연기나 자동차 매연에도 포함되어 있는 발암물질이다).

이 두 발암물질은 동물실험에서 유방, 대장, 간, 피부, 폐, 전립선 등 다양한 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동물실험에 사용된 발암물질의 양은 사람이 일반적인 식사에서 섭취하는 양에 비해 훨씬 많다. 하지만, 인구집단에 관한 연구에서도 고온, 혹은 직화로 조리된 육류를 다량 섭취한 사람이 췌장암, 전립선암 등의 발병률이 높았다는 보고가 있으므로 안심할 수는 없다.

또한 육류는 다량의 지방을 포함하고 있다. 물론 고기에는 단백질도 포함되어 있지만 대개 우리가 섭취하는 고기, 특히 삼겹살 등 구워 먹는 종류의 고기는 지방의 함량이 높다. 흔히 알고 있듯이, 동물성 지방의 섭취는 성인병 및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을 높이고 비만을 유발한다. 비만은 대장암, 유방암, 췌장암, 자궁내막암 등 다양한 질병을 유발할 수 있는 위험인자다(비만은 세계암연구재단 보고서의 위험도 분류 중, 1등급이다).

이제 누군가 한 명 쯤 손을 들고 이렇게 질문할 때가 됐다.

"그럼 선생님, 이제 육고기 (붉은 육류)는 먹으면 안되나요?"

앞서 말했듯, 붉은 육류, 특히 고온 조리된 육류와 암이 연관성이 있다는 것은 어느 정도 밝혀졌다. 또한 붉은 육류는 대개 고지방 식이로써 비만과 고혈압 등 성인병을 유발하는 것도 사실이다.

한편으로, 붉은 육류는 쉽게 섭취할 수 있는 단백질 공급원이고, 비타민과 무기질 등 유익할 것으로 보이는 성분도 포함되어 있다. 또한, 상당수의 연구에서 위험이 뚜렷하게 나타난 것은 주로 육식을 상당히 많이 하는 집단과, 매우 소량을 먹는 집단을 비교했을 때 나타났다. 그리고 무엇보다 '맛있다'. 몸에 안 좋다는 연구가 있다고 즐거움을 주는 음식을 전부 끊어버리면, 삶이 너무 메마르지 않겠는가.

'붉은 육류' 섭취 끊기보단... 횟수와 양 줄여야

아직 현대의학은 음식에 들어있는 모든 성분과 그 효능에 대해 알지 못한다. 서적이나 언론 등에서 특정 연구를 거론하며 어떤 음식의 이익 혹은 해악을 보고할 때, 이것에 휘둘려 좋아하는 음식을  극단적으로 끊거나 섭취량을 대폭 늘리는 것은 오히려 예상하지 못한 영양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 해로울 것으로 보이는 음식이나 생활습관은 조금씩 개선하고, 유익한 음식의 비중은 차차 늘려가며 자신에게 맞는 식이 습관을 점진적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 보다 건강을 지키는 길이 될 것이다.

따라서 '붉은 육류'의 섭취를 완전히 끊는 것 보다는, 좀 더 건강한 육식 (肉食) 습관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고기를 좋아하는 남성이라면, 섭식하는 횟수와 양을 줄이는 것은 필요하겠다(세계암연구재단 보고서에서의 붉은 육류 섭취 권장량은 주당 300g 이하이다). 외식으로 섭취하는 고기는 1인분 (150~200g) 정도로 섭취하되, 주 1~2회 미만으로 제한하는 것이 좋겠다. 또한 가능하면 붉은 고기 대신 흰 고기 (닭, 오리 등)나 생선으로 식사를 대체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고기를 고를 때, 가능하면 지방이 적은 부위를 선택하는 것도 좋겠다. 지방량이 많은 삼겹살보다는, 안심이나 등심, 다릿살 등을 고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한 조리 과정에서 고기를 직화나 그릴에 굽는 대신, 삶거나 찌는 방법으로 조리하는 것도 암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필자도 고기를 상당히 좋아하는데, 근자에는 뒷다릿살에 무와 파 등을 넣고 푹 삶은 뒤 양배추 등을 곁들여 먹는 것을 즐긴다. 무와 파, 양배추는 앞서 '김치' 편에서 이야기 했던 항암효과가 있는 배추과 식물 (cruciferous vegetable) 이다. 음식의 풍미도 좋아지고, 건강도 챙길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태그:#고기, #삼겹살,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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