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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9일, 3108일을 다녀온 직장을 그만둔지 만 3개월이 지났다. 이제는 알람소리를 듣지 않고 자연스럽게 잠에서 깨어나는 내가 익숙해졌고 일요일 저녁 <개그콘서트> 엔딩 음악을 들을 때면 우울해지던 감정들도 사라졌다. 하루에 수백 번씩 울리면서 나에게 스트레스를 주던 스마트폰 그룹채팅 알람은 더 이상 울리지 않았고 마음에도 없는 '입에 발린 말'을 하고 살지 않아도 되니 마음이 편해졌다.

반면 하루종일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외로움'이 사무치기 시작했고 스트레스 받을 일은 줄어 들었지만 웃을 일 또한 줄어 들었다. 죽고 못살만큼 가깝다고 생각했던 동료들도 조직을 떠나니 남보다 못한 존재가 되어가는 것을 느끼기도 한다. 신경쓰지 않아도 매달 21일이면 통장에 꽂히던 월급은 더 이상 들어오지 않았고 덕분에 한동안 일이 없어 놀고 있을 때면 초조한 마음이 들었다.

퇴사하고 한달이 지났을 무렵 행복을 찾아 사표를 낸 나의 마음을 <오마이뉴스>에 기사로 썼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해주었고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 주었다. 반면 '퇴사한 지 한달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쓸 수 있는 글'이라는 댓글과 '아프지 않았으면 대기업에 계속 있었을 것'이라는 댓글들도 있었다. 그런 댓글들 덕분에 내가 한 선택에 후회가 남지 않도록 더 행복한 삶을 살아가리라 다짐했다.

내 안의 20대를 끌어내고 있는 30대의 나

홀로서기를 시작하면서 새로 만든 블로그의 지도.
▲ 블로그 지도 홀로서기를 시작하면서 새로 만든 블로그의 지도.
ⓒ 강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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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직장을 다닐 땐 길지 않게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똑같은 일상을 보내고 있노라면 한달, 한달이 금방 지나갔다. 하지만 매일이 다른 일과 다른 생각들로 채워지는 지금은 한달 한달이 1년 같이 길다. 그래서 아주 오랜시간이 흐른 것 같은 지금이지만 아직 3개월밖에 지나지 않았다.

열아홉 어린 나이에 사회에 나와 쉬지 않고 직장생활을 해 온 나는 다른 또래 친구들의 삶을 부러웠다. 대학 캠퍼스에서의 낭만이나 친구, 가족들과 떠나는 여행들이 그렇다. 20대의 젊은 시절에 분명 경험 해봐야 할 일들이 있게 마련인데 나는 그런 경험들을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20대를 보내 버렸다.

직장을 그만두면서 운영하던 블로그의 지도를 열었는데 내가 얼마나 우물안의 개구리로 살아온 건지 알 수 있게 해주었다. '부산-김해-창원' 내 생활 반경의 전부였다. 이 넓은 세상에서 좁은 곳에 갇혀 지내온 내가 한심했다. 그리고 새 삶을 시작하며 블로그를 새로 만들었다.

3월 '난생처음 제주도 여행'을 시작으로 기회가 닿는 대로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다. 여태껏 가본 곳이 별로 없어서 그런지 여행지 고르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가는 곳이 다 처음보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제주도에 혼자 여행을 갔을 땐 20대 초반의 젊은 친구들이 혼자서 여행을 와 있었고 나는 그들과 섞여 그냥 보낸 내 20대를 다시 끌어내려 했다.

난생처음 어머니와 단둘이 떠난 여행.
▲ 어머니와 안면도 여행 중 난생처음 어머니와 단둘이 떠난 여행.
ⓒ 강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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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다음에' 하고 미루기만 했던 어머니와의 여행도 다녀왔다. 돌아보니 내 인생 34년만에 처음으로 어머니와 둘이서 떠난 여행이었다. 직장을 다닐 때는 바쁜 일상에 파묻혀 어느 새 70세가 훨씬 넘어버린 어머니를 외면하고 살아 왔었는데 내 삶에 여유가 생기니 자연스럽게 어머니와 함께 보내는 시간도 늘어났다.

어느 날 우연히 TV에서 나온 안면도를 보고는 그 길로 5시간을 달려 안면도 여행을 떠났다. 태안해안국립공원 야영장에서 어머니와 둘이서 캠핑도 하고 산지에서 직접 산 꽃게와 대하로 요리도 해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다음 여행을 계획했다.

이리저리 여행을 다니다보니 '평일 여행'의 여유로움이 너무 좋았다. 어디를 가도 많은 사람들로 인해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비싸기까지 한 주말 여행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편안하게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삶은 직장을 다닐 때는 절대 누릴 수 없는 행복이다.

회사 그만두면 굶어 죽을줄 알았는데...
시민기자 활동 3개월만에 시민기자의 숲 높은 레벨에 이름을 올렸다.
▲ 시민기자의 숲 시민기자 활동 3개월만에 시민기자의 숲 높은 레벨에 이름을 올렸다.
ⓒ 강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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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을 다니고 있는 성인들에게 '당신의 꿈이 뭔가요?'라고 묻는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쉽사리 대답하지 못할 것이다. 물론 나도 그랬다. 단지 지금 '남들보다 빨리 승진하고 월급 더 많이 받는 것'이 인생의 목표인양 살아 왔었다. 그런 빡빡한 삶 속에 '꿈' 이야기는 사치였다. 하지만 지금 나는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아서 탈이다. 몸은 하나인데 어떤 것부터 해야할지를 몰라 우왕좌왕 할 때도 있다. 지금은 하나씩 정리를 해가면서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시민기자 활동 3개월만에 시민기자 레벨이 지난달엔 Red 레벨까지 올랐다. 갖고 싶었던 기자명함도 가지게 되었고 내 이름으로 된 연재기사도 집필중이다. 나중에는 내가 쓴 글 들을 모아서 책을 한권 출판하는 게 목표다.

그리고 내 이름으로 된 힙합음반을 내고 싶어 계속 도전중인데 벌써 두 번째 승인거절을 당했다. 예전부터 만들어 놓은 곡들에 가사를 붙이고 랩을 해서 녹음을 했지만 아직 프로가수들의 기성곡만큼의 엔지니어링 스킬이 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돈 안들이고 혼자 집에서 모든 걸 다 해결하려고 하니 쉬운일이 아니다. 하지만 난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또한 주말엔 하객들을 필요로 하는 신랑 신부님들에게 축하를 해주기 위해 정장을 꺼내입고 예식장을 누비고 있다. 그렇게 많은 예식에 참석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축가 트렌드와 니즈를 알게 되었고 부족하나마 내 음악적 재능을 축가 공연 무대에 적용 하는 일도 하게 되었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이 일로 인해 그 날의 주인공이 더 빛나고 자신을 빛나게 해준 나에게 감사의 표현까지 해주니 이 보다 더 행복한 일이 있을까 싶다.

라디오 방송에 대한 욕심으로 'DJ'를 꿈꾸다 무작정 '들리는 블로그'라는 이름으로 개인 녹음 방송을 시작했다. 아직 듣는 사람이 별로 없지만 또 하나의 행복이다. 지난 3월엔 창업경진대회 지역설명회에 참석해 머릿속에 있는 벤처 사업아이템의 구체화 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도 가졌다.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일이 뭔지 알 수 없던 오랜시간. 그 시간이 '언제 그랬나' 싶을 정도로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다. 하고자 하는 일을 하다보니 아직 월급만큼은 아니지만 소득도 생겨 아껴쓰면 생활이 가능한 정도의 수준까지 되었다. 회사그만두면 굶어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틀린것임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그리고 이제야 비로소 서른네살의 늦깍이 '사회초년병'의 꿈을 향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되려 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아빠투툼의 홀로서기 블로그
http://daddytt.blog.me



태그:#홀로서기, #독립, #사표, #여행, #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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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콘텐츠 대표 문화기획과 콘텐츠 제작을 주로 하고 있는 롯데자이언츠의 팬이자 히어로 영화 매니아, 자유로운 여행자입니다. <언제나 너일께> <보태준거 있어?> '힙합' 싱글앨범 발매 <오늘 창업했습니다> <나는 고졸사원이다> <갑상선암 투병일기> 저서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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