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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을 믿는가?'

기적(奇跡)이라는 말은 '상식으로 생각할 수 없는 기이한 일'이나 '종교(신)에 의해 행해졌다고 믿어지는 불가사의한 현상'등을 말한다. 한마디로 '믿기지 않는 신비한 얘기'들이다.

일상에서 들었더라면 '에이 그런 게 어디 있어'쯤으로 웃어 넘길 '믿기지 않는 신비한 얘기'들을 미얀마에 가면 종종 만날 수 있다. 더 신기한 일은 이러한 믿기지 않는 기적(奇跡)같은 얘기들도 미얀마에서 들으면 '아 그럴 수도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는 점이다. 이 또한 '기적'같이 신기한 일이다.

미얀마 여행 중 인레호수에서 이 기적 같은 얘기 중 하나의 실체를 보게 되었다.

미얀마 어디를 가든 수많은 파고다와 만날 수 있다
▲ 인레호수 주변 파고다1 미얀마 어디를 가든 수많은 파고다와 만날 수 있다
ⓒ 전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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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들른 파고다 중앙에 있는 노란 물체의 정체는?
▲ 인레호수 주변 파고다2 우연히 들른 파고다 중앙에 있는 노란 물체의 정체는?
ⓒ 전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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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는 인레의 선물이다

미얀마 여행 후 다시 가고픈 충동을 일으키게 하는 곳 중에 하나가 바로 인레호수다. 짧은 몇 줄의 글로 인레호수의 웅장함과 수천 년 이어온 역사를 표현해 보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렇게 글을 쓰면서도 인레의 한 부분을 아는 척하는 것이 불경스런 일이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을 해본다.

신이 미얀마에게 선물한 듯한 인레호수에서 바로 '믿기지 않는 기적의 실체'를 만나게 되었다. 인레호수를 탐방하면서 점심을 먹기 위해 어느 수상 식당을 찾은 우리는 잠시 휴식을 갖기로 했다.

인레호수를 음미하면서 미얀마 비어를 홀짝이는데 건너편에 범상치 않은 사원이 보였다. 인레호수 도착 전, 수많은 파고다를 구경했기에 이제 파고다에 신물이 날 지경. 그런데 일행은 또 다시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한낮 미얀마 땡볕에 달궈진 사원 입구는 한증막 속 철판이었다. 발바닥으로 전해지는 열기로 인해 매뚜기처럼 뛰어 다니는 우리와 달리, 분명 같은 맨발임에도 마치 시원한 길을 걷는 듯 느긋하게 걷는 미얀마 사람들이 신기할 뿐이었다.

최대한 빠른 속도로 사원 안으로 들어가니 사원 중앙에 노란 돌덩이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기도하는 모습이 보였다. 사람들은  노란 돌덩이를 쓰다듬는 것 같은 행동을 하며 연신 절을 하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보았다.

오오 이런! 노란 물체는 다름 아닌 황금 덩어리였다. 그것도 사람 머리 크기의 다섯 개의 노란 황금 덩어리가 중앙에 자리잡고 있었다.

'아! 저것이 물에 빠졌다 다시 돌아왔다는 그 유명한 기적의 다섯 황금불상이구나.'

그때서야 이 파고다가 그 유명한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섯 개 황금덩어리의 비밀은 무엇일까?
▲ 다섯 개의 황금덩어리 다섯 개 황금덩어리의 비밀은 무엇일까?
ⓒ 전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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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가 알려준 이야기에 따르면, 12세기(서기 1120년) 바강왕조 알라웅 씻뚜(Alaung Sittu)왕이 말레이 반도에서 전쟁을 통해 획득한 약 5cm크기의 불상 3개와 아라한상 2개를 가져와 인레호수의 한 파고다에 모셨다.

왕이 직접 헌상한 불상에 대한 인레호수 사람들의 애정은 각별해서 매년 10월(미얀마력) 불상을 모시고 수상 축제를 열게 되었다. 이러한 수상 축제는 수백 년을 이어져 내려 왔다. 그런데 1965년 축제 도중 호수 중간에서 배가 뒤집히는 바람에 불상이 모두 호수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이 일로 인레호수 사람들은 깊은 실의에 빠졌다. 그런데 몇 년 후 기적처럼 호숫가에서 어부의 그물에 5개의 불상이 모두 발견되었다. 더욱 놀라운 점은 배가 뒤집힌 곳은 호수 중간인데, 호수 가장자리에서 불상 5개가 모두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신심이 더욱 깊어진 인레호수 사람들은 불상이 발견된 그 장소에 다시 파고다를 세웠는데 그곳이 바로 이 '빠웅도우 파고다(Phaung Daw U Pagoda)'다.

미얀마 사람들의 불심은 다섯 부처를 매일 매일 자라게 한다.
▲ 금박을 붙이는 미얀마인들 미얀마 사람들의 불심은 다섯 부처를 매일 매일 자라게 한다.
ⓒ 전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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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다섯 개의 황금 덩어리에 기도하며 경배하는 미얀마 사람들을 보니 나도 모르게 사실일 거라는 믿음이 생겼다. 가이드 설명에 의하면 미얀마 사람들 대부분은 이 기적 같은 일을 의심하지 않으며 1년 내내 미얀마 전역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그 믿음을 금박으로 표현한다고 한다.

그 신심의 증거가 바로 5cm 크기의 불상이 현재 25~30cm의 크기로 자라났다는 설명이다. 파고다에서 사람들을 자세하게 관찰해 보니, 다섯 개의 황금 덩어리에 금박을 붙이고 나서 기도를 올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미얀마 사람들의 불심은 오늘도 작은 황금 불상을 조금씩 키우고 있었다. 한국에 돌아와 미얀마 몇몇 관련 자료를 찾아 보니 이야기는 조금씩 달랐으나 불상이 없어졌던 일은 사실인 것 같다.

허름한 모습이지만 기도하는 평온해 보이는 얼굴에서 부처가 보였다.
▲ 부처 닮은 빠오족 그녀 허름한 모습이지만 기도하는 평온해 보이는 얼굴에서 부처가 보였다.
ⓒ 전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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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웅도우 파고다(Phaung Daw U Pagoda) 한 켠에서 엎드려 기도하는 빠오족 아주머니를 보았다. 거친 손가락, 허름한 옷차림, 자외선에 그을려 쭈글쭈글해진 피부에 그녀의 고단한 삶이 비쳐 보였다.

하지만 허름한 겉모습과는 달리 평온한 모습으로 지긋하게 눈을 감고 기도하는 옆모습에서 행복해 보이는 부처의 모습이 보였다. 그 부처 닮은 모습을 보면서 우리나라 국민의 행복지수가 OECD국가 중 거의 꼴찌수준이라는 것과 아이들 행복지수 또한 세계에서 거의 꼴찌수준이라는 우울한 뉴스가 스치듯 지나갔다.

'물질적인 풍요로 치자면 저들보다 수십 배나 풍요로운 우리지만 과연 그들보다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석가모니 부처가 환생한다면 한 번 질문해보고 싶다.

"우리도 행복해질 수 있는 '기적'이 일어날 수 있을까요? 있다면 어찌해야 합니까?"

○ 편집ㅣ전병호 기자

덧붙이는 글 | ※미얀마어 표기는 현지 발음 중심으로 표기했으며 일부는 통상적인 표기법을 따랐습니다. 또한 이 글은 불교전문가의 분석글이 아니라 호기심 많은 여행자의 감상을 적은 여행기임을 밝힘니다.



태그:#미얀마, #땅예친미얀마, #전병호, #인레호수, #빠웅도우 파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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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공작소장, 에세이스트, 춤꾼, 어제 보다 나은 오늘, 오늘 보다 나은 내일을 만들고자 노력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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