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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을 주는 사람 -테너 박성철님 작년 가을 '골목아트플레이'축제 때에도 무료 공연을 해주었던 테너 박성철님의 언제 들어도 좋은 목소리~~^^
ⓒ 박옥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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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서로 감동을 주고 감동을 받는다면 그것은 세상을 살맛나게 한다. 눈물 나게 행복한 일이기도 하다. 지난 25일 전남 광양시 광영동 광영중학교 앞 무인 갤러리 '람' 일대에서 열린 '햇살꽃 아나바다' 행사는 이런 생각을 확인 시켜 주는 듯했다. 

날씨 좋은 날 행사를 하게 되어 다행이다. 현수막이 더욱 밝게 보인다.
▲ '햇살꽃' 아나바다 장터 행사를 알리는 현수막 날씨 좋은 날 행사를 하게 되어 다행이다. 현수막이 더욱 밝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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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행사는 '큰그림기획연구소'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전남문화예술재단의 후원을 받아 마련했다. 큰그림기획연구소는 '2015 지역협력형사업' 중 하나인 거점활성화 사업에  '광영 마을에 핀 햇살꽃 프로젝트'라는 사업명으로 응모해 선정됐다. '광영(廣英)'이라는 글자처럼 '넓은 마을에 문화예술의 꽃이 활짝 피어 햇살처럼 가득하다'는 의미의 프로젝트다.

큰그림기획연구소에서 동참하는 나는 이 '광영 마을에 핀 햇살꽃 프로젝트' 기획서를 쓰면서 참 많은 것을 생각했다.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씨앗을 심어야 하는데 씨앗은 주민이 주체가 되어야 온전하게 광영이라는 땅에 뿌리를 내리고 자랄 것이다. 그리고 물 주고 싹 틔우는 과정을 지나면서 꽃 피우고 열매를 맺을 것이다. 열매를 맺은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하나? 나눔이 있어야 한다. 그러면 무엇으로 나눌 것인가? 물론 화합되고 정감 있는 따뜻한 마음으로 나누어야 할 것이다.

포스터 붙이기, 레몬청 담그기 등 행사도 치루기 전 피곤이 누적된 상태.  람 갤러리에는 모처럼 사람들이 북적여 흐뭇했다.
▲ 열심히 준비하며 문화를 즐긴다 포스터 붙이기, 레몬청 담그기 등 행사도 치루기 전 피곤이 누적된 상태. 람 갤러리에는 모처럼 사람들이 북적여 흐뭇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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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에는 이 나눔을 좀 더 의미있게 소중하고 고마운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 주민들과 함께 문화체험을 하면서 엮은 이야기를 책으로 출판하고 문화가 함께 하는 송년회도 열 계획이다. 그래서 이미 '람'이라는 무인 갤러리를 운영 중이고 그곳을 거점으로 침체된 광영동을 활성화 시키고자 '햇살꽃 아나바다' 장터를 열었다. 이 행사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5, 6월에 있을 광영동의 경관을 아름답게 만드는 벽화 그리기 예산 마련을 위한 것이다.

'햇살꽃 아나바다'는 100% 기부로 이루어졌다. 한 달 전부터 SNS를 통해 광고를 했더니 옷이며 신발, 가전제품, 완구, 책, 모자 등 많은 물품을 주민들이 기증했다. 수선하랴, 정리하랴 일손이 부족해서 몇몇 광영동 주민들과 같이 행거도 짜고 가격표도 붙이면서 밤을 새웠다. 기부 공연을 해줄 공연 팀도 섭외하고 봉사해 주실 분들도 알아보고 행정적인 일도 보고... 복잡한 일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오프닝 공연을 해 준 '서초울림통'. 작년 골목아트플레이 축제 때에도 기부공연을 해주어 고마웠다.
▲ 학부모 동아리 '서초울림통'의 공연 오프닝 공연을 해 준 '서초울림통'. 작년 골목아트플레이 축제 때에도 기부공연을 해주어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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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레몬이 싸서 레몬청을 만들어 광고했더니 주문이 폭주해서 그 바쁜 와중에 레몬을 더 사고 용기도 더 사들여 레몬청을 만드는 작업에 들어갔다. 자몽청도 참 맛있어서 자몽도 곁들였더니 씻고 썰고 설탕에 재고, 포장하는 과정이 정신없이 바빴다.

행사 당일은 다행히도 날씨가 참 좋았다. 아침 일찍부터 천막을 치고 탁자와 물건을 나르면서 참가자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신경을 썼다. '서초 울림통'이라는 학부모 동아리를 이끄는 초등학교 동창 친구에게 오프닝 공연을 부탁했더니 약속시간보다 일찍 왔다. 학부모와 아이들이 어우러져 연주하고 노래 부르는 모습이 정말 가슴을 훈훈하게 했다.

체험 부스가 다양해서 아이들이 여러가지 체험을 하였다. 쿠키클레이 체험을 하러 온 가족과 함께 찾아준 제자가 마냥 이뻐만 보였다.
▲ 쿠키클레이 체험 체험 부스가 다양해서 아이들이 여러가지 체험을 하였다. 쿠키클레이 체험을 하러 온 가족과 함께 찾아준 제자가 마냥 이뻐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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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축제가 많은 계절이라 이렇게 작고 소소한 행사에는 사람들이 찾아오지 않을 까봐 걱정했지만 오후가 되자 제법 사람들이 찾아 행사장은 활기를 띠었다. 체험부스에서는 아이들이 정말 조막만한 손으로 뭔가를 열심히 만들었고 먹거리 부스에서는 닭꼬치와 오다리가 불티나게 팔렸다. 가족 단위로 찾는 사람들도 많아 정감 있는 분위기였다.

공연은 즐겁게 이어졌고 제철초등학교 학생들로 구성된 '동그라미'의 우쿨렐레 공연, 빨간 모자가 인상적인 '도레미'의 '치키치키차카차카초' 는 저절로 어깨를 들썩이게 했다. '하모니' 팀의 통기타 공연은 분위기 있었고 조운천님의 열정적인 색소폰 연주, 그리고 '사월의 어느 멋진 날에'라고 센스있게 가사를 바꿔 불러 준 테너 박성철님의 매력적인 목소리가 대미를 장식했다.

모두 감사하다. 공연이 있어서 더욱 풍성하고 아름다운 날이었다.
▲ 공연 기부를 해주신 분들 모두 감사하다. 공연이 있어서 더욱 풍성하고 아름다운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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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된 옷이 많아서 다 못 팔 것 같으니까 나중에는 노란 봉지 안에 가득 담아 천 원이라고, 대신에 봉투가 찢어지면 안 된다고 마이크를 들고 호객행위를 하는 사람. 그는 평소에 우리 일을 많이 도와주는 광영동 주민이었다. 자원봉사 학생들은 직접 옷을 입고 코디를 해가면서 팔았다. 인형을 파는 7살짜리 꼬마는 제일 먼저 완판을 해서 박수를 받았다.

보드를 타고 다니는 5살쯤 된 꼬마를 보고 사진을 찍자고 했더니 보드를 들고 천천히 걸으면서 카메라를 응시하는 세련미를 보여주었다. 같은 또래의 여자 아이는 장난감 선글라스를 벗었다 꼈다 하면서 수건으로 안경을 계속 닦았다. 날개 벽화를 배경으로 사진 찍자고 했더니 포즈도 멋진 천사가 되어 주었다.

귀여운 꼬마들의 각기 다른 표정. 햇볕이 쬐는데도 공연을 보려고 땅바닥에 앉아있는 모습은 진지하기만한데 웃음이 난다.
▲ 꼬마들도 문화쳬험 귀여운 꼬마들의 각기 다른 표정. 햇볕이 쬐는데도 공연을 보려고 땅바닥에 앉아있는 모습은 진지하기만한데 웃음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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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터가 막바지가 될 즈음 하모니 팀이 판매 금액을 전부 기부하고 모금함에 따로 더 기부를 해주셨다. 아이들이 손수 도자기를 빚어 판매도 한 도레미 공연 팀은 대봉투에 손글씨로 격려의 마음을 담아 모금함 안에 넣었다. 감동과 감사의 마음들을 느끼며 가슴이 뜨거워졌다. 빠듯한 예산으로 벽화 그리는 일까지 하자면 우리는 또 레몬청을 밤새워 만들어 팔아야 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이렇게 응원해 주고 호응해 주는 분들이 계시니 더 힘을 내야겠다.

우리 '큰그림기획연구소'가 정말 보잘 것 없는 소소한 일을 하고 있을지라도 이런 작은 움직임이 좋은 세상을 만들어 간다는 것을 안다. 그러기에 광영주민들의 협력을 이끌어 내고 같이 벽화를 그리고, 문화예술 체험의 기회를 향유하면서 나아가 지역발전에 도움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

포즈도 멋지게 사진 찍어달라는 꼬마가 정말 날개 달린 천사같다.
▲ 나는 이쁜 천사~~^^ 포즈도 멋지게 사진 찍어달라는 꼬마가 정말 날개 달린 천사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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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모차를 끌거나 아기를 안고 나온 분들도 많았고 강아지도 나와 기웃거렸다. 여러 공연팀과 봉사자들이 어울려 '햇살꽃 아나바다'라는 그림 안으로 들어 왔다. 함께 참여하고 나누고 어울리며 이렇게도 아름답고 화사한 풍경이 되어준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공연도 해주시고 기부도 해주신  천사님들, 직접 구운 도자기를 팔아 기부해 준 도레미 공연팀 친구들
▲ 감사의 기부금 공연도 해주시고 기부도 해주신 천사님들, 직접 구운 도자기를 팔아 기부해 준 도레미 공연팀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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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에 있을 벽화 그리기에 꼭 불러 달라는 자원봉사 학생들에게 레몬 차를 내주었다. 그리고 레몬차처럼 상큼하고 싱그러운 광영동을 만들어 가자고 '큰그림기획연구소' 회원들은 천막을 거두며 뿌듯한 하루를 마감하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감동으로 햇살꽃이 활짝 핀 하루였다.

 도움 주신 모든 분들 덕분에 광영동에 '햇살꽃'이 활짝  피었다.
▲ 재능기부와 봉사가 있는 감동의 '햇살꽃' 아나바다 도움 주신 모든 분들 덕분에 광영동에 '햇살꽃'이 활짝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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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햇살꽃 아나바다, #광영동, #무료공연, #람 갤러리, #큰그림기획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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