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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이 부족하다, 400명은 돼야 한다"라는 문재인 대표의 발언과 잇따른 해명 이후 일부 언론들은 계속해서 '장난스럽게 한 말'이라는 것을 부각시키고 있다. 발언의 파장을 생각한 해명이라는 일부 추측도 있지만, 제1야당 대표이며 대선주자인 그가 다른 자리도 아니고 정책엑스포에서 핵심 정책 현안에 대해 말했다는 것은 그다지 가벼운 마음으로 언급한 것은 아니라 사료된다.

안타까운 것은, 그의 발언이 장난스러운 것이었다는 흐름으로 초점이 옮겨가고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표에 대한 옹호와 비난 모두 이 선에서 이루어져서는 옳지 않다. 발언에 대한 올바른 평을 하기 위해선 실제로 의원수를 늘리는 것이 옳은 것인지 초점이 맞춰지는 것이 타당하다.

사실 이 발언의 기원은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로부터 시작된다. 공개적으로 의원수를 확대하자는 제안을 한 뒤, 그녀는 지난 3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에 나와 의석수 확대는 불가피하며, '고양이 목에 아무도 안 다는 방울'을 제가 단 것이라는 표현을 빌리기도 하였다. 아마도 의석수 증가에 따른 국민들의 거부감을 염두에 두고 이러한 표현을 빌린 것이라 생각된다.

실제로 2010년 12월 22일 시장조사 기관인 닐슨컴퍼니코리아는 서울과 4대 광역시에 사는 성인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12개 직업군 중 국회의원의 사회적 신뢰도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여야 지지를 막론하고 의원수 증가에 큰 반감을 지닐 수밖에 없는 실정인 것이다.

허나 현행 선거제도는 상당한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두 거대 정당 중 하나가 반드시 여당이 되거나, 혹은 정권을 획득하지 못하더라도 항상 제1야당이 되는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지난 갑과 갑 사이에 낀 소수 '을', 진보정당의 위기 기사에서도 명확히 밝히고 있다.

이에 따르면 현행 선거제도에서는 많은 사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또한 정당의 지지율이 의석수로 이어지지 않는다. 비례대표보다 지역구를 더욱 선호하는 국민들도 있겠지만, 이것은 정치의 주체를 사람으로 보느냐 정당으로 보느냐의 시각 차이일 뿐이다. 또 다른 점을 살펴보기 위해 심상정 원내대표의 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의원 정수를 따지는 보편적인 기준은, 의원 한 명이 몇 명의 유권자를 대표하는 것이 가장 대표를 잘할 수 있는 거냐 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OECD 기준으로 보면 OECD 평균은 국회의원 1명이 9만 명 정도를 대변합니다. 우리나라는 16만 명 대변하니까 거의 두 배가 돼요. 그런데 그렇게 하려면 정치학자들이 말씀하시지만 500명 돼야 됩니다. 그건 현실적으로 무리한 거고요."

또한 '미국, 일본에 비해 인구 대비 숫자가 그렇게 적은 것이 아니다'라는 비판에는 이렇게 답한다.

"OECD 34개국 중에서 저희보다 좀 많이 하는 데가 미국, 일본, 멕시코 이런 데인데요. 이게 다 인구수가 1억이 넘는 나라입니다. 미국은 양원제를 채택하고 있잖아요. 그래서 국회의원 1인당 50만 명을 대변하지만 지역 대표성을 보장하는 양원제를 채택하고 있고요. 일본은 우리가 16만 명인데 17만 명이에요. 그런데 거기는 인구수가 2배나 되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1억 이상 되는 인구, 아주 예외적인 그런 기준을 대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보고요. 전체 평균을 낼 때 9만 7000명이고, 인구수가 아주 많은 곳과 인구수가 아주 적은 곳을 빼고 중위 값을 채택하면 의원 한 명당 5만~6만 명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제적인 기준으로 우리나라 의원수가 절대적으로 적다는 것은 학계에서도 다 공감하고 있는 얘기입니다."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문재인 대표 발언과 의원수 증가 제안에 큰 반발을 지닐 수밖에 없는 이유도 존재한다. 지난 19대 총선 당시 새누리당은 42.8%의 지지를 받았다. 이에 따르면 실제 지지율보다 의석수를 24석을 더 가져간 것이 된다. 또한 새정치민주연합의 경우 36.5%의 지지를 받았지만 그보다 더한 18석을 더 가져간 것이 된다.

이러한 사실에 따르면 현행 선거제도가 공정한 선거제도가 아니며, 양당에게만 상당히 유리한 체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이로 인해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많은 사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결국 새누리당으로서는 큰 프리미엄을 받고 있는 현행 선거제도를 국민감정을 이용해 지키는 것이 유리하다. 장난스럽다는 비판 뒤에는 '박힌 돌'의 심리가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표의 등가성 문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역구 한 석을 얻는데 필요한 득표수가 17대 총선에 경우, 당시 열린우리당이 6만 9천표였다. 그러나 당시 민주노동당은 46만 표였다. 이것은 표의 가치가 대략 7배 차이나 발생하는 것을 보여준다. 결국 민주노동당에 간 표는 대부분 사표가 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역적 시각으로 살펴볼 수도 있다. 지난 19대 총선에서는 부산, 울산, 경남지역에서 새누리당은 한 석당 필요한 표수가 4만 9천표였다. 당시 민주통합당은 35만 7천표가 필요했다. 이 또한 7배 차이가 발생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상당히 비합리적이다.

국회의원수를 늘리는 것이 결국 그들을 위한 예산과 특권을 증폭시키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물론 덴마크와 같은 북유럽 선진국과 같이 국회의원을 무보수 명예직으로 선출한다면 의원수 증가에 대한 국민 반감은 크게 하락하겠지만 실질적으로 이루어지긴 힘들어 보인다.

허나 심상정 원내대표는 과거 국회의원의 특권을 줄이고 의원수를 늘리는 대신 그들을 위한 예산을 동결한다면 자연스럽게 의원 연봉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발언을 했었다. 이는 국민 입장에서도 상당히 반길 수 있는 요소를 창출해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정치로 먹고살기 위한 의원의 등장이 줄어들 것이며, 정치를 위한 의원 출마를 유도할 수 있다. 무보수 명예직까진 힘들더라도 충분히 이 정도는 실현가능해 보인다.

따라서 이군현 사무총장의 "아마추어적 오락가락" 발언과 새누리당 손인춘 의원의 "대한민국 제1야당 대표의 발언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의 가벼움의 극치" 라는 발언은 결국 제 밥그릇 지키기의 일환으로 밖에 볼 수 없다. 그들은 현행 선거제도의 프리미엄을 놓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며, 안정적 틀을 깨는 방향을 택한 문재인 대표의 발언보다 그들 발언이 더욱 아마추어적 가벼움의 극치로 밖에 보일 수 없는 이유는 이에 있다.


태그:#문재인, #심상정, #국회의원수, #400명, #새누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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