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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순이만 아니면 됐지, 뭘 고민해."

개명하러 가는 삼순이에게 택시기사 아저씨는 이렇게 말한다. 10여 년 전 <내 이름은 김삼순>이라는 드라마 얘기다. 우리에게 이름은 존재를 규정하는 첫 번째 통로다. 이름은 그냥 무시하고 살 수도 있지만 '내가 그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비로소 꽃이 될 수 있듯이 이름은 자신의 존재를 알려주는 자명종이고 사람들과 소통의 첫 통로이기 때문에 대부분 사람들은 자기 이름에 신경을 쓰게 된다.

요즘 젊은이들 중에는 거의 찾아 볼 수 없지만, 지금 40대 이상 여성 중에는 미자, 말자, 옥자, 순자, 정자 등 '자'로 끝나는 이름이 많았다. 이는 일제식민지 시절 창씨개명의 영향으로 볼 수 있다. 일본식 이름 중에 여자들은 '-꼬(子)'가 많은데 예를 들어 하루꼬はるこ는 '춘자(春子)'가 되고 아사꼬(あさこ)는 '조자(朝子)'가 되는 식이다. 1980년대에는 한 여자의 기구한 일생을 다룬 영화 <명자, 아끼꼬, 쏘냐>라는 영화도 있었다. 이런 일본식 이름을 빗댄 80년대 유머도 있는데 추억을 벗삼아 한 번 답을 맞춰 보시라.

'명자(明子)'는 일본말로 '아끼꼬', '조자(朝子)'는 '아사꼬' 그렇다면 '고자'는 일본말로 무엇일까?'

쌍팔년도 미팅에 나가서 재롱 떨던 유머다. 요즘 이런 유머를 구사한다면 미팅은커녕 왕따 당하기 십상이다. 답은 바로 '우짤꼬'란다. 그때 미팅에서 만났던 친구들 중에는 춘자, 영자, 명자, 미자와 같은 이름이 많았다. 이처럼 우리나라 이름 중에도 얼마 전까지 불행한 일제식민의 아픈 역사가 들어 있었다.

웅덩이 속의 파고다.
 웅덩이 속의 파고다.
ⓒ 전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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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사람들 속에는 붓다가 들어 있다.
▲ . 미얀마사람들 속에는 붓다가 들어 있다.
ⓒ 전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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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사람들 속에 붓다가 살고 있다

그렇다면 미얀마 사람들의 이름 속에는 어떤 역사가 들어 있을까?

'붓다의 나라 미얀마 사람들의 이름 속에는 붓다가 들어 있다.'

미얀마에서는 자신이 태어난 요일에 따라 띠가 정해진다고 한다. 우리나라처럼 1년 단위가 아니라 요일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다. 미얀마에서는 전통적으로 7요일이 아니라 8요일이 적용되었기 때문에 태어난 날에 따라 8가지 동물로 나누어 진다.

요일별로 살펴보면 월요일은 호랑이, 화요일은 사자, 수요일(오전)은 상아가 있는 코끼리, 수요일(오후)는 상아가 없는 코끼리, 목요일은 쥐, 금요일은 기니피그, 토요일은 용, 일요일은 가루다(미얀마 신화 속 상상의 동물)이다. 8요일을 7요일에 적용하다 보니 수요일을 오전, 오후로 나누었다.

이러한 이유로 미얀마 사람들은 자신이 태어난 요일을 상징하는 글자를 이름에 넣어 짓기도 한다. 따라서 이름만 보면 그가 무슨 요일에 태어났는지 대략 알 수 있다(아래 '미얀마 이름 속의 비밀' 참조) 파고다를 참배 할 때는 자신이 태어난 동물상 앞에 재물을 올리고 기도를 올린다. 파고다에서 엎드려 기도 올리는 사람 앞에 있는 상을 보면 그가 무슨 요일에 태어났는지 알 수 있다. 이처럼 미얀마 사람들 이름 속에는 붓다가 들어 있었다.

물론 요일별로 띠를 정하여 이름을 짓는 풍습이 불교에서 나왔는지는 잘 모른다. 분명한 것은 쉐다곤파고다나 다른 파고다를 둘러 봤을 때, 요일별 상징 동물상이 파고다를 둘러 서 있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현재 많은 미얀마 인들의 이름과 불교는 연관이 있다고 말 할 수 있다.

파고다를 둘러 8가지 동물상들이 있다. 사람들은 자신이 태어난 동물상 앞에서 기도를 올린다.
▲ 쉐다곤 파고다 파고다를 둘러 8가지 동물상들이 있다. 사람들은 자신이 태어난 동물상 앞에서 기도를 올린다.
ⓒ 전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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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사람들은 파고다에서 자신의 태어난 날의 상앞에서 기도를 올린다.
▲ 기도 미얀마 사람들은 파고다에서 자신의 태어난 날의 상앞에서 기도를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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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가자! 미얀마 사람들의 이름

만달레이에서 현지 가이드를 해주고 현재 '땅예친미얀마' 연재 글 감수를 해주는 Myo Myo Swe Oo(묘묘 쉐우) 선생님은 미얀마 사람들 이름이 어렵다는 나의 질문에 대해 현지인의 입장에서 알기 쉽게 설명해 주었다. 이 글을 쓰기 위해 다시 질문을 했더니 장문의 메일을 보내왔다. 워낙 친절하게 설명한 글이라 원문을 살려 소개해 본다.

'미얀마 이름은 성이 없어요. 미얀마 사람들이 이름은 주로 자기 엄마 아빠의 이름이 들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딸은 아빠이름이 들어가고 아들은 엄마이름이 들어가는 게 많아요.
우리 아빠이름은 Aung Swe Oo(아웅 쉐우), 엄마이름은 Maw Maw Kyi(마우마우 키)이예요, 제 이름은 Myo Myo Swe Oo(묘묘 쉐우), 언니 이름은 Poe Poe Swe Oo(포포 쉐우), 남동생이름은 Min Maw Tun(민 마우 툰), 제 이름하고 언니이름에 아빠이름이 들어가 있고 동생이름은 엄마이름이 들어가 있어요. 그리고 자매나 형제이름을 좀 비슷하게 지어요. 울 자매이름을 보면 아시겠지만(Myo Myo Swe Oo ,Poe Poe Swe Oo)이름을 네 글자로 지은 것도 같고...

1)이름 짓는 법: 미얀마 사람들은 이름 지을 때 주로 스님을 찾아가요. 동네 절에 계신 스님이나 아님 다른 동네 절에 계시지만 자기하고 아는 스님이라면 거기 찾아가서 자식 이름을 지어 달라고 해요. 스님은 아기의 생년월일 물어보고 이름을 몇 개 지어줘요(스님이 지어 준 이름은 항상 부모이름이 들어가요). 그 중 자기가 좋아하는 걸 골라요. 그게 자기 아기의 이름이에요. 요즘도 옛날처럼 스님을 찾아가는 사람도 있지만 점쟁이나 전문으로 이름 지어 주는 사람들이 생긴 이후 그곳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점쟁이나 전문으로 이름 지어주는 사람들은 그냥 이쁜 이름만 지어주고 부모 이름이 들어가는 경우가 거의 없어요.

2)이름 부르는 법: 이름 부르는 것도 한국과 같다고 할 수 있어요. 풀 네임을 거의 안 불러요. 친한 친구들은 묘묘 쉐우라고 안 부르고 Myo Myo (묘묘)라고 불러요. 제 언니를 Poe Poe(포포)라고 부릅니다. 그렇다고 꼭 앞부분만 부른다고 생각하면 안 돼요. Theint Khwar Nyo Lwin(테인트 콰뇨 르윈)라는 친구가 있는데 Khwar Nyo (콰뇨)라고 부르고 Hay Mar Tun(하이 마 툰)라는 친구를 사람들이 Hay Mar(하이 마)라고 불러요. 이름을 앞 부분만 부른다 가운데 부분만 부른다라는 원칙이 없어요. 듣기 좋고 이쁘고 부르기 쉬우면 돼요. 미얀마는 성씨가 없으니까 그건 어쩔 수가 없네요

3)미얀마에 가장 많은 이름: 미얀마 사람 중에 가장 많은 이름은 여자는 Su Myat(수 미야트), Myat Noe(미야트 노우)가 들어가는 게 많아요. 예를 들자면 Su Myat New(수 미야트 눼), Su Myat  Moe(수 미야트 모), May Myat Noe Oo(마이 미야트 노 우, Myat Myat Mon(미야트미야트 문) 등등

그 중에 제일 많은 이름은 Su Myat Moe(수 미야트 모) 라는 이름입니다. 가장 많은 남자 이름은 Aung(아웅), Zaw (조), kyaw(쿄)가 들어가는 게 많아요. 예를 들어서 Aung Myin Zaw(아웅 민 조), Kyaw Tun Lin(쿄 툰 린), Zin Thu Aung(진 투 아웅) 등등.
- 글 출처: 미얀마 만달레이 현지 가이드 Myo Myo Swe Oo(묘묘 쉐우)

왼쪽Myo Myo Swe Oo(묘묘 쉐우)선생님, 가운데 만달레이 현지 가이드 Zin Mi Mi Kyaw(진 미미 쿄)
▲ 묘묘 쉐우 선생님 왼쪽Myo Myo Swe Oo(묘묘 쉐우)선생님, 가운데 만달레이 현지 가이드 Zin Mi Mi Kyaw(진 미미 쿄)
ⓒ 전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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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묘묘 선생님 설명에 복잡하고 어려웠던 미얀마 사람들의 이름에 대해 어느 정도 궁금증이 풀렸다. 감사하다는 제자의 립서비스성 메신저 인사에 묘묘 선생님은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그렇다면 나는 무슨 요일에 태어났을까요?"

아무리 땡땡이 출신 불량 학생이지만, 이 정도쯤이야.

" 목요일입니다."
"와 천재 학생이네요. 하나를 알려주니 열을 아네요 ㅎㅎ"

선생님의 칭찬에 왠지 미얀마에 대해 다 알아버린 느낌이다.

※알면 유용한 미얀마 상식: 미얀마 이름 속의 비밀
월요일: 쿄Kyaw, 킨Khin,/Kyin, 키Kyi ,그웨이Ngwe
화요일: 산San/Sann, 수Su, 니Nyi , 녜인 Nyein, 조 Zaw
수요일: 쉬웨 Shwe, 린 Lin, 윈 Win, 흘라 Hla, 예 Yee, 인 Yin
목요일: 마이 May, 바 Ba, 미야 Mya, 마웅 Maung, 민트 Myint, 묘 Myo, 민 Min
금요일: 탄 Than, 테인 Thein, 타웅 Thaung, 틴 Thinn, 토 Thaw, 한Han
토요일: 틴 Tin, 툰 Tun, 누 Nu, 눼 New
일요일: 온Ohn, 아예 Aye , 에 Ee, 아웅 Aung
-소 미야트 인 지음 Curious 미얀마에서 참조

덧붙이는 글 | ※상기 내용은 여행자의 관점에서 쓴 글입니다. 불교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분석보다는 느낌위주로 쓴글임을 밝힘니다. 미얀마어 표기는 현지 발음 중심으로 했으며 일부는 통상적인 표기법을 따랐습니다.



태그:#미얀마, #땅예친미얀마, #쉐다곤파고다, #붓다의 나라, #만달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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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공작소장, 에세이스트, 춤꾼, 어제 보다 나은 오늘, 오늘 보다 나은 내일을 만들고자 노력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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