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저녁 방송된 JTBC <뉴스룸>에 출연한 서태지가 손석희 앵커와 만났다.

20일 저녁 방송된 JTBC <뉴스룸>에 출연한 서태지가 손석희 앵커와 만났다. ⓒ JTBC


서태지와 손석희의 만남. 더 이상 어떤 말이 필요할까. '90년대의 아이콘'과 '정론직필의 아이콘'. 수식어 이상의 여러 가지 상징을 갖는 두 사람의 만남은 그 자체만으로 화제가 되기에 충분했다.

지난 20일 손석희 앵커가 진행하는 JTBC <뉴스룸>에 가수 서태지가 출연했다. 최근 신비주의 이미지를 깨고 대중매체와의 접촉을 늘리고 있는 서태지는 생애 처음 생방송 뉴스에 출연, 인터뷰에 응했다.

흥미로운 건, 인터뷰이로 나선 이가 바로 다름 아닌 손석희라는 점. 서태지가 가요계에서 한 획을 그은 인물이라면, 손석희 역시 언론계에서 한 획을 긋고, 또 지금도 역사를 만들어 나가고 있는 인물이다. 굳이 두 사람의 팬이 아니더라도, 이날 방송에 눈과 귀를 고정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서로의 동안 얼굴에 대한 칭찬을 시작으로 분위기를 띄운 두 사람은 최근 서태지가 발매한 9집 앨범에 대해 본격적인 이야기를 나눴다. 이어 아이유가 불러 화제를 모은 '소격동'의 의미, 그리고 서태지의 음악작업 방식, 그룹 서태지와 아이들의 재결합설 등 대중이 궁금해할만한 여러 가지 소재를 가지고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질문은 날카로웠고, 대답은 여유 있었다.

서슬 퍼런 80년대 담은 '소격동' 등 노래 통해 시대를 이야기

 20일 저녁 방송된 JTBC <뉴스룸>에 출연한 서태지가 손석희 앵커와 만났다.

20일 저녁 방송된 JTBC <뉴스룸>에 출연한 서태지가 손석희 앵커와 만났다. ⓒ JTBC


손석희 앵커가 묻고 가수 서태지가 답하는 방식이었지만, 때로는 질문자와 답변자가 뒤바뀐 것 아닌가 하는 인상을 줄 만큼 문답이 거꾸로 오가기도 했다. 서태지 역시 손석희를 향해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진 것이다. 질문이 오가고 답변이 쌓일수록 두 사람의 호흡은 더욱 잘 맞아 들어갔고, 다소 난해하고 어려울 수 있는 주제 역시 매우 흥미롭게 풀어냈다.

이날 인터뷰에서 가장 눈에 띈 점은 바로 두 사람이 아무런 어색함 없이 음악을 통해 시대를 이야기했다는 점이다. 음악을 통해 시대를 이야기한다는 이은 이미 고루한 일이 돼버렸음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의 대화는 한 단어 한 단어를 놓치고 싶지 않을 만큼 높은 몰입도를 자랑했다.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서태지의 음악 덕분이 아닐까 싶다. 우리가 음악을 통해 시대를 이야기 할 수 없는 이유는 시대를 담아낸 음악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음원사이트가 음악시장을 주도하는 요즘 같은 세태에서는 빠르고 감각적이며 중독성 강한 음악이 대세를 이룬다. 사랑 이야기 아니면 돈 이야기뿐인 노래를 듣고, 우리가 공감하며 나눌 수 있는 이야기는 너무도 제한적이다.

하지만 서태지의 음악은 '메시지'를 담아낸다. 그것을 듣는 사람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고, 그에 따라 나눌 수 있는 이야기의 소재 폭도 한결 넓어진다. 특히나 그 메시지가 어떤 특정 시대의 사회상을 담아낼 경우, 음악은 하나의 시대 담론이 되기도 한다.

가령, 아이유가 부른 '소격동'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손석희는 서태지의 입에서 "80년대의 서슬 퍼런 시대를 설명하지 않고는 이 '소격동'이라는 노래를 표현하기가 힘들어요"라는 대답을 이끌어 냈다.

그리고 손석희 자신은 "정부에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젊은이들을 일찌감치 군대로 보내버리는 그게 녹화사업이었다"라고 부연 설명을 해줬다. '소격동'이란 노래를 통해 1980년대 군부 독재 시절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되짚어보는 식으로 두 사람의 대화는 점층적으로 확대되었다.

'크리스말로윈'이라는 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때도 마찬가지다. 손석희는 가사에 등장하는 산타가 무엇을 상징하는지 묻고, 서태지는 "나쁜 권력자 혹은 교활한 권력자를 의미한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손석희는 다시 "사회비판, 정부비판, 이런 포괄적인 해석도 있지만 또 복지정책, 세월호 논란, 이런 구체적인 얘기까지 분석이 막 들어간다"며 서태지의 노래가 지금 이 시대 대중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지 물었다. 그러자 서태지는 다시 "판단은 대중의 몫이고 그것이 음악의 역할"이라는 식으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과연, 최근 음원사이트에서 상위를 차지하는 가수 중 어떤 이가 손석희와 이런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 아니, 여러 가지 함의를 이끌어 낼만한 노래가 있기는 한 걸까. 물론, 음악이 꼭 사회비판적이야 할 이유는 없다. 듣고 즐거우면 그걸로 음악의 1차적인 목적은 충분하니까. 하지만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그 시대의 저항정신을 담아낸 음악도 충분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날 인터뷰 말미, 서태지는 손석희가 진행하는 JTBC 뉴스를 통해 많은 위로와 희망을 받았다고 답했다. 서태지의 음악 역시 그를 기다려온 팬과 대중에게 많은 위로와 희망을 주길 기대해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개인 블로그(saintpcw.tistory.com),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서태지 손석희 소격동 크리스말로윈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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