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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복 새누리당 의원이 3월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의원직 사퇴를 선언한 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유정복 새누리당 의원이 3월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의원직 사퇴를 선언한 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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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6일 세월호 침몰로 304명의 사망·실종됐다. 이 황당하고 엄청난 '사고'는 관계기관의 무능한 대처로 전대미문의 '사건'이 되었다.

세월호 참사는 누구의 책임일까? 검찰은 연일 청해진해운과 그 사주인 유병언 일가를 뒤쫓고 있다. 이들의 부정부패와 유착관계는 반드시 밝혀내 책임을 묻고 척결해야 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통해 해양경찰청을 해체하겠다고 선언했고, 안전행정부와 해양수산부를 개편하겠다고 했다. 그 적절성은 차제로 넘기더라도 대통령이 언급한 해양경찰청, 안전행정부, 해양수산부의 청장, 장관, 고위 공직자들은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국회에서는 야당 의원들뿐 아니라 이례적으로 여당 지도부 및 당직자들까지 나서서 안전행정부 장관의 즉각 사퇴를 촉구했다. 그만큼 안전행정부는 부처 명칭이 말해주듯 국가 안전에 무한한 책임을 가지고 있다.

안전행정부 장관된 지 14일 밖에 안 된 장관이 모두 책임?

그런데 현재 안전행정부 장관인 강병규씨가 장관으로 취임한 것은 지난 4월 2일이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기 불과 14일 전이다. 물론 그가 안전행정부의 안전을 담당하는 제2차관 출신으로 책임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장관이 된 지 14일 밖에 안된 자에게 모든 책임을 물리기에는 찜찜한 면이 있다.

그렇다면 누가 책임을 져야 할까? 두말할 것도 없이 바로 전 장관이었던 유정복씨다. 유씨는 박근혜 정권이 들어서고 첫 번째 안전행정부 장관으로 이 정권의 안전행정을 책임져왔다.

또, 유정복씨는 애초 2013년 3월 11일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취임했다. 그런데 이 정권에서 '행정'보다 '안전'을 중시하겠다며 3월 23일부터 부 명칭을 '안전행정부'로 바꾸고 초대 장관이 된 것이다. 부 명칭을 바꾸고 이를 홍보하고 표기·서류 등을 바꾸는 데 엄청난 예산을 사용했다. 하지만 정작 제1차관은 그대로 행정담당, 제2차관은 안전담당으로 배치한 것에서 보듯이 내용적으로 달라진 것은 없었다.

그 결과, 유정복 장관 시절에도 크고 작은 안전사고는 끊이지 않았다. 인터넷으로 검색된 2013년 대표적인 안전사고만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 3월 진도 앞바다 화물선이 어선을 들이받아 침몰하는 사고 발생
- 3월 14일 여수 국가산업단지 내 화학공장 대형 폭발 사고, 6명 사망, 11명 중경상
- 5월 29일 세종대 유독가스 누출사고, 2천여 명 대피
- 7월 19일 세종대 황산 누출사고, 학생 7명 부상
- 7월 6일 아시아나 화재, 2명 부상, 183명 부상
- 7월 15일 노량진 상수도관 한강물 유입 사고, 7명 사망
- 7월 18일 태안 해병대 캠프 참사, 공주사대부고 학생 5명 사망
- 7월 26일 울산 SMP공장 물탱크 파열 넘어진 사고, 3명 사망, 12명 중경상
- 7월 30일 방화대교 상판 붕괴 사고, 2명 사망
- 11월 16일 롯데기업 헬기 삼성동 아이파크 아파트 충돌 사고, 2명 사망
- 12월 19일 부산 남북항대교 철구조물 붕괴 사고, 4명 사망

그리고 2014년 2월 17일, 급기야 나라를 슬픔에 빠지게 한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참석 중이던 부산외대 신입생 10명이 사망했고, 105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주무장관으로서 당연히 책임지고 사퇴해야 할 사건이었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대책 마련이 우선이라며 유야무야 넘어갔다. 그리고 대책도 마련되지 않은 지난 3월 6일, 돌연 인천시장직에 도전하겠다며 장관직을 사임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선거관리 주무장관인 안전행정부 장관을 선거에 내보낸 비난을 의식해 이례적으로 사임 하루 만에 강병규 안전행정부 제2차관을 장관으로 내정했다. 이후, 청문회를 거처 강병규씨는 4월 2일 장관으로 취임했다.

그리고 4월 16일 세월호가 침몰했다. 상식이 있고, 양심이 있다면 안전행정부가 책임이 있고 그 장관이 책임이 있다면 유정복 전 장관이 어찌 책임이 없다고 하겠는가? 아니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닌가?

유정복 "세월호 사고, 어느 누구도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런 유정복 전 장관이 인천시장 후보로 나와 인천을 안전한 시로 만들겠다며 선거유세를 하고 있다. 유 전 장관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세월호 침몰 사고로 인해서 그 어느 누구도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 있겠습니까?"라며 책임을 떠넘기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세월호 참사로 전 국민이 애도하고 여야 후보들이 선거운동을 중단한 지난 4월 23일 언론보도에 따르면 유정복 전 장관은 부평의 한 새누리당 구의원 출마자 사무실에서 구청장, 시·구의원 후보 10여 명과 당원들 앞에서 자신이 "경쟁력 있는 후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또 이 자리에서 세월호 참사를 언급하며 "불행하게도 세월호 사건이 있어서... 로우키로(적극적으로) 나서기 힘든데... 어쨌든 선거 국면에 있어서는 저쪽 후보를 완전히 제압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나는 인천 시민으로서, 또 세월호 참사를 애통해 하며 촛불기도회에 참여하는 지역교회 목사로서 유정복 전 장관이 인천시장 후보로 나선 것에 대해 분노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에 대해 총체적 책임을 느끼고 국가개조 수준으로 모든 책임자와 기구를 개편하겠다면 당연히 유정복 전 장관에 대해서도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것이 상식이고 원칙이지 않겠는가?


태그:#세월호, #유정복, #유정복인천시장훕, #유정복전장관, #세월호책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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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세나무교회 목사. '건강한작은교회동역센터' 공동대표. 저서로는 [재편-홀로 빛나는 대형교회에서 더불어 아름다운 건강한작은교회로](비아토르,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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