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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시가 시 홍보지인 ‘거북선 여수’ 2면에 “여수 신덕일대 발암물질 ‘기준치 이하’”라는 제목의 글을 실었습니다.
▲ 발암물질 '기준치 이하' 여수시가 시 홍보지인 ‘거북선 여수’ 2면에 “여수 신덕일대 발암물질 ‘기준치 이하’”라는 제목의 글을 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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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환경과학원의 측정 방식은 기술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중략) 사고 초기부터 이런 방식으로 휘발성유기화합물의 농도를 측정하고 현장의 위험성을 평가해서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 결정하는 데 그 자료들을 활용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노동환경건강연구소 김원 팀장)

유종이 다르다 할지라도 100시간(4일)이 경과한 시점의 태안 결과와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는 것처럼 (중략) 선행 분석 자료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초기 유출된 시점에서 신속하게 VOC등과 같은 유해물질의 측정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싶다.(해양환경학 박사 김○○)

지난달 25일, 여수시는 홍보지인 '거북선 여수' 2면에 "여수 신덕일대 발암물질 '기준치 이하'"라는 제목의 글을 실었습니다. 우이산호 기름유출사고가 발생한 지 25일이 지난 시점입니다. 글을 요약하면 "국립환경과학원이 우이산호 충돌 유류 오염사고 일주일 뒤 피해를 입은 여수 신덕 일대에서 대기 중 발암물질 노출량을 조사했는데 '기준치 이하'로 나타났다"는 내용입니다.

시는 발암물질 노출량 '기준치 이하'라는 부분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일부 환경피해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생각이 다릅니다. 이들은 기름유출사고 후 대기오염도 조사를 시작한 '시간'에 관심을 둡니다. 즉, 국립환경과학원이 여수시 신덕마을 인근에서 '오염지역 환경상 및 주민 오염노출조사'를 실시한 2월 7일과 8일에 신경을 씁니다. 이 시간은 사고발생 일주일 뒤의 일입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우이산호 충돌 유류 오염사고 일주일 뒤 여수 신덕 일대에서 대기 오염도를 측정했습니다.
▲ 대기오염 측정차량 국립환경과학원은 우이산호 충돌 유류 오염사고 일주일 뒤 여수 신덕 일대에서 대기 오염도를 측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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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환경과학원은 사고 발생 일주일 뒤 신덕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 설문조사 국립환경과학원은 사고 발생 일주일 뒤 신덕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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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환경과학원은 사고 발생 일주일 뒤 신덕마을 주민을 대상으로 소변검사를 실시했습니다.
▲ 소변검사 국립환경과학원은 사고 발생 일주일 뒤 신덕마을 주민을 대상으로 소변검사를 실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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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환경과학원, "해양수산부 요청으로 신덕마을 갔다"

연구자들이 시간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은 대기 중에서 24시간 이후 급격히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이론적으로나 실제로 기름유출사고 지역에서 7일 후면 휘발성 유기 화합물은 거의 검출되지 않습니다. 특히, 백혈병을 일으키는 발암성 물질인 벤젠은 일반적인 조건이라면 유막(Oil Slick)으로부터 40분에서 8시간 이내에 거의 사라집니다.

이는 시민단체가 실시한 조사에서도 확인됩니다. 이들은 사고 발생 5일 뒤, 국립환경과학원보다 이틀 빠른 2월 5일 신덕마을 인근에서 대기 오염도를 조사했습니다. 헌데, 조사결과 신덕마을 인근은 전국의 일반 대기질과 유사한 수준으로 조사됐습니다. 결국, 사고 발생 일주일이나 지난 시점에서 과학원이 실시한 대기오염도 조사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말이 됩니다.

때문에 과학원이 '전국 평균 농도인 0.13ppb에도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분석한 결과는 당연합니다. 그렇다면 정부가 사고 발생 일주일이 지난 시점에서 '대기오염도 조사'와 '요검사'를 실시한 이유는 뭘까요? 또, 시가 국립환경과학원 자료를 공개한 이유도 궁금합니다. 궁금증을 풀기위해 지난달 12일, 국립환경과학원 박정민 연구관과 통화했습니다.

그는 "대기오염도 조사는 환경부 지시로 내려갔는데 해양수산부가 6일 날 조사를 요청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대기질 파악하는 것 자체가 과학원의 업무"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덧붙여 "신덕마을은 전남보건환경연구원 소관인데 과학원은 해수부 요청으로 현장에 갔고 보건환경연구원은 사고 발생 초기에 복합악취를 측정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습니다.

사고발생 다음날, 정부는 신속하게 신덕마을에 현장지휘소를 설치하고 기름유출에 따른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방제작업에는 신덕마을 주민들도 동원됐습니다. 하지만 주민들은 기름유출 복구당사자가 아닙니다. 기름유출이라는 재난을 피해 안전한 곳으로 대피해야 하는 피해자들입니다.
▲ 설명 사고발생 다음날, 정부는 신속하게 신덕마을에 현장지휘소를 설치하고 기름유출에 따른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방제작업에는 신덕마을 주민들도 동원됐습니다. 하지만 주민들은 기름유출 복구당사자가 아닙니다. 기름유출이라는 재난을 피해 안전한 곳으로 대피해야 하는 피해자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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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은 대기 중에서 48 이후 급격히 사라집니다. 이론적으로나 실제로 기름유출사고 지역에서 7일 후면 VOCs는 거의 출되지 않습니다.
▲ 악취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은 대기 중에서 48 이후 급격히 사라집니다. 이론적으로나 실제로 기름유출사고 지역에서 7일 후면 VOCs는 거의 출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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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덕마을 주민들은 1월 31일 사고발생 이후부터 방제작업에 동원됐습니다. 조현근 마을 이장은 "방제 작업하다가 머리가 아파서 철수했다"며 "목숨 내놓고 작업 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조 이장은 "관계기관이든 사고 회사든 주민들에게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어떤지 정확히 얘기해 달라"고 말했습니다.
▲ 방제 신덕마을 주민들은 1월 31일 사고발생 이후부터 방제작업에 동원됐습니다. 조현근 마을 이장은 "방제 작업하다가 머리가 아파서 철수했다"며 "목숨 내놓고 작업 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조 이장은 "관계기관이든 사고 회사든 주민들에게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어떤지 정확히 얘기해 달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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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부는 7일 후 조사 의뢰, 시는 장비도 없는 곳에 대기조사 요청

다음날인 13일, 기자는 전남보건환경연구원에 사고 초기 대기질 조사를 실시했는지 물었습니다. 이에, 전남보건환경연구원 대기보전과 하훈과장은 "여수시에서 복합악취 측정해 달라는 의뢰가 있어 사고발생 다음날인 2월 1일 현장에 다녀왔다"며 "자료는 여수시에 제출했다"고 말했습니다.

기자가 하 과장에게 "기름유출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에 휘발성 유기화합물(VOC)을 측정해야 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하 과장은 "전남보건환경연구원은 휘발성 유기화합물 측정할 장비가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국립환경과학원과 전남보건환경연구원 말을 들으니 더 큰 궁금증이 생깁니다.

왜 해양수산부는 굳이 7일이 지난 시점에서 대기오염도 조사를 과학원에 의뢰했을까요? 또, 여수시는 휘발성 유기화합물 측정 장비도 없는 전라남도 보건환경연구원에 대기오염도 조사를 요청한 이유가 뭘까요? 해양수산부와 여수시에 물었더니 "필요했기 때문에 조사를 실시했다"는 형식적인 대답만 들었습니다.

지난 1월 31일 GS칼텍스 원유부두 기름유출사고 당시 신덕마을 주민들은 "기름 냄새 때문에 생명에 위협을 느꼈다"고 말했습니다.(관련기사 : 여수기름유출로 주민들 두통과 구토, 어지럼증 호소) 또, 주민 약 300여 명이 구토와 어지럼증으로 병원신세를 져야 했습니다.

여수시는 시 홍보지인 ‘거북선 여수’를 100,000부 발행합니다.
▲ 거북선여수 여수시는 시 홍보지인 ‘거북선 여수’를 100,000부 발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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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3월 10일 오전 10시 여수시의회 회의실에서 노동환경건강연구소 김원 팀장이 'GS칼텍스 원유부두 기름유출사고 주민건강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 발표 2014년 3월 10일 오전 10시 여수시의회 회의실에서 노동환경건강연구소 김원 팀장이 'GS칼텍스 원유부두 기름유출사고 주민건강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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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는 사고 발생 5일 뒤, 국립환경과학원보다 이틀 빠른 2월 5일 신덕마을 인근에서 대기 오염도와 요검사 및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 주민건강역학조사 시민단체는 사고 발생 5일 뒤, 국립환경과학원보다 이틀 빠른 2월 5일 신덕마을 인근에서 대기 오염도와 요검사 및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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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홍보지, 신덕마을 주민들 모두 꾀병 부린다?

이렇듯 기름유출 사고 초기에 많은 피해가 있었고 지금까지 그 피해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 많은데 시는 신덕마을 일대가 깨끗하다고 강조합니다. 특히, 이번 사고를 총괄하는 해양수산부는 사고발생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신덕마을 인근 뿐 아니라 여수지역에서 생산되는 수산물의 안전성 검사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헌데, 해양수산부는 '대기오염도 조사'와 '요검사'에 대해서는 늦장을 부렸습니다. 해양수산부가 대기오염도 조사를 사고 발생 6일 후 환경부를 통해 국립환경과학원에 의뢰한 이유가 다른데 있지 않을까요? 혹시, 사고 발생 초기에 조사를 실시하면 '대기오염이 심각하다'는 불 보듯 뻔 한 결과를 얻을까 두려워 일부러 늦장을 피운 게 아닐까요?

시도 비슷한 의심이 듭니다. 휘발성 유기화합물 측정 장비가 없는 도 보건환경연구원에 대기오염도 조사를 의뢰한 이유가 해수부와 같은 심정이어서가 아니었을까요? 시는 한술 더 떠 수일이 지난 어느 날 시 홍보지에 신덕마을이 깨끗하다고 자랑(?)을 했습니다. 이는 비난받아 마땅합니다.

왜냐하면, 정부와 시가 늦장 대응한 사실을 자랑했기 때문이고 더 큰 문제는 이번 사고로 신덕마을 주민들 약 300여 명이 병원에 다녀왔는데 시 홍보지를 읽으면 이들은 모두 꾀병 부리고 있다고 오해하기 십상이기 때문입니다. 사고 발생 이후부터 시와 정부가 무슨 꿍꿍이를 가지고 있었는지 알 길은 없습니다. 그저 답답할 뿐입니다.

지난 1월 31일, 여수산단내 GS칼텍스 원유 2부두를 싱가포르 국적 유조선 '우이산호'가 들이받아 송유관에 있던 기름이 바다로 흘렀습니다.
▲ 사고 지난 1월 31일, 여수산단내 GS칼텍스 원유 2부두를 싱가포르 국적 유조선 '우이산호'가 들이받아 송유관에 있던 기름이 바다로 흘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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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칼텍스 원유 2부두를 들이받은 싱가포르 선적 '우이산'호가 전남 여수 오동도 앞바다에서 수리를 위해 정박하고 있습니다.
▲ 우이산호 GS칼텍스 원유 2부두를 들이받은 싱가포르 선적 '우이산'호가 전남 여수 오동도 앞바다에서 수리를 위해 정박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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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0일 오전 10시 여수시의회 회의실에서 시민단체가 'GS칼텍스 원유부두 기름유출사고 주민건강조사 결과발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이들은 기름유출 사고 발생시 주민대피를 강력히 요구했습니다.
▲ 기자회견 지난 3월 10일 오전 10시 여수시의회 회의실에서 시민단체가 'GS칼텍스 원유부두 기름유출사고 주민건강조사 결과발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이들은 기름유출 사고 발생시 주민대피를 강력히 요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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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한 사태수습, 더 밝고 안전한 여수 만든다

시와 정부가 꼼수를 부리는 동안 신덕마을 주민들과 시민들은 더 많은 고통과 억울한 마음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이런 사정인데도 시는 전남보건환경연구원이 사고 발생 다음날 측정한 복합악취 자료를 제출받아 가지고 있으면서 현재까지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여수시는 천만 관광객이 몰려왔다고 끝없이 홍보합니다. 물론, 기름유출사고가 '청정여수' 이미지를 어둡게 하겠지요.

하지만 정직한 사태수습이 더 밝고 안전한 여수를 만든다는 사실 꼭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4일, 울산시 온산공장 에쓰오일에서 기름유출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많은 양의 기름이 흘렀고 사고 현장은 유증기로 뒤덮였습니다. 부디, 국립환경과학원과 울산시는 제때 대기 오염도 조사와 주민건강조사를 실시해서 더 이상 주민들에게 피해가 없도록 힘썼으면 좋겠습니다.


태그:#기름유출, #GS칼텍스, #에쓰오일, #우이산호, #해양수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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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아들 커가는 모습이 신기합니다. 애들 자라는 모습 사진에 담아 기사를 씁니다. 훗날 아이들에게 딴소리 듣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세 아들,아빠와 함께 보냈던 즐거운(?) 시간을 기억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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