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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순창에서 굶어죽어가던 중 구조된 소 가운데 4마리가 임시보호되고 있던 전주의 한 농가 이야기를 기억할 것이다. 2014년 1월 누렁소는 안락사 되었다. 그러면 남아있는 세 마리 소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관련기사] 나는 왜 뼈만 남은 누렁이를 '안락사'했나

임시보호로 전주의 한 농가에서 살던 세 마리 소는 평생을 살아갈 집을 찾아야 했다. 녹색당 전북도당의 박정희님의 도움으로 우선 논산에서 오계농장을 하시는 이승숙님이 입양 의사를 밝혀오셨고, 곧 이어 소들의 모진 운명에 대해 소문이 나면서 차츰 입양자들이 나섰다. 논산의 이승숙님, 상주의 송대헌님, 권성민님이 그 분들이다. 임시로 소들을 맡아주시는 것도 아니고 평생 소들이 죽을 때까지, 즉 자연사 할때까지 키워준다는 조건이었다.

처음 동물사랑실천협회에서 소들을 평생 자연사할 때까지 키워줄 사람을 찾는다고 하자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도 꽤 있었다. 소는 적당히 살찌워 파는 동물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그러나 생각보다 빨리 소들의 엄마 아빠(?) 가 되겠다고 하는 분들이 나타난 것이다. 우리는 입양자들에게 학대받았던 소들이니만큼 죽을 때까지 행복했으면 한다는 뜻을 밝혔고, 이를 입양자분들이 흔쾌히 받아들여 주셨다.

 소 트럭이 첫번째 입양처인 논산에 도착한 장면
소 트럭이 첫번째 입양처인 논산에 도착한 장면 ⓒ 전경옥

3월 6일 전주를 떠난 소들이 도착할 차례를 정하고, 아침 일찍 순서에 따라 소들을 실었다. 9시 30분경에 떠난 5톤 트럭이 논산에 도착한 것은 10시 30분경. 첫 번째 논산에서 내린 소는 얼룩소였다. 입양자 이승숙 선생님은 벌써 얼룩소의 이름까지 짓고 기다리고 계셨다.
이름은 천우. 하늘이 구해준 소, 천수를 누리라는 뜻이다.

 자기 집으로 들어가고 있는 얼룩소
자기 집으로 들어가고 있는 얼룩소 ⓒ 전경옥

"원래부터 이 얼룩소를 고르신 거예요?"

"아니에요. 다른 입양자분들이 벌써 검둥소들을 먼저 찍으셨더라구요. 아마 얼룩소가 제일 몸집이 커서 인기가 없었던 것은 아닌가 해요."

그 때 멀리서 들리는 소리.
음메~
천우가 자기 방으로 들어가자 트럭에 있던 검둥 소 두 마리가 울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천우의 눈에서 뚝뚝 눈물이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음메~천우도 따라 울기 시작했다.

 트럭에 남아있던 검둥소가 울자 얼룩소도 울기 시작했다. 헤어짐에 아쉬워하는 친구들.
트럭에 남아있던 검둥소가 울자 얼룩소도 울기 시작했다. 헤어짐에 아쉬워하는 친구들. ⓒ 전경옥

굶주림에 죽어가다 구조되던 그 모진 세월을 함께 겪은 친구들과 이별하게 되는 순간. 소들은 그 이별이 못내 가슴 아파 서로를 부르며 슬피 울었다.

오래전에 한 점술가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사람도 그렇고 동물도 그렇고 태어난 모든 생명에게는 팔자가 있다고. 같은 소로 태어났으나 어떤 소는 도살장에서 죽고, 어떤 소는 방치되어 굶어죽고, 어떤 소는 평생 사랑해주고 보호해줄 주인을 만난다. 세 명의 입양자와 한 명의 임보자는 서로 모르는 사이였다. 지역도 직업도 다 제 각각이다. 생명이 소중하다는 가치 하나만으로 소들과 우리는 서로 연결되었다. 

 "천우야~" 직접 지어준 이름을 불러보는 이승숙님. 아직은 사람엄마가 자기를 부르는 것이 어색한 표정
"천우야~" 직접 지어준 이름을 불러보는 이승숙님. 아직은 사람엄마가 자기를 부르는 것이 어색한 표정 ⓒ 전경옥

천우는 자기 집에서 보름 정도 적응하다 마당에서 풀어져 생활할 것이다. 몸집이 크고 힘이 센 소이니만큼 울타리가 튼튼해야 할 것이다. 울타리 공사 어떻게 할까 이런저런 이야기하며 잠시 먼 발치에서 천우와 주변을 돌아다니는 거위, 닭들을 바라보았다. 사람의 언어로 말을 못할 뿐 닭들과 거위는 자신만의 세계에서 아주 바빠 보였다. 사람만 생각하고 감정을 느끼고 바쁜 사회를 이루며 산다는 것은 우리만의 착각이다. 그들도 그들 나름의 사회가 있고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걱걱걱걱, 꼬끼오~꼬꼬꼬고 음메~

동물들이 내는 소리를 멀리 한 채 우리는 검둥 소 두 마리와 상주로 떠났다. 두 시간을 달려 검둥 소 중 한 마리가 상주시 외서면에 내렸다. 그런데 입구가 너무 좁아 5톤 트럭이 다 들어가지 못하게 되었고 소를 몰아 약간 비탈진 경사로를 올라갔다. 검정 소 한 마리를 입양하신 송대헌 선생님은 이미 검둥소의 이름을 지어놓으셨다. 복순이.

 복순이의 방으로 오계가 들어오자 탐색 중
복순이의 방으로 오계가 들어오자 탐색 중 ⓒ 전경옥

복순이의 방 옆은 오계가 사는 방이 있었다. 복순이가 방으로 들어가자 신기했는지 오계들이 꼬꼬꼬꼬 소리를 내며 안으로 들어왔다. 잠시 닭들을 탐색하던 복순이는 오계가 귀찮았는지 곧 닭들을 쫒아냈다. 

 급기야 오계들이 귀찮았는지 쫒아내는 복순이 "여긴 이제 내 집이야"
급기야 오계들이 귀찮았는지 쫒아내는 복순이 "여긴 이제 내 집이야" ⓒ 전경옥

"우리집 동물은 다 검정색이에요. 오계도 검정색, 소도 검정색."

송대헌 선생님이 검정소를 마음에 들어하셨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복순이와 검정색 오계와 집안 곳곳의 풍경은 아름답고 고풍스러운 풍경화처럼 서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복순이는 이제 닭들과 소통하며 새집에 적응하게 될 것이다.

 복순이와 오계들. 평화로운 농가의 전경.
복순이와 오계들. 평화로운 농가의 전경. ⓒ 전경옥

오후 3시가 다 되어 마지막 입양처 권성민님의 집으로 가는 길, 마을 입구에 도착해 권성민선생님께 전화하니 조금 기다리라는 답변이 왔다. 마을입구에서 기다리는데 트럭에 혼자 기다리고 있던 검정소가 소리를 냈다. 음메~답답하니까 빨리 꺼내달라는 말일까?

집까지 들어가는 길이 너무 좁아 트럭으로는 운송할 수 없을거라는 판단이 들었다. 트럭의 문을 열고 소를 내리는데 동네 분들이 한 분 한분 이 진기한 광경을 구경하며 권성민님께 한 마디씩 했다. 이제 소도 키우려고?

 마지막 검정소가 트럭에서 내리는 모습
마지막 검정소가 트럭에서 내리는 모습 ⓒ 전경옥

소의 이름은 검순이. 검순이는 트럭에서 내리자마자 빠른 속도로 뛰기 시작했다. 소가 그렇게 빨리 뛰는지는 몰랐다! 임시보호를 맡아주셨던 이찬호 선생님이 동행해주지 않으셨으면 아마 검순이를 제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검순이는 길을 잘 따라 뛰다가 밭이 나오면 그리로 뛰어가기도 하고...

 열심히 달려 집으로 향하고 있는 검순이
열심히 달려 집으로 향하고 있는 검순이 ⓒ 전경옥

검순이가 지낼 방은 아직 리모델링(?)중이다. 권성민님은 검순이를 데리고 다니며 꼴도 먹이고 하신다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누군가 말했다. 소를 자연사할때까지 키우는 경우는 없다고. 우리 사회에서 소는 고기로, 우유생산용으로 쓰이기 위한 운명으로 태어난다. 단 하룻 동안 소들과 함께 한 여행이었지만 나는 소라는 동물과 짧은 교감을 할 수 있었다. 소들도 동료와 헤어짐에 슬퍼하고, 낯선 환경에 긴장하고, 아프면 화도 냈다. 답답하다 꺼내달라고 말도 하고, 탁 트인 공간에서 뛰어다니며 기뻐할 줄도 알았다. 대상을 나의 필요에 의해 재단하지 않고 그 대상이 무엇을 느끼는가 무엇을 원하는가에 시선을 집중했기 때문이다.

동물의 비참한 삶은 사람이 그들을 이용하고자 하는 대상으로 상정했기 때문에 시작되었다. 어리고 귀여울 때는 키우다 늙고 병들자 길거리에 내다 버리기도 하고, 돈이 되기에 키웠다가 사료 값이 폭등하자 굶겨 죽였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갈등도 결국 서로 다른 존재임을 인정하지 않는데서 기인한다. 사람이 동물보다 우월한 존재라고 주장하고 이를 합리화하기 위해서는 자신과 관계하고 있는 대상, 그 동물에 대한 책임을 다했을 때에 가능할 것이다. 인간사회도 아비규환인데, 동물들과 함께 하는 세상에선 어떨까. 1%의 이기적인 행복을 위한 다수의 희생, 그리고 인간 종만을 위한 다양한 생명에 대한 착취와 폭력.

2011년부터 시작된 순창 소 아사사건. 애초 80마리였던 소들 중 남은 세 마리의 소들은 이제 평생 살 집이 생겼다. 그 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은 수의 닭과 오리가 땅에 묻히고 있는 시대. 무심한 시대와 먹거리를 위해 태어난 동물의 잔혹한 운명, 그곳에는 분명히 너무 자주 맛을 즐기려는 욕망이 있었다. 그러나 그 안에 작은 희망도 있었다. 아직은 낯설지만 소중한 가치. 먹거리로 태어난 운명의 지침을 바꿔 함께 사는 새로운 길을 열어준 사람들.


#동물보호법#동물사랑실천협회#순창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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