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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관을 소개하는 역사박물관 사이트의 모습.
 전시관을 소개하는 역사박물관 사이트의 모습.
ⓒ 인터넷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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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펴내고 있는 <한국현대사 교양총서>(이하 역사총서) 집필진의 절반 가량을 한국현대사학회 임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인물들이 차지하고 있는 사실이 처음 밝혀졌다. 친일·독재 미화 논란을 빚은 교학사의 <고교 한국사> 교과서도 한국현대사학회의 전·현직 회장이 주요 필진으로 참여한 바 있다.

이 역사총서 또한 교학사 교과서처럼 '이승만을 찬양하고 색깔론을 펼치고 있는 내용이 있다'는 분석 결과도 나왔다. 특정 학회 인사들이 교과서에 이어 국립기관의 역사총서 내용에까지 편향된 역사관을 심어놓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국립 역사박물관 작업에 신생 학회 인물들 왜 몰렸나?

11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소속 유기홍 의원(민주당·서울 관악갑)은 "역사박물관으로부터 건네받은 '역사총서 집필진 명단'을 분석한 결과 모두 11명의 필진 가운데 5명이 뉴라이트 계열의 한국현대사학회 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2011년 5월에 창립한 신생 역사학회인 한국현대사학회에는 소수의 역사학자가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지역 한 대학의 역사학과 교수는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역사학계에서는 한국현대사학회를 학회라기보다는 극히 소수의 학자가 참여하는 이념단체로 보고 있다"고 평했다.

한국현대사학회 사이트에 들어가 임원명단 등을 확인한 결과 역사총서 필진 5명은 이사(2명)와 상임위원회 분과위원장(2명), 창립준비위원(1명) 등 임원급 간부까지 맡았거나 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명 말고도 필진으로 참가한 역사박물관 소속 최아무개씨 또한 기자와 통화에서 "한국현대사학회 편집위원을 맡고 있다"고 밝혀 모두 6명이 역사총서 집필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집필진 가운데 김아무개 교수는 지난 8월 30일 교학사 교과서 등을 심의 통과시킨 국사편찬위의 검정위원을 맡았고, 이아무개씨는 <조선일보> 선임기자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승만 비판 좌파세력들은..." 역사총서 내용도 '색깔론'

역사박물관은 지난해부터 11명의 필진과 계약을 맺고 총 사업비 4억6000만 원을 들여 올해 말까지 역사총서 11권을 펴낼 예정이다. 현재 3권이 출간된 역사총서의 집필진은 한 명마다 1000만 원의 원고료를 받는다. 역사박물관은 이 책 2만5000부를 구입해 주요 기관에 배포하며, 일반 서점에서도 유통시킬 계획이다.

한편, 이아무개 교수(서울대)가 쓴 역사총서 1권인 <대한민국 헌법이야기>에도 교학사 교과서와 비슷한 편향성이 나타나고 있다고 유 의원은 주장했다. 이 교수는 한국현대사학회 이사를 맡고 있는 것으로 사이트에 등재되어 있다.

이승만 관련 색깔론 씌우기 지적을 받는 <역사총서> 1권의 85쪽.
 이승만 관련 색깔론 씌우기 지적을 받는 <역사총서> 1권의 85쪽.
ⓒ 유기홍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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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85쪽에서 "이승만 정부를 비판하고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북한과 좌파세력들은…"이라고 썼다. 이승만을 비판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것이며 북한과 같은 주장을 하는 것으로 읽힐 수도 있는 대목이다.

또한 89쪽에서도 '제주 4·3항쟁'에 대해 "이러한 공산주의 세력의 무장봉기는 전국적으로 극렬하게 전개되어…"라고 적었다. 정부의 기존 입장과 달리 4·3에 대해 색깔론을 덧칠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38쪽에서는 "1953년 휴전협정으로 이승만 정부는 북한의 남침에서 나라를 지켜낸 성과를 올렸다"고 적었다. 6·25전쟁에서 수많은 동족이 희생당했는데도 성과를 올렸다고 기술한 것은 학계와 국민상식과는 거리가 먼 주장이다.

유기홍 "역사총서 회수하라"... 역사박물관 "특정 학회 마음에 둔 것 아냐"

유 의원은 "교과서에 이어 국립기관인 역사박물관까지 특정 학회 인사들을 대거 참여토록 한 것은 바로 왜곡된 역사관이 난무하는 원인"이라면서 "문제가 된 역사총서는 즉각 회수해야 하며, 앞으로 역사박물관에 대해 객관성 확보를 위한 조치 마련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황보명 역사박물관 조사연구과장은 "역사박물관 건립위원 중심으로 역사총서 집필자를 선정한 것일 뿐 특정 학회를 마음속에 두고 진행한 일이 아니다"면서 "이번 역사총서는 교양도서이기 때문에 편향된 개인 학자의 주장보다는 학계에서 통용되는 내용을 담게 되어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집필자의 글에 대한 감수인력은 따로 없으며 내용 또한 학자의 양심에 맡기고 있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냅니다.



태그:#교학사 교과서, #한국현대사학회, #역사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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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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