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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오마이뉴스>와 <(사)생명의숲국민운동>은 2012년 7월부터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수상한 '한국의 아름다운 숲' 50곳 탐방에 나섭니다. 풍요로운 자연이 샘솟는 천년의 숲(오대산 국립공원), 한여인의 마음이 담긴 여인의 숲(경북 포항), 조선시대 풍류가 담긴 명옥헌원림(전남 담양) 등 이름 또한 아름다운 숲들이 소개될 예정입니다. 우리가 지키고 보전해야 할 아름다운 숲의 가치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이 땅 곳곳에 살아 숨쉬는 생명의 숲이 지금, 당신 곁으로 갑니다. [편집자말]
울창한 숲길을 걷습니다. 간간이 하늘이 보입니다. 사방이 초록입니다.
▲ 숲길 울창한 숲길을 걷습니다. 간간이 하늘이 보입니다. 사방이 초록입니다.
ⓒ 황주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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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림'을 걷습니다. 숲속 오솔길 사이로 도랑물이 흐릅니다. 재잘대며 쉼 없이 흐르는 물소리가 청량감을 더해줍니다. 숲 옆으로 '위천'이라는 강물이 흐르는데 천 년 전에는 이 숲을 관통했습니다. 애물단지였던 물길을 고운 최치원 선생이 바꿨지요.

당시로써는 큰 공사였겠지요? 지금으로 따지면, '4대강 사업'쯤 될 겁니다. 최 선생은 물길 바꾸는 공사를 마을 사람들과 함께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었습니다. 그리고 물 흐르던 자리에 강둑 쌓고 나무를 심었고요. 천 년 전 심은 나무들이 무럭무럭 자라 울창한 숲을 이뤘습니다.

최 선생의 지혜와 마을 사람들 노력이 보태져 아름다운 숲을 만들었습니다. 덕분에 많은 이들이 지금도 숲을 찾습니다. 햇볕 적절히 가려주는 숲속에서 가족과 연인들이 편히 앉아 쉬고 있습니다. 숲속을 유유히 흐르는 물에 발 담그고 잠시 더위를 쫓는 사람들도 보입니다.

고속도로 요금소에서 받은 쪽지입니다. 함양 상림공원 가는 길을 자세히 적어 놓았습니다. 유명한 곳이라 묻는 이가 많나봅니다.
▲ 쪽지 고속도로 요금소에서 받은 쪽지입니다. 함양 상림공원 가는 길을 자세히 적어 놓았습니다. 유명한 곳이라 묻는 이가 많나봅니다.
ⓒ 황주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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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요금, 입장료 공짜랍니다. 어르신에게서 상림숲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들었습니다.
▲ 주차 주차요금, 입장료 공짜랍니다. 어르신에게서 상림숲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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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랑물이 흐릅니다. 개구쟁이들은 이곳을 그냥 스쳐 지나가지 않습니다. 물장구라도 쳐봐야지요.
▲ 도랑물 도랑물이 흐릅니다. 개구쟁이들은 이곳을 그냥 스쳐 지나가지 않습니다. 물장구라도 쳐봐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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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림 가는 길, 요금소 직원에게 물었더니 쪽지를 건넵니다

지난달 17일 오후, 경남 함양으로 차를 몰았습니다. 걷기 좋은 숲을 찾아 나섰습니다. 옆자리 아내가 '상림 공원'에 대한 소문을 입이 닳도록 늘어놓습니다. 꽤나 유명한 숲인가 봅니다. 고속도로 두 시간 달려 함양 요금소에 닿았습니다. 요금소 직원에게 넌지시 상림 가는 길을 물었습니다.

몇 마디 건네던 직원이 쪽지 한 장을 내밉니다. 자세히 보니, 상림 찾아 가는 길이 적혀 있습니다. 요금소에서 쪽지를 마련할 정도면 유명한 곳임에 틀림없습니다. 찾는 이가 많기에 안내 쪽지까지 만들었겠지요. 요금소 직원이 건넨 쪽지 들여다보며 상림에 닿았습니다.

잘 마련된 주차장 너머 울창한 숲이 펼쳐져 있습니다. 주차장 끝에 빨간 모자 쓴 나이 지긋한 어르신이 보입니다. 몰려드는 차들을 적절히 나눠 주차시키고 있습니다. 아내에게 주차 요금 챙기라고 말했습니다. 빨간 모자 어르신이 다가오면 재빨리 돈을 내야하니까요.

차 세우고 빨간 모자 어르신을 한참 기다렸습니다. 세 아들이 밖으로 나가려고 안달이 납니다. 참다못해 차에서 빠져나와 빨간 모자 어르신에게 다가갔죠. 주차 요금 얼마인지 물었더니 어르신이 빙그레 웃더군요. 돈 안 받는답니다. 고마운 주차장입니다. 흐뭇한 기분을 뒤로 하고 숲으로 향했습니다.

도랑물 따라 숲길을 걷습니다. 상쾌한 느낌이 듭니다.
▲ 산책 도랑물 따라 숲길을 걷습니다. 상쾌한 느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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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괴롭히던 강물입니다. 천년 전에는 마을 중앙을 관통해 흘렀답니다. 물길 바뀐 뒤로 홍수 피해가 없어졌습니다. 사람들 지혜가 훌륭한 유산을 남겼습니다.
▲ 위천 사람들 괴롭히던 강물입니다. 천년 전에는 마을 중앙을 관통해 흘렀답니다. 물길 바뀐 뒤로 홍수 피해가 없어졌습니다. 사람들 지혜가 훌륭한 유산을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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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길을 돌리고 둑을 쌓았습니다. 그 위에 나무를 빼곡히 심었습니다. 세월이 흐르니 아름다운 숲이 됐습니다.
▲ 숲 물길을 돌리고 둑을 쌓았습니다. 그 위에 나무를 빼곡히 심었습니다. 세월이 흐르니 아름다운 숲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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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비, 입장료 공짜.... 뭐라도 사야 했습니다


세 아들이 숲을 향해 달립니다. 입장권 끊는 곳을 찾아야 합니다. 재빨리 입장권을 끊어 세 아들을 뒤쫓아 가야합니다. 급한 마음에 눈을 이리저리 굴렸지만 도통 표 끊는 곳이 안보입니다. 난감했습니다. 결국, 안내판 앞에서 알게 됐죠. 이곳은 주차요금도 입장료도 공짜인 참 기특한 숲이었습니다.

이 숲, 신라 진성여왕 때 고운 최치원 선생이 함양태수로 있을 때 조성했습니다. 당시 '위천'은 마을 중앙을 흐르고 있었는데 비가 많이 오면 물이 넘쳐 사람들 피해가 심했답니다. 보다 못한 최 선생이 마을 사람들과 함께 둑을 쌓고 나무를 심어 물길을 돌렸습니다.

옛 사람들이 땀 흘려 심은 나무가 숲을 이뤘는데 당시 숲 길이가 6Km에 이르고 면적은 100만㎡를 넘었답니다. 하지만 이 숲도 세월이 흐르면서 아픔을 겪었습니다. 사람들이 모여들어 시가지 늘어나면서 숲 중간이 끊겨 상림과 하림으로 갈라지게 된겁니다.

더 안타까운 일은 하림에 비행장이 들어서면서 숲 절반 정도가 사라졌죠. 때문에 지금 하림에는 천 년 전 심은 나무 일부만 남아 있답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상림은 옛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습니다. 숲 길이가 1.6Km에 면적은 9만 9200㎡로 아름답고 울창한 숲이 만들어졌습니다.

뿌리가 다른 두 나무입니다. 느티나무와 개서어나무가 하나로 합쳐졌습니다. 이 나무 앞에서 서로 손을 꼭 잡고 기도하면 부부간 애정이 더욱 두터워지고 남녀간의 사랑이 이루어진답니다.
▲ 연리목 뿌리가 다른 두 나무입니다. 느티나무와 개서어나무가 하나로 합쳐졌습니다. 이 나무 앞에서 서로 손을 꼭 잡고 기도하면 부부간 애정이 더욱 두터워지고 남녀간의 사랑이 이루어진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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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흐르다 고여 연못이 만들어 졌습니다. 흰색과 노란색의 조화가 자연스럽습니다.
▲ 연못 물이 흐르다 고여 연못이 만들어 졌습니다. 흰색과 노란색의 조화가 자연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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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길 걷다보면 석불과 비석을 만납니다. 비경에 둘러싸인 누각도 나타납니다. 지루할 틈 없는 숲입니다.
▲ 누각 숲길 걷다보면 석불과 비석을 만납니다. 비경에 둘러싸인 누각도 나타납니다. 지루할 틈 없는 숲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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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숨어 있는 숲길, 지루할 틈 없습니다


덕분에 1962년 천연기념물 제154호로 지정되기도 했습니다. 숲에는 120여 종의 나무 2만 그루가 있습니다. 졸참나무, 느티나무, 개서어나무, 상수리나무가 하늘을 가리고 있습니다. 그 아래 다정한 연인이 '연리목' 앞에서 사진을 찍습니다. 개구쟁이들은 흐르는 냇물을 가만두지 않습니다.

신나게 물장구치다 엄마에게 혼이 납니다. 숲에는 아름드리나무 뿐 아니라 다양한 문화재도 숨어 있습니다. 숲길 걷다보면 석불과 비석을 만납니다. 또, 비경에 둘러싸인 누각도 나타납니다. 지루할 틈 없는 숲입니다. 특히, 숲속 벗어나 마을 보이는 길 걷다 보면 원앙 날아드는 연꽃 밭이 나옵니다.

숲길을 벗어나 마을이 보이는 길을 걷습니다. 오른쪽은 연꽃밭입니다.
▲ 길 숲길을 벗어나 마을이 보이는 길을 걷습니다. 오른쪽은 연꽃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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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길을 벗어나 연꽃밭을 둘러봤습니다. 화려한 꽃을 피운 뒤 남은 흔적입니다.
▲ 연꽃 숲길을 벗어나 연꽃밭을 둘러봤습니다. 화려한 꽃을 피운 뒤 남은 흔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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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밭에 내려 앉은 원앙 부부입니다. 사람이 접근해도 슬슬 피하기만 하고 날아가지 않더군요.
▲ 원앙 연꽃밭에 내려 앉은 원앙 부부입니다. 사람이 접근해도 슬슬 피하기만 하고 날아가지 않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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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길 놓치면 아쉬울 겁니다. 현재 함양군은 하림을 복원하고 있습니다. 드넓은 숲을 되찾아 사람들에게 돌려줄 모양입니다. 상림과 하림이 온전히 복원되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합니다.

천 년 전 만들어진 상림을 걸으며 느꼈습니다. 사람들 지혜가 인공림을 만들었고 그 위에 세월이 쌓이니 자연스러운 멋 뿜어내는 숲이 만들어졌습니다.

징검다리에 앉아 연꽃밭을 관찰합니다. 우렁이가 보입니다. 세 아들이 그곳을 떠날 줄 모릅니다.
▲ 징검다리 징검다리에 앉아 연꽃밭을 관찰합니다. 우렁이가 보입니다. 세 아들이 그곳을 떠날 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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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밭을 지나는 다리입니다. 나무다리를 걸으니 색다른 느낌이 듭니다.
▲ 나무다리 연꽃밭을 지나는 다리입니다. 나무다리를 걸으니 색다른 느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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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는 전국의 아름다운 숲을 찾아내고 그 숲의 가치를 시민들과 공유하여 숲과 자연, 생명의 소중함을 되새기기 위한 대회로 (사)생명의숲국민운동, 유한킴벌리(주), 산림청이 함께 주최한다. 생명의숲 홈페이지 : beautiful.forest.or.kr | 블로그 : forestforlife.tistory.com



태그:#한국의 아름다운 숲, #함양 상림, #천연기념물 제154호, #최치원, #위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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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아들 커가는 모습이 신기합니다. 애들 자라는 모습 사진에 담아 기사를 씁니다. 훗날 아이들에게 딴소리 듣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세 아들,아빠와 함께 보냈던 즐거운(?) 시간을 기억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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